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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C주의회 스캔들의 결말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5-17 13:15

태산명동서일필 뒷맛... 늦었지만 예방효과는 커

의장이 직접 폭로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의회를 발칵 뒤집고, BC의 지각있는 주민들을 분노케 했던 주의회 스캔들 특검이 한 명은 합의 사직, 다른 한 명은 무혐의로 일단 막을 내렸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뒤를 이어 쥐 한 마리가 나타남)이란 말이 떠오르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매우 사소한 모양이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BC주의회의 두 최고위 공무원으로서 회사로 말하면 CEO 격인 Clerk(의사국장)과 자치단체 경찰청장 격인 Sergeant-At-Arms(경비국장)이다.

 

이들이 의회 정보수집 등을 위한 해외출장시와 평소 업무수행시 주민세금을 자신들 개인을 위해 함부로 썼다는 것이 의장 대럴 플레커스(Darryl Plecas)의 폭로였다.

 

고급 시계와 맞춤 양복을 사고 장작 패는 기계를 구입해 자택에서 쓰고 행사 후 남은 술을 트럭에 실어 집으로 가져갔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한인 이민자로서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의문과 실망이 들게 하기에 충분한 후진국형 공직자 비리였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었고 퇴임 대법원 판사가 일종의 특별검사로 임명돼 이들의 공금 사용 문제를 별도로 조사했다.

 

돌연 유급 정직 명령을 받고 의사당에서 강제 퇴장당했던 두 당사자들은 장문의 해명서를 작성해 의장이 열거한 공금 사용 문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일부는 이유 있는 지출, 일부는 사실과 다른 주장임을 설명했다.

 

이때 이미 스캔들이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부풀려졌고 그것을 현 집권당인 NDP가 즐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주정부 주변에서 나왔다. 

 

CBC 뉴스에 따르면 스캔들 조사를 맡은 베벌리 맥래클린(Beverley McLachlin)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의사국장 크레이그 제임스(Craig James)의 공금 유용 비리 사실을 여러 건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플레커스 의장의 폭로를 확인한 내용이었다. 제임스는 즉시 퇴직했다고 발표됐다.

 

제임스는 발표문에서 "나는 지쳤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해 나 자신과 가족이 큰 상처를 받았다. 이 일을 끝내기 위해 퇴직을 결심했고 주의회와 합의했다. 대중들은 정보 접근을 통해 나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무혐의 결론이 난 경비국장 개리 렌츠(Gary Lenz)는 "해가 6개월 만에 떴다. 복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캔들 조사의 결말은 쥐 한 마리였지만,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주민세금을 개인적으로 쓸 경우 망신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공직자들에게 불어넣어준 효과는 컸던 태산명동이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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