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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전문의'가 암수술 후 항암 대신 자연치료 택한 이유?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1-01 08:35

[김기훈의 天地人] 김시효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①/③
'치매 명의' 김시효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은 위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오대산과 지리산에서 각각 52주씩 자연치료를 받는 길을 선택했다. 사진은 오대산 소금강 구룡폭포./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치매 명의' 김시효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은 위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오대산과 지리산에서 각각 52주씩 자연치료를 받는 길을 선택했다. 사진은 오대산 소금강 구룡폭포./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치매 전문 명의’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킴스패밀리한의원 원장이 새 책을 출간했다며 책을 한 권 보내왔다. ‘치매를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치매 전문 의사가 치매 관련한 새 책을 썼다는 것은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책 소개 안내문 가운데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위암 극복으로 인생 2막을 살며 쓴 치매 이야기입니다.…고심 끝에 항암을 하지 않고 자연치료를 택했으며….”

의사가 암에 걸려서 선택한 자연치료법은 어떤 것일까? 그는 왜 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권하는 항암치료 대신 자연치료법을 선택했을까? 그 치료법은 일반인 암 환자들도 쓸 수 있는 방법일까? 의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극단의 과정이 사업 결단을 수시로 내려야 하는 회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통찰력을 제공하지 않을까?

사연을 듣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12 5층짜리 건물의 4층에 위치한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을 찾았다. 병원 입구에 서자, 북쪽의 한강 방향으로 압구정파출소와 한양·현대 아파트 건물들이 새파란 하늘 아래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김시효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과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모두 졸업해 ‘양방전문의가 한의사가 된 1호’로 알려져 있다. 질병 치료에 의학과 한의학의 관점을 융합해 현대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치매 치료와 예방에 관해 많은 책을 쓰고, 여러 신문·방송과 활발히 인터뷰하고 칼럼을 게재하며 대중적 명성을 얻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부 강연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줌 강의와 유튜브 ‘김시효양한방TV’를 운영하면서 대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4년전 찾아온 위암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접수처 뒷벽에 작은 한약재 서랍들이 아파트 건물처럼 종횡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한의원 약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에 위치한 진료실로 들어가 김 원장의 책상 앞 환자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혈압측정기와 청진기가 놓여 있었다. 흰색 가운을 입은 그에게 치매와 위암 중 어느 것을 먼저 물어볼까 생각하다 위암에 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위암에 걸린 것을 언제 알았나?

“처음 이상 증상을 느낀 것은 2017년 9월이었다. 그동안 위에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했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료가 밀려 있어서 검사를 받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한달 뒤인 10월쯤에 영상의학과에서 위장조영술로 위를 방사선 촬영했더니 내시경을 받아보라고 했다. 병원 진료 일정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2018년 1월에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받았더니 ‘위암 Ⅱa(2a)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인간의 내장 구조. 붉은색 표시 부분이 위이다.
인간의 내장 구조. 붉은색 표시 부분이 위이다.

암(오른쪽)은 신체의 일부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식하면서 신체의 다른 세포로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암(오른쪽)은 신체의 일부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식하면서 신체의 다른 세포로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 느낌은?

“실망했다. 그러나 담담했다. 안 좋은 증상이 있었으니 위암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조금 실망스러웠다. 위궤양이나 위염이길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원래 삶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설마 죽겠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안좋은 정도였다고나 할까?”

―의사의 처방은?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2018년 1월에 담담하게 수술을 받았다. 내가 의사니까 수술 의사를 믿었다. 그런 믿음이 있어서 일반 환자들보다 더 차분하게 넘어간 것 같다.”


나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원인

―위암에 걸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주원인이고, 술 담배도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가 하는 말은 잘 듣되 의사가 하는 것을 따라 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돌볼 틈도 없이 강행군해 온 산업 역군들처럼 우리 의사들도 환자 시간에 맞춰 진료에 쫒기다 보면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푼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의사도 있다. 나도 그런 의사 중 한명이었다. 환갑이 되면서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술 담배를 끊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던 것 같다.”

―정기 검진을 받지 않았나?

