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번지는 머스크 혐오···"그가 미치기 전에 산 차" 스티커까지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3-11 09: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공무원을 대거 해고하는 등 거친 행보를 보이자 그에게 반발하는 안티[反]-머스크 시위가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9일 밤 워싱턴주(州) 시애틀의 한 차량 보관소에서 테슬라 ‘사이버 트럭’ 네 대가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불타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일엔 오리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한 테슬라 매장을 겨냥한 총격도 발생했다. 지난 3일 보스턴 외곽에선 테슬라 충전소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테슬라 관련 시설에 대한 최소 12건의 폭력 사태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 곳곳의 테슬라 매장 앞에선 안티-머스크 시위대가 테슬라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 타도(#TeslaTakedown)’이란 해시태그를 내건 온라인 시위도 조직 중이다. 머스크는 차량 방화 사건이 민주당 관련 단체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X에 공유하고 “이건 미친 짓”이라고 썼다. 머스크 및 테슬라에 대한 공격은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에게 거액을 지원한 그가 지난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 후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반발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DOGE 주도로 국제개발처·소비자보호청 등에서 연방 공무원 약 10만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혁신 기업가’라는 머스크의 기존 이미지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트럼프 골수 지지자를 제외하면 실물 전동톱을 휘두르며 “정부의 비효율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머스크의 좌충우돌 행태에 거북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상장한 기업의 CEO가 과도한 정치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선 ‘오너(owner·사주) 리스크’의 표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AP는 “우파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머스크의 행동은 자동차 소비자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테슬라 주식의 폭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 주가는 10일에 15.4% 하락해 2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기준 4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정권 실세 머스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 479달러까지 치솟았던 테슬라 주가는 트럼프 취임 후 50일 동안 머스크가 보인 과도한 정치 행보에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은 테슬라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친환경 차로 각광받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구매한 테슬라엔 ‘일론이 미쳐버리기 전에 산 겁니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란 범퍼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미 전역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도 시위가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테슬라 매장 앞에선 지난 9일 ‘일론 추방’ ‘테슬라를 보이콧(불매)하라’ 같은 팻말을 든 시위대가 머스크를 비난하는 집회를 했고 앞서 지난 3일엔 조지아주 디칸투어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도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가 머스크의 독선적 ‘톱질’ 행태를 비난했다. BBC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탓에 미 전역의 테슬라 매장과 (전기차 충전) 시설이 시위 및 기물 파손 위험에 직면했다. 일부 테슬라 소유자는 머스크에게 분노해 자신의 차량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뉴욕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대도시에서 판매량 하락세가 가파르다. 해외 판매량도 급감 중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머스크가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정당을 지지하며 정치 개입 논란이 일었던 독일에서는 지난 1~2월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감소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테슬라 공장 2월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하며 202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AP는 “환경을 생각하며 진보적인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은 한때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머스크의 말에 매료돼 테슬라를 많이 구매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는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접속이 중단되는 등 장애가 발생했다. 머스크는 미 언론에 “우크라이나 IP(인터넷 주소)로부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X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입은 군복을 조롱해 비판을 받았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은 그가 극우 성향 정당을 주로 지지하며 ‘주제 넘는 정치 개입’을 보인 유럽에서 특히 적나라하게 분출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광장엔 머스크의 인형이 거꾸로 매달렸고 독일 베를린 외곽의 테슬라 공장엔 팔을 쭉 뻗어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을 일으킨 머스크의 이미지가 걸렸다. 영국 런던의 일부 버스 정류장엔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에 올라타 나치 경례를 하는 모습과 함께 ‘3초 만에 0부터 1939까지’ ‘테슬라, 스와스티카(swasticar)’라는 문구를 그려 넣은 포스터가 붙었다. 1939년은 나치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연도고 ‘스와스티카’는 나치 독일의 문양을 뜻하는 ‘스와스티카(swastika)’의 끝 음절(ka)을 차를 뜻하는 ‘카(car)’로 변형한 것이다. 안티-머스크 단체인 ‘모두가 일론을 증오한다(Everyone Hates Elon)’가 제작했다.

선출되지도 않았고 인사 청문회도 안 거친 머스크가 트럼프 최측근이 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감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달 첫 내각회의에서 J D 밴스 부통령보다 머스크에게 먼저 발언권을 줬고, 이달 초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해외 정상들의 통화에 함께 참여하거나, 트럼프와 회담하러 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트럼프에 앞서 독대하는 등 ‘공동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백악관에서 수석 전략가를 맡았던 MAGA 진영의 핵심 인물인 스티브 배넌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를 최근 “기생충 같은 불법 이민자”라고 부르며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공화당 내부의 권력투쟁”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아무도 일론을 뽑지 않았다” “머스크가 (권력을) 훔쳤다” 같은 피켓을 앞세워 장외 시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의 돈 베이어 하원 의원은 지난달 “머스크는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공감 능력도 없다. 머스크는 (오히려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좋은 악당”이라고 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최근 경영 악화와 관련 “대단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안다. (DOGE 일을) 1년은 더 하겠다”라고 했다. 여러 논란에도 트럼프의 ‘머스크 사랑’은 아직 견고해 보인다. 트럼프는 10일 소셜미디어에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일 새 테슬라 차량을 사겠다”라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0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 브래그에서 연설을 마친 후 특유의 춤을 추고 있다./ White House Flickr도널드 트럼프...
