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초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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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희 / 국제회의 통역사, 브라마 쿠마리스 명상 강사 bkmeera@hanmail.net

연꽃처럼 초연하게

연못에 피어 있는 연꽃들을 바라 보고 있으면 평온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연꽃은 여러 종교에서 깊은 의미가 있는 상징으로 사용되는데, 대체로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세상의 혼탁함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세계를 키워 나감으로써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나는 초연한 삶을 상징한다. 오늘날처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세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충족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연꽃은 아주 훌륭한 가르침을 준다.

연꽃의 줄기를 따라 연못 바닥으로 내려가면 진흙과 함께 많은 찌꺼기들이 가라앉아 서로 뒤엉켜 있어서 휘저으면 언제라도 더러운 흙탕물이 된다. 물 위에 아름다운 자태로 떠 있는 연꽃을 보고 있으면 물 밑에 그렇게 복잡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연꽃은 자기가 서 있는 밑바탕의 복잡하고 더러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고 깨끗하게 피어 있음으로써 오히려 연못에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퍼뜨린다. 물 밑에는 깊은 어두움이 있지만 연꽃은 그 어두움 위로 솟아 올라 태양을 향해 모든 꽃잎을 활짝 열고 피어 있다. 연꽃은 자기가 속한 세계의 어두움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태양의 빛을 지향함으로써 세상을 초월하여 완전한 꽃으로 승화한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초연하다는 것은 현실을 부풀려 보거나 축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함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연함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사랑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 우선 세상에 대해 내가 어떤 고정 관념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사물을 나의 시각으로 오염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초연함은 또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작용하는 우주질서의 완전함을 이해하고서 그 질서를 범하지 않고 존중하려는 자세이기도 하다. 그것은 내가 나서서 바로잡지 않아도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본래의 올바른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며, 따라서 때를 앞당기려 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하는 마음이다.

초연함은 냉정하고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다. 내가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저절로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초연함이 아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해야 할 모든 일을 다했을 때라야 진정으로 초연할 수 있다. 그럴 때라야 마음에 충족감과 평화가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주의를 게을리했을 때는 불필요한 손해나 피해를 겪는 실수를 하게 되고, 내 행동에 대한 후회와 이루지 못한 결과에 대한 미련 때문에 초연해지기가 어렵다. 미래의 나의 완전한 모습의 비젼을 마음 속에 선명하게 간직하고서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연꽃처럼 초연하고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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