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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고] 한 해 동안 마음에 품고 살면 좋을 말

심현숙 수필가·한국문협 밴쿠버지부장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01 01:00

“감사합니다”
심(정)현숙 수필가·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또 한 해가 가고 새 해 새 아침 지평선 너머에서 불덩어리 같은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새해가 되면 하나쯤 새로운 각오를 해 본다.

   먼저 지난해를 돌아보니 잘 한 일보다는 반성할 일이 많고 내 삶 중에 에너지를 많이 소진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 든다. 특히 감사를 잊고 짜증스러워 하며 불평하고 살았던 것 같다.

   10년 넘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남편을 돌보며 살고 있지만 부끄럽거나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남편이 장애자가 되었을망정 살아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감사하며 살아왔다. 비록 휠체어에 앉아있기는 하나 내게는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남편이 있기에 어디를 가던 지 무슨 일을 하던 당당했고 누구 눈치 살 필 일 없어 좋았다.

   남이 보기엔 우리 가정이 안타깝고 불쌍하겠지만 이런 장애가정을 이끌고 떳떳하게 열심히 살아 온 건 감사한 마음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감사한 마음은 불편한 것을 견디게 했고 우울할 때 이기게 하는 힘이 있었다.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았고 오로지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만 보였다. 감사함속에는 행복도 있었다.

   이런 내게 작년 여름부터 힘 든 시간들이 다가왔다. 단체장이라는 책임감과 과중한 업무, 또 내가 속해 있는 두 단체에 대한 자신의 역부족에서 오는 부담감, 이 모든 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폐렴으로 두 번씩이나 병원에 입원하여 사경을 헤매는 일까지 겹쳤다. 내 체력은 바닥이 되어 몸 하나 지탱하기조차 어려워졌다. 내 입에서는 불평이 나왔고 가족에게도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던 합창단도 정기공연을 앞두고 그만 두었다. 도대체 노래 부를 기분이 나지 않았다.

   감사를 잃어버리고 나니 마음이 지옥이었다. 무슨 일을 해도 보람을 느낄 수 없었고 신이 나지 않았다. 차츰 의욕이 없어져 가는 것이 괴로웠지만 몸과 맘을 다잡아 추스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내다보니 전에 없이 남편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짜증을 내곤했다. 하루는 남편을 돕는 중국인 여자 캐어기버가 남편에게 화 낸 걸 목격하고서 조용히 나를 불러 타이르기 시작했다. 그 녀는 남편이 잘 못 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언제나 남편을 이해하려한다. 그 점이 나 보다 낫고 고맙다.
   그 녀는 자기가 돌보는 또 다른 클라이언트(장애자라 부르지 않고 고객이라 함)의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는 가족이 잠드는 밤 2-3시면 일어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온데 사고를 친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에 부인과 딸은 그 걸 청소하느라 애를 먹으며 자기가 그 집을 들어섰을 때 악취가 가시지 않아 힘이 든다고 했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된다며 “너희는 럭키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럴 수가···. 하나님, 감사합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동안 내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현재 겪는 고통만을 생각하며 산 것 같다. 참 묘한 건 감사를 잃고 나니 10년 동안 뒤돌아보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살았던 지난날의 편안했던 삶이 자꾸 떠올라 나를 비참하게 흔들어 놓았다.

   나는 우연찮게 남편을 도와주는 캐어기버를 통하여 거짓말처럼 다시 감사를 회복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불행한 사람들이 도처에서 수고하며 애를 쓰고 살고 있음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25년 전 밴쿠버로 이민 와 다운타운에서 레스토랑을 할 때이다. 손님들은 자기 돈을 주고 음식을 사서 먹으면서도 항상 'Thank You'라는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이 짧은 한 마디는 온 몸에 쌓인 피로를 씻어주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건성건성 형식적으로 내뱉은 말 같지만 그 언어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이 있어 우리네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말, 이 단순한 언어는 찌푸린 얼굴을 펴게 하고 지쳐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위력이 있다. 누군가가 내게 감사합니다하며 미소 지을 때 상대에게 더 친절하며 겸손해지고 싶은 건 인간의 심리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아낌없이 참되게 하는 습관을 길러 받은 은혜에 인색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련다.

  감사한 마음을 하늘에 돌리던 사람에게 하던 표현할 수 있으면 복된 삶이다. 가장 작은 것을 감사할 수 있어야만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10년이나 우리 가정을 지켜주고 세워주었던 것은 감사한 마음이었음을 다시 깨달으며 이런 마음을 주셨던 그 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어떠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감사를 잊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

   올 한 해 동안도 '감사합니다' 이 말을 마음에 품고 감사한 마음으로 씩씩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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