“1년에 한번 정도씩 혈액 종합검사를 했다. 병원에서 피를 직접 뽑아서 검사를 의뢰했다. 항상 정상이었다.”

―위 내시경 검사는?

“한 번도 안했다. 내시경을 하는 주목적은 위암을 조기에 진단받기 위해서이다. 위암이 꼭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도 별로 없는데 환자 진료를 하지 않고 시간을 따로 내어 다른 의사에게 검사 받으러 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루다가 첫 증상 이후 3~4개월 지난 뒤에 갔더니 이미 2기로 진행됐다.”

의료진이 위암 검진을 위해 위 내시경을 하는 모습./조선일보 DB
의료진이 위암 검진을 위해 위 내시경을 하는 모습./조선일보 DB

―수술은 했나?

“2018년 2월 6일에 위의 3분의 2를 절제했다.”

―위암 Ⅱa(2a)기란 어떤 상태인가?

“2기중 조기 위암에 들어가지만 가까운 임파선 몇 군데는 전이된 상태이다. 조직검사로는 임파선 한두개에 전이됐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곳으로도 이미 전이됐을 수 있다. 의사가 항암치료를 권유했다.”

항암제 대신 자연치료를 택하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심사숙고 끝에 항암제를 먹지 않았다. 대신 자연치료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김철수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 김시효로 개명했다. 그리고 오대산에 52주, 지리산에 52주 살면서 서울로 역출근하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의학적 한의학적 치매에 관한 책을 썼다.”
―일반인들은 의사가 항암치료를 권유하면 대부분 받아들인다. 그런데 왜 다른 길을 선택했나?

“보는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의학적 지식과 한의학적 지혜, 그리고 그동안의 임상 경험을 모두 동원해 고심했다. 항암치료를 할 경우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이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암세포를 잡을 것인지, 면역력을 키워서 자연적으로 이길 수 있게 할 것인지 내 몸 상태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판단했다. 후자를 선택했다.”

지리산 노고운해./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지리산 노고운해./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김 원장은 이 대목에서 ‘지뢰밭’ 비유를 꺼냈다.

“암 환자가 치료를 거쳐 정상인이 되어가는 길의 중간에 지뢰밭이 있다고 해 보자. 여기서 지뢰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생활습관이나 행동을 말한다. 바른 생활을 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법은 지뢰밭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중간에 지뢰만 제대로 피해갈 수 있다면 이 방법이 정상생활을 하면서 암치료를 마칠 수 있는 가장 좋고 빠른 길이다.

반면 항암치료를 받는 것은 정상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지뢰밭을 피해서 멀리 돌아가지만 안전하게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지뢰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나는 의사이며 한의사로서 지뢰를 발견해서 피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에 위험 변수가 있지만 빠른 길을 선택했다.”

오대산에서 지낸 52주

선뜻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치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추가 질문을 이어가기 전에 먼저 그가 어떤 자연치료 과정을 거쳤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오대산과 지리산에서 각각 52주씩 있었다고 했다. 오대산에서는 어떤 치료를 했나?

“체온을 올리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먼저 오대산에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피톤치드가 풍부하고 산소가 많은 맑은 공기를 쐬며 많이 걸었다. 처음에는 아내가 매끼 새로운 음식을 해줬다. 야생 버섯과 야생 산나물, 신선한 채소가 주된 반찬이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풀로만 키운 염소고기를 냉동해 하루 50g씩 먹었다. 일주일에 2~3번은 염소고기 대신 생선을 먹었다. 초기에 염소고기가 준비되기 전에는 옻닭도 자주 먹었다.

암이 전이되어 자리를 잡으려면 신생 혈관이 필요하다. 산소가 풍부한 공기를 잘 마시면 신생 혈관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이된 그 암세포가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몸에 열이 나니까 암세포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다. 많이 걷고 산에 다니고 버섯을 잘 먹은 것도 도움이 됐다.”

오대산국립공원의 설경./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오대산국립공원의 설경./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면역력을 키우려면 많이 먹어야 하나?