트레일러 바퀴가 풀숲으로 들어가 산불 촉발
통제 불능 상황··· 4년 만에 긴장 고조
1일 발생한 리튼 인근 이즈만 크릭 산불 모습 / BC Wildfire Service BC주 중부 톰슨-니콜라 지역구(Thompson-Nicola Regional District)의 비상사태를 촉발했던 ‘이즈만 크릭 산불’(Izman Creek Fire)이 RCMP...
밴쿠버 등 캐나다 6개 공항
일부 항공편 운항 일시 중단
3일 오전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 주요 공항 6곳이 폭탄 위협을 받아 운항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 Getty Images Bank 목요일(3일) 오전, 캐나다 항공 교통 관제 서비스 기관인 Nav Canada가...
2일부터 신청 접수··· 만 18~41세 대상
소득 따라 최대 1만9000달러 차등 지급
BC주의 공공 인공수정(IVF)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아이를 갖기 원하는 예비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2일 BC주 보건부는 BC주 최초의 IVF...
주행 속도 10마일 높이면 주행거리 20km 감소
폭염 속 고속 충전은 EV에 독··· 주차는 그늘에
여름 폭염 속에서 전기차(EV) 운전자들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주행거리 감소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높은 주행 속도가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여름철에 이혼을 결정하는 부부들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지난달 30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이혼 지원 앱 ‘스플릿업(SplitUp)’이 지난 5년간(2020년 6월~2025년 6월)의 구글...
연방정부, 州간 무역 완전 개방
자유무역협정 예외 53건 전면 폐지
지난 2024년 12월 캐나다 수상 회의에 참석한 주 수상들 /  Canada's Premiers Flickr 미국의 관세 위협 속에 캐나다가 주(州)간 무역을 가로막던 모든 예외조항을 전면 폐지하며, ‘하나의...
5% 구매자 크레딧 + 첫 주택 구매자 5% GST 환급
7월 5일 VIP 이벤트 개최··· 실속 있는 내집 마련
버퀴틀람 스카이트레인역 인근에 조성되는 하이라이즈 콘도 프로젝트가 모든 구매자에게 분양가의 5%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제공하며 실수요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7월부터 소득세 최저 구간 세율 15%→14%
자유당 핵심 공약··· 최대 840달러 절세 기대
마크 카니 총리 / Mark Carney Instagram 연방정부가 예고한 대로 7월 1일부터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다.   마크 카니 총리는 30일 성명을 통해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평균 4% 인상··· 내년에는 5% 인상 예고
광역 밴쿠버 지역의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트랜스링크(TransLink)가 7월 1일부터 요금을 약 4% 인상한다. 이번 인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2020년 계획되었던 4.6% 인상이 취소된...
캐나다, 美 기업 겨냥 디지털세 철회
백악관 “캐나다 결정 환영… 협상 재개”
지난 16일 앨버타 카나나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기며 악수하고 있다. / G7 2025 Kananaskis 캐나다 정부가 미국 기업을 겨냥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에릭 토폴 박사. /워싱턴포스트심장전문의이자 작가인 에릭 토폴 박사가 17년간의 연구 끝에 건강한 노화의 핵심 비결로 운동을 꼽았다.23일 워싱턴포스트, 포츈지...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감시용 CCTV 여러 대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조선DB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에 대해...
새벽 시간 폭발 장치 터져··· 인명 피해는 없어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한 보윈 마 주의원 사무실 / 구글맵 캡처 27일 이른 오전 노스밴쿠버의 보윈 마(Bowinn Ma) BC주의원 사무실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우리 사회에 위로 건네는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가 지난 19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고종의 길’에 들어섰다. 나 교수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과가 따라주지 않는 ‘배반하는 노력’을 많이...
디지털세 강행에··· “7일 내 보복관세 발표”
지난 16일 앨버타 카나나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hite House Flickr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관세 여파 본격화··· 제조업 흔들
2분기 마이너스 전망··· 금리 인하 ‘솔솔’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캐나다 경제가 두 달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월 대비 0...
672만 명 이용 예상··· 사상 최대
가장 바쁜 날은 8월 8일 금요일
사진제공= YVR 올여름 밴쿠버국제공항(YVR)이 사상 최고 수준의 혼잡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밴쿠버 공항당국(Vancouver Airport Authority, VAA)은 6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약...
경찰 “특정 인물 노린 표적 가능성”
목요일 저녁 써리에서 총격 살인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써리경찰(SPS)에 따르면 26일(목) 오후 7시 40분경 써리 129 스트리트 10800블록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美 NYT 27일 순위 발표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제적 약자층이 사는 반지하집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그린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 ENM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