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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야, 손님들 쓰린 속 풀어드리자" 새벽마다 작두질하는 남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4-25 15:25

북엇국 하나로 57년
무교동북어국집 진광삼 대표
맑고 부드러운 북엇국 하나만 파는 곳이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이 줄을 선다. 서울 중구 ‘무교동북어국집’. 1968년에 창업했으니 환갑을 바라본다.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월급쟁이의 쓰린 속을 풀어주고 달래온 노포(老鋪). 전국에 50년을 넘긴 노포가 꽤 있지만 메뉴 하나만으로 버텨온 식당은 매우 드물다.

그러니까 이 집에선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자리에 앉으면 식탁에 북엇국이 자동으로 놓인다.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빠른 속도”라며 손님들은 감탄한다. 순한 국은 한우 사골과 북어 뼈로 밑국물을 잡아 담백하고 북어 살이 넉넉히 들어서 배를 채워준다. 보드라운 두부와 매끈한 줄달걀을 국물과 함께 떠 상한 속에 밀어 넣다 보면 이마에 땀이 나고 위가 다정해진다. 해장 끝.

무교동북어국집에서는 ‘속이 풀린다’는 말이 그저 수사학이 아님을 체감할 수 있다. 딸려 나오는 동치미와 배추김치, 오이짠지, 부추 등 반찬도 맛이 한결같다. 이 작은 가게의 명성은 바다를 건넜다. 한 일본 매체가 ‘아시아 50대 식당’에 꼽을 정도다. 일본·대만·중국 관광객이 한국인들 틈에 함께 설 만큼 대기 줄도 글로벌하다.

북엇국과 딸려 나오는 나박김치·배추김치·오이지·부추무침 등 반찬도 맛이 한결같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북엇국과 딸려 나오는 나박김치·배추김치·오이지·부추무침 등 반찬도 맛이 한결같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식당 주인 진광삼(55)씨는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북엇국 맛을 지키기 위해 모든 재료와 조리 과정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여느 식당처럼 손질된 북어채를 쓰지 않고, 해마다 통북어 10만여 마리를 작두로 직접 썬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하기 위해 저녁 술자리는 삼간다. 연중무휴. 주말에 가족과 함께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혹시 사고로 몸을 다쳐 북엇국을 끓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겁이 나서 해외는커녕 국내 여행조차 가지 않는다.

진씨는 마치 ‘북엇국의 수도자’처럼 국자질을 한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아침 7시 문을 열기 전부터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찾아주시니 감사하죠. 아버지 따라서 오던 아들이 아들을 낳아서 주말이면 삼대(三代)가 오는 단골들도 계시고요. 다 드신 손님이 말없이 그저 ‘엄지 척’ 하고 나가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숙취 심하면 차라리 굶으세요

식당은 나이를 먹을수록 메뉴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것저것 주문해야 테이블당 객단가가 높아지는 데다, 질리지 않아서 자주 찾게 된다. 그러나 맛과 개성이 사라지면 그저 그런 식당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그러니까 단일 메뉴를 고집한다는 건 대단한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육개장, 돼지머리, 북엇국 등 다양한 음식을 내는 식당으로 시작했다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977년에 하나로 줄였습니다. 유독 북엇국을 찾는 손님이 많았대요.”

-하루에 몇 그릇이나 파나요.

“많은 날엔 1000그릇, 평균적으론 700~800그릇이 나갑니다.”

-언제 제일 바쁜가요.

“주변 직장인이 주로 찾는 평일은 점심이,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주말은 아침이 바빠요. 계절로는 봄·가을이 분주합니다. 밖에서 기다리기 괜찮은 날씨니까요. 술도 겨울보다는 봄·가을에 더 마셔요. 손님 숫자를 보면 알아요.”

-북엇국이 초스피드로 나오는데.

“저희는 솥에 일정량을 끓이고 있다가 손님이 앉으면 바로 냅니다. 그래야 두부가 동동 떠서 보기 좋고 맛도 좋지요. 퍼놓고 10초만 지나도 다 가라앉아요.”

-포장 손님도 많다면서요.

“예전에는 포장을 안 했어요. 아버지가 못 하게 하셨거든요. 건더기가 으깨지거나 제대로 끓이지 못해 맛이 없을까 봐서. 포장 시작하면서 엄청 퍼드렸어요. ‘하나 가지고 둘이 먹을 수 있다’고 소문이 난 다음부터는 엄청 팔려요. 전체 판매량의 10%쯤 되는데 비율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예요.”