“아니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면 낡은 세포를 잡아 먹어서 에너지원으로 쓰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자식작용(autophasy)을 하는데 자식작용을 항암치료에 이용하기 위해 잘 먹으면서도 과식은 피했다. 충분히 잠도 잤다. 이런 방법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지뢰밭을 피해갔다.”

―일주일 내내 오대산에 머물렀나?

“일주일에 3~4일간은 거기에 머물면서 자연치료를 했고, 나머지 시간에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치매 환자 진료를 했다. 환자들이 의사를 기다리고 있으니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것은 의사의 숙명이다.”

지리산에서도 52주

―오대산에 1년 있은 후에 지리산으로 간 까닭은?

“오대산에서 건강을 많이 회복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체력단련을 하고 싶었다. 남원시 운봉읍에 머물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2번 정도 지리산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서 물수련을 했다. 겨울철에는 단전까지 물 속에 넣고 15분 정도 머물고, 여름철에는 목까지 담그고 한시간 이상 있기도 했다.”

―물수련의 원리는?

“이냉치냉(以冷治冷) 이한치한(以寒治寒)이다. 위암 수술을 했으니 몸이 차져 있었다. 추위를 이기려면 몸이 따뜻해져야 한다. 몸을 찬물에 담궜다 나오면 차가워진 몸이 스스로 따뜻해지기 위해 숨을 크게 들락날락 쉬면서 가호흡을 하게 된다.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에너지를 많이 태워야 하므로 산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흡 과정에서 몸이 따뜻해진다.”

지리산 칠선계곡./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지리산 칠선계곡./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일반 암 환자들도 이러한 치료법을 쓸 수 있나?

“아니다. 체력이 약하면 오히려 감당이 안되고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지리산 식이요법

―지리산에서의 식이요법은?

“머무는 곳에서 지리산 식재료로 요리를 해줬다. 텃밭에서 나오는 각종 나물이 주류였다. 물론 육류도 생선도 자주 챙겨줬다. 골짜기에서 나는 산나물을 섞은 비빔밥도 먹었다. 대신 과식을 하거나 편식을 하지는 않았다. 암에 좋다는 것을 특별히 챙겨 먹지는 않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도 먹었다.

음식은 기름지지 않게 비교적 척박하게 먹었다. 격일로 육류와 생선을 조금씩 먹으려고 했다. 영양 결핍을 방지하기 위해 드문드문 영양제를 먹었다. 아침 한끼를 안먹는 일일 간헐적 단식도 일주일에 2~3일은 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자식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자식작용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매일 단식을 해서 너무 자식작용이 심하게 되면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 영양제도 하루씩 걸러서 먹는다. 모든 치료법은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같이 있기 때문에 과한 것은 좋지 않다.”

―물은?

“오대산과 지리산 모두 물이 좋아서 지하수를 그대로 마셨다. 생수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대산과 지리산에 있을 때 누가 항상 같이 붙어서 보살펴줬나?

“아내가 항상 같이 있었다. 지리산 물수련 당시에는 아내도 같이 죽겠다는 각오로 함께 했다.”

일주일에 사흘은 서울로 출근

―오대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리산에서도 KTX 타고 서울로 역출근 했나?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서울서 근무하고, 3일 정도는 지리산에 머물렀다.”

―지방에서 치료를 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해 환자 진료를 계속하면 매우 힘들지 않은가?

“힘들지 않았다. 수술하고 2주쯤 되는 날에 실밥도 완전히 뽑지 않은 상태에서 배에 복대를 하고 서울에서 약 70㎞ 떨어진 곳으로 왕진을 간 적도 있다. 그처럼 어려웠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그래도 일주일에 반은 몸을 돌보는 호사를 누린 셈이다.”


―진료를 계속할 것 같으면 오히려 서울에 있으면서 몸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의 차이다. 열심히 일하고, 동시에 열심히 치료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만 있으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걷는다는 것이 주는 회복력을 가질 수는 없다.”

위암과 치매 사이

―지금 몸 상황은?

