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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배울수록 어렵지만 매력 넘치는 악기죠”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1-04 13:46

[우리 이웃] 손주희 가야금 앙상블 음악감독

손주희씨는 코퀴틀람에서 가야금을 가르친다. 제자 14인으로 구성된 ‘가야금 앙상블’의 음악감독도 겸하고 있다. 찾아오는 학생들은 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악기를 배워 한국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라는 기특한 생각으로 가야금을 배우러 온다고. 가장 한국적인 악기를 밴쿠버에서 전파하는 보람이 매우 크다는 손주희씨의 가야금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가야금을 접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적엔 무용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국 무용을 배우면서 배경으로 들리던 가야금 소리에 반해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게 됐죠. 서울대 음대 국악과를 가야금 전공으로 졸업했고, 그 이후 중학교 음악선생님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2005년 2월에 밴쿠버로 이민을 와서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가야금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코퀴틀람에서 가야금을 가르치는 손주희(왼쪽) 선생과 제자 허진이(UBC 2학년)양은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돈독한 사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밴쿠버에 가야금을 배우려는 학생이 많은가?
“한국에서부터 가야금을 계속 배웠던 학생도 있고, 한국 문화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학생도 많습니다. 가야금 캐논 변주곡과 비보이의 춤 영상으로 큰 화제였던 한 CF를 보고 감명을 받아 온 남학생도 있었어요. (웃음) 저에게 배우다가 가야금이 너무 좋아 전공까지 하겠다고 한국에 돌아간 제자도 있었고… 진이처럼(UBC 2학년에 재학 중인 허진이양이 인터뷰를 함께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정기공연에는 꼭 참여하는 학생도 있고요. 모두들 한국 문화를 외국에 알린다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사명감을 느끼는지 열심히 가야금을 배우고 있습니다.” 

손주희씨가 이끄는 가야금 앙상블은 어떤 정기 공연을 하고 있나?
“2월에는 뉴웨스트민스터 센트리 하우스에서 ‘셀러브레이트 코리아’라는 행사를 열고, 6월에는 버나비에서 열리는 다문화 축제에 참석해 한국 음악을 선보이고 있어요. 7월 초에는 중국 문화 센터가 주최하는 아시안 데이에, 12월에는 한인 노인회 연말행사에 참여합니다.  매 달마다 코퀴틀람 듀프린 케어 센터에 방문해 어르신들 앞에서 위문 공연도 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크고 작은 행사를 여럿 해왔어요. 그랜빌 아일랜드 칠드런스 페스티벌의 한국 알리기 공연에도 참가했습니다. 불에 타 없어진 사업체 재건을 위한 기금마련 공연도 했고, 우크라이나∙중국∙일본 교민사회 앞에서도 고운 가야금 선율도 들려주었죠.”

<▲ 손주희 가야금 앙상블은 2월 초가 되면 뉴웨스트민스터 센트리하우스에서 정기공연 ‘셀러브레이트 코리아’를 연다.>

외국인들 앞에서는 주로 어떤 음악을 선보이나?
“밀양아리랑 같은 민요와 가야금산조 등 한국전통 음악을 연주하지만, 자리에 따라 친숙한 팝송이나 영화음악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가야금 선율이 좋아도 낯선 음악만 계속 연주되면 나중에는 지루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외국관객이 많은 공연에선 퓨전곡을 넣는 등 곡 선정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바이올린같은 서양 현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캐논 변주곡‘도 연주하고요. 때로는 ‘소피아 플룻 앙상블’과 플룻, 가야금 협주무대도 열곤 합니다.”

가야금을 듣고난 비한국인들의 반응은?
“무슨 공연을 하든 외국인 앞에서 가야금을 타면 ‘한국문화 교류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동양인 관객들은 ‘우리도 비슷한 악기가 있다’며 신기해하면서 그 나라의 전통 현악기와 비교하곤 하죠. 서양사람들은 낯설어 하지만 소리가 부드럽고 아름답다며 가야금을 만져보고 싶어합니다.  언젠가는 듀프린 케어센터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 적이 있는데,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머니 한 분이 눈물을 흘리셔서 가슴이 찡한 적이 있어요.”

<▲ 손주희 가야금 앙상블은 2월 초가 되면 뉴웨스트민스터 센트리하우스에서 정기공연 ‘셀러브레이트 코리아’를 연다.>

가야금은 얼마나 배우면 소리를 낼 수 있나?
“사실 배운 첫 날부터 아리랑도 칠 수 있어요. (웃음) 하지만 가야금은 배울 수록 어려운 악기입니다. 기본적인 소리내기나 악보읽기 같은 표면적인 기술은 따라할 수 있지만, 파고들수록 꺾는 소리, 떠는 소리같은 미묘한 소리를 내기까진 시간이 걸려요. 또, 느낌을 살리면서 맛깔스럽게 연주를 하는 것도 어렵구요. 그래도 애정을 갖고 배우다보면 자꾸자꾸 잘하고 싶어지는 악기가 가야금인 것 같습니다.”

허진이 양에게 묻고 싶다. 가야금을 5년 넘게 배우면서 느낀 가야금의 매력은?
“무엇보다 한국악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서양악기로는 낼 수 없는 가야금만의 예쁜 소리와 음이 있는데, 그 것이 한국인의 정서와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또, 어떠한 악기와도 잘 어울려 협주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북한 어린이 돕기 음악회를 연 적이 있어요. 순수하게 저희 힘만으로  음악회를 연 터라 정말 뿌듯했죠. 가야금을 배워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캐나다에 한국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가야금: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가야금은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오동나무로 울림통을 만들고 12개의 현을 명주실로 제작한 것이 원조이나, 요즘에는 더 많은 소리를 내기위해 철 가야금, 17, 18, 21, 25현 등 가야금을 개량한 악기가 여럿 나와 있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손주희 가야금 앙상블 연락처: juhee_soh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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