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의석 앞세워 내각 구성·재정 진단 착수
세금 인하·DRIPA 폐지, 정책으로 이어질까
세금 인하·DRIPA 폐지, 정책으로 이어질까
BC주 정권이 9년 만에 교체됐다. 지난 24일 주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신민당(NDP) 정부를 밀어내고 집권에 성공했다. 보수당이 주정부를 이끌게 된 것은 1928년 이후 98년 만이다. 선거 직전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임시 대표로 선출된 로른 도어크슨(Lorne Doerkson)은 이제 차기 수상으로서 새 정부의 진용을 갖추고 주요 공약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잠정 개표 결과 보수당은 주의회 93석 가운데 63석을 차지했다. 신민당은 28석, 녹색당은 2석을 확보했다. 보수당은 과반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확보해 안정적인 의회 운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신민당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야당이 됐다.
보수당의 승리는 한때 주류 정치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당이 불과 몇 년 사이 집권당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2020년 주 총선에서 보수당은 득표율 2%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존 러스타드 전 대표 체제에서 세력을 키워 2024년 총선에서는 44석을 얻으며 집권에 바짝 다가섰다. 이후 당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과 의원들의 탈당·제명으로 혼란이 이어졌으나, 이번 총선에서 과반 정부를 구성하며 정권 교체를 이뤘다.
◇선거 직전 당 대표 맡아 집권까지
도어크슨 차기 수상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당을 이끌어 온 인물이라기보다, 급격한 당내 변화 속에서 지도부를 맡아 집권까지 이끈 인물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약 20년간 신문 발행업계에서 일했으며, 2020년 카리부-칠코틴(Cariboo-Chilcotin) 선거구에서 당시 BC자유당 소속 주의원(MLA)으로 처음 당선됐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 뒤 보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보수당은 케리-린 핀들레이 전 대표가 취임 넉 달도 채 되지 않아 사퇴하면서 다시 지도부 공백을 맞았다. 도어크슨은 지난 9월 임시 대표로 선임됐고, 당을 떠났던 일부 의원들의 복귀를 이끌며 선거를 치렀다. 총선 승리로 차기 수상 자리를 확보했지만, 아직 당의 정식 대표는 아닌 만큼 지도부 지위를 공식화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도어크슨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첫 100일의 주요 과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각을 구성하고 보건·재정 등 핵심 부처를 이끌 인사를 정해야 한다. 주의회 회기를 언제 재개할지도 결정해야 하며, 올가을 회기를 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재정 적자 진단·원주민 권리법 폐지가 핵심 쟁점
새 정부가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 중 하나는 주 재정이다. 도어크슨은 주 재정 전반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존 호건 전 수상으로부터 약 60억 달러의 흑자를 물려받았던 신민당 정부는 현재 약 14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밴쿠버 상공회의소는 새 정부가 재정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당이 세금 인상 없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 진단 결과가 향후 지출과 정책 우선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원주민 권리 선언법(DRIPA) 폐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보수당은 선거 과정에서 해당 법의 폐지를 공약했으며, 도어크슨도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다만 원주민 단체들은 법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BC주 인디언 추장 연합(UBCIC)의 스튜어트 필립 의장은 정부가 실제로 폐지에 나설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새 정부가 공약 이행에 나설 경우 원주민 공동체와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보수당은 이 밖에도 소득세 인하, 주택 건설 절차 간소화,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 보육 선택지 확대, 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선거 승리로 정책 추진의 기반은 확보했지만, 재정 여건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속에서 각 공약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실행할지가 관건이다.
도어크슨 차기 수상은 집권 첫날부터 곧바로 업무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만큼, 앞으로는 선거 승리 자체보다 재정 운용과 핵심 공약의 이행 여부가 새 정부의 초기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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