“좋다. 2년 정도 그런 생활을 한 덕분인 것 같다. 2년이 지난 후에는 진료에 전념하고, 책도 쓰고, 칼럼도 쓰고, 강의 준비도 하고, 유튜브 방송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 것 중에 가장 바쁘게 살고 있다.

수술 받은지 만 4년이 다 되어 간다. 암 수술하고 몸이 좋아지는 것이 최소한 1년은 지나야 하고 그 다음 단계로 3~5년이 지나야 많이 좋아진다. 수술 받을 당시에 몸 속에 숨어 있던 암은 5년 내에 다시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아직 5년은 안됐지만 지금 상태는 좋다. 하지만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았고, 이후에도 다른 암이 잘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있어 항상 신경은 쓰고 있다.”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걷는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사진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조선일보 DB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걷는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사진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조선일보 DB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무리하는 것은 맞다. 매일 열심히 사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닌데 생각을 바꾸면 덜 피곤하다.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하고 싶어서 한다고 생각하면 덜 힘들고 즐겁다.

지금 내가 은퇴하면 2년 뒤 70세가 된다. 편안하게 산다면 빨리 늙고 치매가 오기 쉽다. 열심히 일하면 암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치매가 되지 않을 확률은 높아진다. 만약 열심히 살면서 암만 걸리지 않으면 100세까지 똘똘하게 살 수 있다. 만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있는 법이다. 인간의 선택도 그렇다. 지금 내가 선택한 방법이 억울하거나 나쁜 방법이 아니고 즐겁고 행복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니 괜찮다.”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재발 확률은 확실히 떨어진다. 그 때는 암에 대해 신경을 안 써도 되지 않을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암이 생기기 쉽다. 5년이 지나도 암 환자는 또 다른 암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평생 건강을 챙기며 살려고 한다. 건강하지 못하면 활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진다. 장수가 목표가 아니라, 건강하고 똘똘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자연치료를 택한 이유

김 원장이 어떤 자연치료 과정을 거쳤는지 충분히 들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가 왜 그러한 방식의 자연치료를 선택했는지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다시 물어 보자. 의사가 암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권고 받으면 순순히 따를 것이라고 일반인들은 예상한다.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는?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가장 좋다. 그러나 나는 좀 특수한 경우이다.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안 받는 것보다 통계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꼭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항암치료가 선택사항이었다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빠른 길이 있었다. 비록 그 중간에 지뢰밭이 있지만 의사는 지뢰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뢰만 잘 피해갈 수 있다면 정상생활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이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힘들지만 안전하다. 다만 그 길은 돌아가는 길이다. 나는 힘들고 안전한 길보다 편하고 조금 위험한 길을 택한 셈이다.”

―항암 치료가 안전하지만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무슨 뜻인가?

“항암 치료를 받으면 약 효과 때문에 정상 세포도 기능이 약화된 뒤에 다시 회복된다. 일단 기능이 약화된 뒤에 회복된다고 해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항암치료는 안전하지만 정상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먼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의 항암치료 모습./조선일보 DB
항암치료는 안전하지만 정상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먼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의 항암치료 모습./조선일보 DB

―항암치료와 자연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을 때 어떤 방식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나?

“첫째, 지뢰밭을 둘러 갈 것인가, 지뢰밭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갈 것이냐? 암 2기이므로 지뢰를 알아 볼 수 있다면 지름길로 가는 것이 좋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암 3기와 4기가 되면 지뢰가 너무 많으니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자신감을 갖고 가다가 지뢰를 밟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셋째, 항암치료를 받아도 암이 재발할 수 있고, 안 해도 재발할 수 있다. 만일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면 치료 받은 전력이 없는 경우가 항암치료에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암 치료를 방해하는 지뢰들

―지뢰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주로 나쁜 생활습관이다. 몸을 차갑게 하는 것, 식사 도중에 물을 먹지 않는 것 등이다. 내가 위암에 걸린 주된 원인은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짜거나 맵거나 뜨겁거나 하면 위를 보호하기 위해 중간 중간에 물을 조금씩 마시면서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진하고 짠 된장찌개를 평생 동안 그대로 먹는 사람과 중간에 물로 희석을 하면서 먹는 사람이 10년, 20년, 30년 지나면서 위암에 걸릴 확률 혹은 위암이 재발할 확률은 차이가 날 것이다.

