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출전 재일교포 태극전사들
“중학교 친구들부터 친척까지 구경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이만큼 성장했다고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200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대학까지 오사카에서 다니다가 중퇴하고 향한 곳은 조국, 한국이었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홍유순(21)은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재일 교포 4세다. 2024년 돌연 한국 WKBL(여자프로농구)행을 결정한 그는 당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신한은행에 선발된 뒤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9개월 뒤 그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최종 명단에 들며 태극 마크를 달게 된다. 데뷔전부터 16점을 넣었고 올해 월드컵 예선에서도 5경기에 출전해 국가대표로 자리 잡았다.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뽑혔다.
홍유순은 “한국 국가대표가 된 뒤 일본에서도 축하를 많이 받았고, 한국에서 뛸 때 내 경기를 못 본 분들이 이참에 많이 오신다고 한다”며 “‘한국에 간 이후 이런 선수가 됐다’고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 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세 경기 모두 출전해 팀의 3연승에 일조했다. 조 1위로 토너먼트를 통과한 한국은 24일 인도네시아와 4강행을 다툰다.
승리가 이어지면 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수도 있다. 한일전 가능성에 대해 홍유순은 “일본 팀에는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들이 많아 일본과 대결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했다.
홍유순처럼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 교포 태극 전사들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특별한 무대다. 유도에선 허미미(24)와 김지수(26)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일본 도쿄 출신인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에 진학한 일본 유도 유망주였지만 2021년 한국 국적을 선택하며 태극 마크를 달았다. 허미미는 홍유순이 꼽은 ‘재일 교포 국가대표’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허미미는 “한국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할머니의 뜻을 따라 한국에서 유도를 하게 됐다. 한국에 온 뒤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미미가 한국 대표가 되기 얼마 전 그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에서도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뛴다. “꼭 금메달을 따서 할머니 묘비 앞에 가져가 인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일본 효고현 히메지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3세 김지수도 일본 청소년 유도 대표로 선발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7년 “한국인이라면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며 고교 졸업을 앞두고 한국행을 택해 태극 마크를 달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경북 상주)을 따라 경북체육회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지난 6월 그랑프리 은메달로 상승세를 타는 김지수는 자신의 고향 일본에서 금메달을 걸겠다는 각오다. 허미미와 김지수는 10월 1일 여자 57㎏급, 63㎏급에 각각 출전한다.
소프트볼에선 2014년 한국으로 귀화한 재일 교포 3세 출신 배유가(37)가 나선다. 2014년 인천부터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출전으로, 일본에서 경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유가는 “재일교포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4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돼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성장한 일본에서 한국의 소프트볼 역대 최고 성적 4위를 넘어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소프트볼은 26일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나고야=이태동·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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