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 여성 국방참모총장
36년 육군 복무한 제니 카리냥
36년 육군 복무한 제니 카리냥
“강력하고 경계 태세가 확고한 군대를 갖추면 적은 공격할 경우 자신들이 맞닥뜨릴 대가를 계산하게 됩니다. 적대 세력이 공격에 앞서 그런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군 본연의 역할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만난 제니 카리냥(58) 캐나다 국방참모총장(육군 대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국군의 대비 태세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양국 간 국방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캐나다 역시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핵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며 “군의 목적은 적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있다. 억지에 성공하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했다. 캐나다가 북한에 대한 유엔(UN)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작전에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국방참모총장은 캐나다군 최고 서열의 현역 군인이다. 카리냥은 2024년 캐나다 최초 여성 국방참모총장으로 취임했다. 1990년 공병 장교로 임관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을 누볐고 육군 제2사단장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라크 임무 사령관 등을 역임한 36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군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는 2019년 11월부터 1년간 수행한 이라크 파병 임무를 꼽았다. 부임 직후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잇따랐다. 카리냥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모두 잘못됐다. 해결책도, 참고할 교과서도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명령을 내리고 임무 전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했다”고 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경험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강한 군대의 핵심은 ‘사람’이다. 카리냥은 “기술이 발전해도 전쟁은 인간의 의지가 충돌하는 싸움”이라며 “빠르게 배우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군대가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기강도 중요하다. “기강이 없다면 군대는 그저 무장한 범죄자들의 집단에 불과합니다. 군 기강이란 정당한 이유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군의 기강과 전문성은 국민이 군을 신뢰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여성으로서 군 최고위직에 오르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국방참모총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시선에 스스로를 의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카리냥은 “남의 시선과 평가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며 “때로는 남의 조언을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 자녀의 어머니인 카리냥의 남편도 군인 출신이다. 두 자녀 역시 군 복무 중이다. 그는 “가족끼리 저녁을 먹을 때면 대화가 상당히 흥미롭다”며 “군인이 된 두 아이도,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아이도 모두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녀들이 군 생활에 관해 조언을 구하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되,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리도록 한다고 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다름 아닌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이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 카리냥은 “원래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하지 않아 한국에 올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며 “한국 치킨은 식감과 향, 양념이 특별하다. 너무 바삭하지도, 너무 눅눅하지도 않아 딱 알맞다”고 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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