반면 위산이 부족한 사람은 물을 마시면 안된다. 이런 사람은 고기를 싫어하는데, 싱겁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꼭꼭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지뢰가 다르므로 자기 몸의 특성을 잘 파악해 지뢰를 피해가야 한다.”

―지뢰의 사례를 좀 더 든다면?

“자극적인 모든 음식이 지뢰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아 위가 쓰린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도 지뢰이다. 뜨거운 것을 마실 때 입이 뜨거우면 바로 삼키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입은 괜찮지만 위가 화상을 입는다.

너무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음식이 몸 속에서 정체되므로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이 위는 물론 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차가운 음식도 해롭다. 또 로스팅을 많이한 고소한 커피도 좀 줄여 먹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뢰이다. 지뢰를 피하는 방법은 쉬운 일이나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위암 수술 후 식사 때 먹을 수 있는 육류의 양을 정해 놓고 정확하게 그 양을 지키고 있다. 자연치료를 하려면 실천력이 중요하다.”

―만약 김 원장이 암 전문의였다면 위암에 걸린 환자에게 어떻게 권했을까? 자연치료를 권할 수도 있었을까?

“있다!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때로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자연치료를 권했을 것이다. 밝은 눈은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이 아니다.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인식 너머에 있는 현실, 즉 자연현상을 볼 수 있는 열린 눈이다. 다시 말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순리나 이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나와 같은 길을 가라고 권할 수도 있다.”

암 몇기 때 자연치료 가능할까?

―일반인이 암에 걸렸을 때 항암치료와 자연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암이 몇기일 때인가?

“의학적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질문이다. 내 개인적 견해로는 대체로 2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수술이라는 항암치료를 받았고, 후속 치료로 항암 약물치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자연치료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했다. 위암이 분명한데 수술을 받지 않고 자연치료만 할 수는 없다.

수술이나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는 몸에 큰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얻는 득이 몸에 부담이 되는 것보다 클 때는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얻는 득보다 몸에 부담이 더 크다면 안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암세포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을 때는 좋다. 그러나 수술 상처를 아물게하는 신체 작용이 남아 있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나쁜 점이 같이 있다. 암 초기에는 수술만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김 원장이 말을 이어 갔다.

“문제는 나처럼 가까운 임파선으로 전이된 경우이다. 단순하게 보면 수술 후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를 박멸하기 위해 항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로 얻을 수 있는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이 3기와 4기로 진행된 경우에도 체력과 면역력이 약하다면 수술이나 약물이나 방사선치료와 같은 치료가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

임파선(림프절)은 감염 등으로 인체에 들어온 병원체를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관여한다. 사진 오른쪽 위가 림프절(Lymph node) 해부도./미국 국립암연구소
임파선(림프절)은 감염 등으로 인체에 들어온 병원체를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관여한다. 사진 오른쪽 위가 림프절(Lymph node) 해부도./미국 국립암연구소

―의학과 한의학을 모두 공부해 의학적 안목이 넓어진 것이 항암치료와 자연치료 가운데 선택할 때 도움이 됐나?

“내가 의사일 때는 의학적 견해가 100%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의학까지 공부하고 나서는 의사의 견해가 100%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적 시각에서는 최선의 인식이지만, 볼 수 없는 뒷면이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위암 수술 후 지방에 머물며 자연치료를 하던 와중에도 ‘치매를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집필에 혼신을 다해 매달렸다고 했다. 그는 “기획과 집필, 그리고 마지막 교정까지 혼자의 힘으로 완성했다. 마지막 며칠 동안은 소리 내어 읽으며 띄워쓰기와 교정을 마쳤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 관리를 잘 해 치매 환자가 되지 않길 바라는 의사·한의사의 마음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집필 활동이 자신의 목숨과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남기려 했던 치매 지식과 지혜는 어떤 것일까? 노령의 독자들이 관심 있을 듯 해 그의 전공인 치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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