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0일은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가 지정한 ‘간의 날’이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의 주요 원인은 B형간염(61%)과 C형간염(15%)으로 간암 환자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이 바이러스성 간염과 관련돼 있다. 간 건강을 위해 암 검진뿐 아니라 간염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B형간염, 간수치 정상이어도 치료 필요할 수 있어
B형간염은 국내 간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감염이 확인되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동안 만성 B형간염의 치료 여부를 판단할 때는 간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효소 ALT 수치가 주요 기준으로 쓰였다. 하지만 간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바이러스 증식이 지속되면 간질환이 진행하거나 간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ALT 수치뿐 아니라 혈액 내 바이러스 양을 나타내는 HBV DNA 수치, 간경변증 여부, 향후 간질환 악화 및 간암 발생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를 반영한 2026 대한간학회 만성B형간염 개정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HBV DNA가 2000 IU/mL 이상, 10⁸ IU/mL 이하인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에게 ALT 수치나 다른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한다. 간수치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바이러스 수치를 바탕으로 치료 필요성을 판단해 조기 치료 대상을 넓힌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B형간염 치료는 간수치가 상승한 뒤 시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위험을 토대로 더 일찍 개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환자도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HBV DNA 수치와 간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등도 바이러스혈증이 있으면서 ALT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하지 않은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군의 간암, 비대상성 간기능 악화, 간이식 또는 사망을 포함한 중대한 간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이 대조군보다 약 80% 감소했다.
적기에 치료하려면 접근성 확대를
다만, 아직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2018~2020년 국내 자료 분석 결과, 전체 B형간염 감염자 가운데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비율은 평균 22.2%에 그쳤다. 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간 차이가 치료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현행 급여기준은 간경변증이 없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바이러스 수치 외에도 AST·ALT 상승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간 염증·섬유화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한다.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가 권고되더라도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임영석 교수는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 대상이 확대된 만큼 치료가 권고된 환자가 비용 부담으로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보험 적용 기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치료가 늦어져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면 환자가 겪는 건강상의 고통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형간염 국가검진, 치료까지 이어져야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은 없지만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로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 감염 사실을 일찍 확인해 치료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지난해부터 5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가 도입된 바 있다. 2025년 국가건강검진 결과 보고에 따르면, 56세에서 C형간염 329건이 진단됐으며 이는 다른 50대 연령보다 약 네 배 많은 수치다.
문제는 선별검사에서 발견한 감염 여부가 실제 확진과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5년 국가검진에서 C형간염 항체 양성으로 확인된 4360명 중, 현재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HCV RNA 검사를 받은 비율은 44.9%에 그쳤다. 항체 양성은 현재 감염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으나 과거 감염 후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사라졌거나 치료로 완치된 경우에도 항체는 양성으로 남을 수 있어 HCV RNA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는 “C형간염 항체검사는 감염 가능성을 가리는 선별검사이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HCV RNA 검사로 현재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확진검사를 받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더 낮았다. 확진자로 추정된 사람 가운데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처방이 확인된 비율은 18.0%였다. 장은선 교수는 “항체 양성 결과만 통보하고 이후 과정을 환자에게 맡기면 확진검사나 치료를 놓칠 수 있다”며 “의료기관 방문과 치료 여부까지 확인하고 치료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속적으로 치료 필요성을 알리는 사후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간암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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