-집에서 데워 먹는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

“냄비에 두부가 최대한 부서지지 않게 담고 센 불에 올리세요. 지켜보고 있으면 두부가 떠오를 거예요. 그때 불을 끄세요. 계속 끓이면 맛이 없어집니다. 후추나 참기름을 입맛대로 더 넣으면 좋고요.”

-해외에도 맛집으로 소문났죠.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체감상 외국인 손님이 7~8%쯤 되는 것 같아요.”

진광삼 대표는 “북엇국 맛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서 국자질을 수만 번 한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진광삼 대표는 “북엇국 맛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서 국자질을 수만 번 한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북엇국 하나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이 뭘까요.

“일단 우리 집 북엇국 맛을 완성한 아버님의 공이죠. 두 번째는 북어가 맛있어서예요. 북어와 사골 국물, 두부, 줄달걀의 조합이 훌륭하다고 자부합니다.”

-메뉴는 하나지만 ‘건더기 하나(추가)’ ‘국물 하나’ ‘두부 빼기’ 등 옵션은 다양하더라고요.

“다 빼고 국물만 달라는 ‘건더기 빼기’도 있습니다. 술 많이 드신 분들은 건더기 떠 먹기도 귀찮은 거예요.”

-‘해장의 성지(聖地)’로 유명한데.

“북어, 사골 국물, 두부, 달걀 모두 숙취 해소에 좋은 고단백 식품이잖아요. 속이 안 풀리더라도 간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끓입니다.”

-가끔 과음을 하게 되는 샐러리맨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술 먹은 다음 날은 일단 푹 쉬세요. 그리고 배고프면 오십시오. 숙취 상태에서는 북엇국이나 아무리 좋은 해장 음식도 위에서 받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무엇보다 술은 적당히 드셔야죠(웃음).”

-본인은 뭘로 해장하나요.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새벽에 나와야 하니까 끊었어요. 북엇국은 매일 아침으로 먹지요. 수십 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몇 시에 출근하시길래.

“새벽 다섯 시 반쯤 나옵니다. 제가 스물여섯 살 때부터 여기서 일했어요. 그때는 술을 먹어도 버텼는데 지금은 안 돼요. 옛날 생각하고 마시면 다음 날 일을 못 하는 거예요. 입에 거의 안 댄 지 15년은 된 것 같아요. 어쩌다 맥주 한 모금 마실 때는 있고요.”

-식당을 지킬 사람이 본인밖에 없나요.

“주방 일을 다 아는 사람이 저뿐이에요.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경조사도 못 챙겨요.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부의금만 보내고 조문하지 못할 때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일중독이랄까, 가게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요. 주말에 애들하고 놀러 간 기억도 없어요. 멀리는 절대 안 가죠. 사고로 다치거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가게를 닫아야 하잖아요. 해외여행은 가게 공사 2개월 하는 동안 딱 한 번 가봤어요.”

순한 국은 한우 사골과 북어 뼈로 밑국물을 잡아 담백하고 북어 살이 넉넉히 들어서 배를 채워준다. 보드라운 두부와 매끈한 줄달걀을 국물과 함께 떠 상한 속에 밀어 넣다 보면 이마에 땀이 나고 위가 다정해진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순한 국은 한우 사골과 북어 뼈로 밑국물을 잡아 담백하고 북어 살이 넉넉히 들어서 배를 채워준다. 보드라운 두부와 매끈한 줄달걀을 국물과 함께 떠 상한 속에 밀어 넣다 보면 이마에 땀이 나고 위가 다정해진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대 이어 북엇국 끓이는 공학도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요리사였던 아버지 진인범(88)씨의 뒤를 잇게 될 줄을 몰랐다. 그런데 1995년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졌다. 가게를 닫을 순 없으니 그가 맡았다. 이후 통계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형 진광진(57)씨가 참여하면서 형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형 광진씨는 경영·회계·관리를, 동생 광삼씨는 주방을 책임진다.

-주방 보조부터 했다면서요.

“아버지가 설거지부터 시키더라고요. 옛날엔 식기 세척기도 없고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어요. 밥그릇 안쪽에 붙은 밥알이 여간해선 안 떨어져요. 물에 한참 불려서 닦아내야 돼요. 설거지 6개월 하다가 주방장 시다(보조)로 시키는 일을 다 했어요. 새벽 4시에 나와서 끓인 육수 다 퍼내고 나르는 걸 1년 2개월 하니까 감이 잡히더라고요.”

-주방장이 잘 가르쳐 주던가요.

