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복지·문화 혜택··· 생활 밀착형 정책 10가지
연방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새 예산안에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세금 제도 개편, 금융·공공서비스 변화까지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정책이 담겼다. 캐나다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예산안의 큰 방향이지만,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과 제도 변화도 눈길을 끈다. 향후 5년간 1421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번 예산안에서 가계 부담과 생활 여건에 변화를 가져올 주요 정책 10가지를 정리했다.
① 식료품·생필품 지원금 확대
연방정부의 주요 생활비 지원책 중 하나는 기존 GST 크레딧을 개편한 ‘식료품·생필품 지원금(Groceries and Essentials Benefit)’이다.
예산안은 2026~27 회계연도에 한해 지원금을 50%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추가 지원금은 내년 초 대상 가구에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도 이와 유사한 일회성 추가 지급이 이뤄진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지원 대상인 1인 가구의 평균 수령액이 339달러, 자녀 2명을 둔 부부 가구는 679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족 단위 연간 총지원액은 약 257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확대된 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41억 달러로 추산된다.
② 푸드뱅크 지원 확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푸드뱅크를 찾는 주민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캐나다 전역의 푸드뱅크 이용 건수는 월 230만 건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역식품 인프라 기금(Local Food Infrastructure Fund)에 3년간 1억24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푸드뱅크와 관련 단체가 식품을 구매하고 보관·운영 시설 등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추가 예산은 2027~28 회계연도부터 집행될 예정이며, 해당 회계연도는 2027년 4월 1일 시작된다.
③ 10년 내 노숙 문제 해결 추진
주거난과 노숙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연방정부 소유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향후 10년 안에 노숙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중독 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계한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통합 지원 기금(Integrated Supports Fund)’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4년간 18억 달러를 투입하고, 민간과 공공기관, 자선단체 등의 추가 재원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전국에 정신건강 위기 대응 및 중독 치료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2년간 20억 달러 규모의 별도 기금도 조성할 방침이다.
④ 은행 수수료·신용카드 이자 부담 개선
은행 수수료와 신용카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예산안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은행이 고객에게 체킹·저축 계좌 이용에 따른 연간 수수료 내역을 알기 쉽게 정리해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객이 은행별 수수료를 비교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신용카드 대금 상환 방식도 손질할 예정이다. 정부는 카드 이용자가 대금을 갚을 때 이자율이 가장 높은 잔액부터 우선 상환하도록 하는 법 개정 방안을 놓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현재는 카드 대금이 여러 이자율로 나뉘어 적용될 경우 상환금이 어떻게 배분되는지에 따라 실제 이자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고금리 잔액부터 상환하도록 해 카드 빚을 더 빠르게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는 퀘벡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⑤ 세금 신고 마감일 변경
개인 소득세 신고 마감일도 바뀔 전망이다. 연방정부는 2027년 소득분에 대한 세금 신고부터 마감일을 일괄적으로 5월 15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행 시점은 2028년이다.
현재 일반 근로자의 신고 마감일은 4월 30일이며, 자영업자는 6월 15일까지 신고할 수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반 납세자는 기존보다 약 2주 늦게 신고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현재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납세자의 신고 일정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계획이다.
⑥ 예술인 대상 신규 세액공제 도입
예술인과 창작자의 경제적 기반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세금 혜택인 ‘캐나다 크리에이티브 크레딧(Canada Creative Credit)’ 도입도 추진된다.
연방정부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통해 얻는 사업소득에 대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상 중인 제도는 비환급형 개인소득세액공제 방식으로, 기본 개인소득공제(Basic Personal Amount)와 합산해 연간 최대 4만5000달러의 적격 순사업소득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인정하는 구조다.
여기서 4만5000달러는 예술인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나 현금성 혜택이 아니라 세금 공제를 적용하는 소득 기준이다. 비환급형 세액공제는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공제액이 실제 납부세액을 초과하더라도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는 없다.
⑦ 마사지 치료 서비스 GST/HST 면제
마사지 치료 서비스에 부과되던 연방 상품서비스세(GST)와 통합판매세(HST)가 면제된다. 의료·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마사지 치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GST/HST 면제 대상 의료서비스는 주로 각 주에서 공인·규제하는 의료 전문직을 중심으로 적용돼 왔다. 마사지 치료는 이미 여러 주에서 정식 의료 전문직으로 규제되고 있지만, 세금 면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다.
이번 예산안은 마사지 치료사를 GST/HST 면제 대상 의료 전문직 목록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주에서 면허나 자격 인증이 필요한 경우 이를 갖춘 치료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별도의 면허 요건이 없는 주에서는 다른 주의 면허 취득에 필요한 수준에 상응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번 조치는 예산안 발표일인 11월 5일 이후 제공되는 적격 마사지 치료 서비스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 이용자는 GST/HST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게 된다.
⑧ 세금 체납액 5만 달러 넘으면 신용등급에 영향
앞으로 캐나다 국세청(CRA)에 5만 달러가 넘는 세금을 체납한 납세자는 신용평가기관에 관련 정보가 제공돼 신용평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방정부는 국세청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액 세금 체납자의 정보를 신용평가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Income Tax Act)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에 따라 세금 체납 정보를 신용평가기관에 직접 제공할 수 없지만, 법 개정을 통해 다른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체납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세금 체납자의 납세 의무 이행을 유도하고, 금융기관 등이 개인의 신용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 법 개정안에는 GST/HST 체납 정보도 동일한 조건으로 신용평가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⑨ 25세 미만 국립박물관 무료 입장 상시화
25세 미만 청소년과 청년은 앞으로 캐나다 국립박물관을 연중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연방정부는 기존의 계절별 문화·관광 지원 프로그램인 ‘캐나다 스트롱 패스(Canada Strong Pass)’를 2027년 여름에도 연장하는 한편, 2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국립박물관 무료 입장은 상시 제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세 미만 국립박물관 무료 입장 제도를 위해 5년간 4630만 달러를 투입하고, 이후에도 매년 115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캐나다 스트롱 패스의 2027년 운영에는 별도로 7600만 달러가 배정된다.
⑩ 우표 가격 약 40% 인상
캐나다 우정공사(Canada Post)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일반 우표 가격이 인상된다. 현재 1.44달러인 일반 우표 한 장의 가격은 2027년부터 2달러로 약 39% 오를 예정이다.
이후에도 우표 가격은 매년 7%씩 인상된다. 정부는 편지 발송량 감소 등으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 우정공사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우편요금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에 가깝게 조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인상이 일반 소비자와 소규모 사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표 가격 인상에 따른 연간 추가 부담은 일반 소비자 약 6달러, 소규모 사업체 약 9달러로 추산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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