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속도를 늦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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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희 / 국제회의 통역사, 브라마 쿠마리스 명상 강사 bkmeera@hanmail.net

생각의 속도를 늦추자

이 세상에 아무리 빠른 젯트기나 로켓트가 있어도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일 초 만에 - 사실 일초보다 훨씬 더 짧은 순간에 - 지구 반대편 또는 달나라까지 갈 수가 있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나 먼 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는 순간 내 생각은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사실 인간이 가진 가장 고유한 기능이자 무한한 자산이 바로 생각이다. 이 '생각'이 우리의 행복 또는 불행의 바탕이며, 각 개인의 삶과 인류 전체의 역사가 모두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현대 생활은 우리로 하여금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생각하도록 자꾸 부추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생각하느라 점점 더 바빠지고 하루 24시간이 줄어들기라도 하듯이 시간은 점점 더 모자란다. 그런데 이렇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어쩐지 마음 속의 공허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그 이유는 바로 생각을 너무 많이, 빨리 하는데 있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주로 낭비적인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인데, 낭비적인 생각이란 끊임 없이 이리 저리 고속 질주하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아무런 결실이 없는 잡생각들을 말한다. 과거의 일이나 미래, 그리고 남들에 관해 우리가 하는 생각들은 거의 대부분이 낭비적인 생각들이다. 낭비적인 생각은 생각의 종류 자체가 생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실이 생길 수가 없다. 유익하고, 힘 있고, 생산적인 생각들은 기계를 돌리듯이 빨리 할 수 있는 생각들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를 창작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우리는 조용한 곳에 가서 한 가지 생각에 정신을 집중한다.

평화나 기쁨 또는 행복 같은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을 삶의 질이라고 볼 때, 생각의 속도가 빠르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질적인 경험을 할 여유가 없다. 즉, 삶의 순간들을 깊이 들여다 보고 음미할 수가 없다. 이것은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릴 때 길가의 풍경을 하나씩 자세히 보고 즐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있는 내용에만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 생각들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다른 때나 다른 사람의 일을 생각하며 현재의 순간을 보내므로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면 생각의 가지 수가 적어지므로 생각 하나 하나를 의식하고 느낌을 경험하게 되며, 따라서 매 순간 생생하게 깨어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생각의 속도가 느리면 필요한 일을 다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똑 같은 양의 일을 할 때 마음 속에 잡생각이 많은 사람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실수가 많지만 잡생각이 없는 사람은 하는 일에 관련된 생각에만 쉽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실수 없이 일을 마칠 수가 있다. 그래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덜 피로하며 매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뭔가를 경험하기 때문에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 생각의 속도를 늦춰서 삶의 질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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