“국자를 저한테 절대 안 줬어요. 그래서 북엇국을 하루 여섯 그릇 먹었습니다. 제 국을 풀 때만 국자를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주방에서 쓰는 국자와 같은 국자를 사놓고 집에서 맨날 뜨는 연습을 했어요. 계속 했더니 손바닥이 두꺼워지더라고요. 하루 4시간만 자며 힘들게 배워서 주방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겁나는 게 없더라고요.”

-북엇국은 어떻게 끓이나요.

“큰 솥에 사골을 넣고 끓이다가 멥쌀을 갈아 넣어요. 그게 사골과 북어에서 날 수 있는 누린내나 군내를 제거해줍니다. 북어와 황태를 액젓과 참기름에 살짝 볶아요. 북어 맛이 예전만 못해서 황태를 30% 정도 섞어요. 사골 국물에 북어와 황태, 무를 넣고 꼬박 24시간을 은은한 불에 끓입니다. 이걸 작은 솥에 나눠서 채 썬 두부와 함께 끓이다가 달걀물을 풀어 넣고 다진 쪽파를 뿌려 내지요.”

-메뉴를 늘릴 생각은 없나요? 평양냉면 전문점도 제육, 불고기 등 냉면과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를 내잖아요.

“저희는 다른 걸 할 여력이 없어요. 북엇국 하나만 하기도 벅찹니다.”

-죄송하지만 북엇국 끓이는 게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요.

“우리는 통북어를 일일이 다 손으로 작업해서 써요. 등뼈를 들어내고 머리를 확 부러뜨리고 잡아당겨 제거하죠. 그런 다음 작두로 썰어요. 한 마리당 28번 작두질합니다. 그걸 1년에 10만마리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국자질도 중요해요. 뚝배기를 직화로 끓여내는 게 아니라 국자질에 의해 맛이 바뀌어요. 몇 번 떠야 하는지, 건더기 양은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런 문제들이 끝없이 있습니다.”

-북엇국 한 그릇 나오기까지 과정이 탑을 쌓아올리는 수고와 맞먹는군요.

“보통 일 아닙니다. 엄청 힘들어요. 그나마 요즘은 작두질하기 전 북어를 두드리는 과정을 덕장에서 기계로 한 다음 보내줘 편해졌죠.”

-다른 식당처럼 손질된 북어채를 쓰면 안 되나요?

“통북어에는 껍질이 붙어 있어요. 껍질에 콜라겐이 많아서 국도 더 맛있지만 위 점막을 보호하고 피부에도 좋아서, 우리는 버리지 않고 씁니다. 공장에서 가공해 나오는 북어채는 쓰기야 편하지만 껍질이 없어요. 그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날마다 통북어를 작두로 써는 진광삼 대표. "통북어에는 껍질이 붙어 있어요. 껍질에 콜라겐이 많아서 국도 더 맛있지만 위 점막을 보호하고 피부에도 좋아서, 우리는 버리지 않고 씁니다. 공장에서 가공하는 북어채에는 껍질이 없어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날마다 통북어를 작두로 써는 진광삼 대표. "통북어에는 껍질이 붙어 있어요. 껍질에 콜라겐이 많아서 국도 더 맛있지만 위 점막을 보호하고 피부에도 좋아서, 우리는 버리지 않고 씁니다. 공장에서 가공하는 북어채에는 껍질이 없어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메뉴는 하나인데 디테일에 엄청 신경을 쓰는군요.

“북어는 강원도 고성의 50년 된 단골 덕장에서 1년 사용분을 특별 주문해 사용합니다. 시판 북어보다 8일 정도 덜 말린 북어를 저온 저장고에 2년치 숙성해놓고 사흘마다 가져다 써요. 숙성하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구수함이 더해집니다. 사골은 한우 다리뼈만 쓰고 엉덩이뼈 등 잡뼈는 쓰질 않아요. 두부는 가늘게 썰어서 찬물에 담가 간수를 빼요. 물을 갈아가며 6~8번 반복합니다. 간수를 안 빼면 두부가 떠오르지 않고 쓴맛이 나요. 하루에 15판(225모) 정도 해야 해요. 제일 오래 걸리고 힘든 과정 중 하나예요. 반찬으로 나가는 오이지는 흑태(청태)만 써요. 백태는 쉬 무르거든요. 밥은 소화 잘되라고 찹쌀을 섞고요. 일반 식당에서는 이렇게 못 합니다. 우리는 북엇국 하나만 하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시대가 바뀐 만큼 재료나 방식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하시던 거라 제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요. 혹시라도 맛이 변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주방 수리한 다음에도 맛을 잡느라 한참 고생했어요. 원래 맛이 돌아오지 않아서 예닐곱번 가게를 닫았죠.”

