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이웃＇ 돕는다

이영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눈앞의 좋아하는 먹이보다… 물에 빠진 ＇동료＇ 먼저 구해

곤경에 빠진 사람을 모른 체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면 ‘짐승 같은 사람’이라는 욕을 먹는다. 하지만 짐
승도 그런 짓은 안 한다. 일본 과학자들의 실험에서 쥐도 눈앞의 먹이보다 물에 빠진 동료를 먼저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간사이 가쿠인대 연구진은 쥐에게도 동료의 고통에 공감(共感)하는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두 방에 각각 쥐를 집어넣었다. 한쪽 방에는 물이 차 있어 쥐
가 겨우 머리를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 마른 방에 있는 쥐는 곧 두 방사이에 난 문의 빗장을 열어 물에 빠진 쥐가 자기가 있는 방으로 건너오게 도왔다.

쥐가 동료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은 쥐를 플라스틱 관에 가두면 동료 쥐가 빗장을 풀어 나오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쥐에게는 단지 같이 있을 동료가 필요했을 뿐 고통에 공감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일본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쥐는 옆방이 물에 잠기지 않았을 때는 문을 열어주지않았다”며 “쥐의 구조 행동은 동료의 고통에 반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쥐는 동료를 구하기위해 먹이의 유혹도 물리쳤다. 연구진은 쥐를 가운데 방에 두고 한쪽 방에는 물에 빠진 쥐, 다른 쪽 방에는 쥐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뒀다. 쥐는 대부분 초콜릿이 있는 방문을 열기 전에 물에 빠진 쥐 쪽의 문을 먼저 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동물 인지’인터넷판 12일자에 실렸다. 시카고대 페기 메이슨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인간은 어머니에게 배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도운다”며 “이타적 행동이 일정 부분 생물학적 본능임을 보여준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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