-프랜차이즈나 지점 제안도 많았을 듯한데 하나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가맹점 하겠다며 70~80명은 찾아왔을 거예요. 백종원씨도 와서 먹어보고 갔어요. 그런데 안 하잖아요. 아버지가 친척들한테 북엇국 조리법을 다 알려줬어요. 할 줄 아는데도 안 해요. 처음엔 북엇국 하다가 순댓국으로 바꿔요. 몸은 힘든데 이윤은 박하기 때문입니다. 한 솥에 북어 35마리를 때려 넣고 끓여야 제맛이 나는데, 요즘 북어가 설렁탕에 들어가는 한우 양지보다 비싸요. 식당이라는 게 술을 팔고 안주를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우리처럼 하나만 해서는 쉽지 않죠. 그나마 단골이 많아서 유지되는 겁니다.”

-국물과 밥은 무한 리필인데 그래도 괜찮은가요.

“힘들긴 해요. 식재료 값이며 인건비가 엄청 올랐어요. 엄살 부리지 않을 뿐이죠. 마음만 비우면 돼요. 손님이 만족해서 또 오시면 되는 거예요. 음식점은 회전율 싸움이고 많이 팔면 남는 장사니까요.”

◇아무리 유명해도 똑같이 줄 서야 먹는다

무교동북어국집은 단골이 많다. 환갑을 바라보는 식당답게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가 함께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버지가 물려준 맛 그대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북엇국집 주인은 뜻밖에도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해수온이 높아지면서 북어 씨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유명 단골이 많은데 왜 사진이나 사인을 붙여 놓지 않나요.

“유명하든 아니든, 단골이든 아니든, 어떤 손님이나 똑같이 대합니다. 편하게 드시라고요.”

-고관대작도 똑같이 줄 서서 기다렸다가 드시나요.

“다 그래요. 역대 대통령들도 줄 서서 드셨어요.”

-특별 대접을 바라는 분은 없던가요.

“전혀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해야 욕먹지 않고 오히려 인기를 얻는다는 걸 그분들도 알지 않겠어요? 특별 대접을 요구하지 않는 게 현명한 판단이죠.”

점심 시간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무교동북어국집.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점심 시간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무교동북어국집.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단골들에겐 달걀 프라이가 서비스로 나간다고 들었는데.

“500원씩 받아요. 새벽에 교통 경찰 분들이 많이 오는데, 고생하시니까 이분들에겐 공짜로 드리고요.”

-식당 하면서 제일 힘든 건 뭔가요.

“첫째는 사람과의 관계요. 직원과의 관계도 힘들지만 손님들도 내 맘 같은 사람이 없어요. 단골이 오시면 나름대로 챙겨드려도 섭섭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괜찮은데 손님은 맛이 별로라고 느끼시는 날도 있고요. 둘째는 지구 온난화죠.”

-북엇국집 주인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한다고요?

“북어가 사라지면 더 이상 북엇국을 못 끓이니까요. 문 닫아야 합니다.”

-북어도 달라졌나요.

“옛날 북어가 더 맛있었죠. 동해에서 잡아 거진항 등 강원도 항구에서 배를 가르고 명란·창란을 빼내고 바닷물에 씻어서 바로 널었거든요. 지금은 국산 북어는 아예 없고, 냉동해 들어온 러시아산 북어라 맛이 떨어져요. 그나마 러시아산도 전쟁 뒤 무역 제재 때문에 소량밖에 들어오질 않아요. 요즘 덕장에 가면 과거와 달리 머리 잘린 북어가 많을 거예요. 미국산은 머리 자르고 배 갈라 내장 제거하고 살만 들여오게 돼 있거든요.”

-곧 60주년입니다.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해오던 대로 계속 북엇국을 끓이고 가게를 이어가는 거요.”

-나중에 아들이 잇길 바라시나요.

“(웃으며)그렇죠. 강요할 순 없겠지만.”

그에게 북엇국이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하더니 진광삼씨가 입을 열었다. “가업이자 업보 아닐까요. 그런 마음으로 날마다 북어를 썰고 국을 끓이고 수만 번 국자질을 합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식당 문 앞에 선 진광삼 대표. "북엇국 다 드신 손님이 아무 말 없이 엄지 척 하며 가게를 나설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식당 문 앞에 선 진광삼 대표. "북엇국 다 드신 손님이 아무 말 없이 엄지 척 하며 가게를 나설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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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5% 증액 합의··· 2차대전 이후 최대 폭 확대
카니 “분열된 세계··· 주권 지키려면 국방 강화해야”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트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오른쪽)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운데)를 반기고 있다. / NA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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