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잠들기 전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 연구팀은 평균 연령 24세의 건강한 성인 88명을 대상으로 저녁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수면 제한으로 인한 장기 기억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운동 여부와 수면 시간에 따라 ▲8.5시간 수면 ▲4.5시간 수면 ▲저녁 30분 자전거 운동 후 8.5시간 수면 ▲저녁 30분 자전거 운동 후 4.5시간 수면 총 네 개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운동을 실시한 그룹은 저녁 시간에 최대산소섭취량의 55~60% 강도로 30분간 실내 고정식 자전거를 탔고, 운동을 실시하지 않은 그룹은 40분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는 80쌍의 얼굴과 이름을 암기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는 동안에는 머리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뇌파와 눈 움직임, 심장 박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운동 없이 4.5시간만 잔 그룹은 8.5시간을 충분히 잔 그룹보다 다음 날 아침 장기 기억 회상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잠들기 전 30분간 중강도 자전거 운동을 하고 4.5시간만 잔 그룹은 운동 없이 짧게 잔 그룹보다 기억력 평가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8.5시간 수면을 취한 그룹과도 통계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장기 기억 회상 점수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핵심 기전으로 '서파수면'을 꼽았다. 서파수면은 느리고 큰 뇌파가 나타나는 깊은 수면 단계로, 학습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통합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수면 시간이 4.5시간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도 운동을 한 그룹에서 서파수면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서파수면 비율과 장기 기억 회상 점수 사이에도 연관성이 확인됐다.
취침 전 가벼운 신체 활동은 수면의 질 자체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규칙적인 움직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잠에 쉽게 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생체 시계를 조절해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형성하며, 적당한 신체 피로감은 깊은 잠을 유도한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수면 부족을 운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 대상이 건강한 젊은 성인 88명으로 제한됐고, 한 차례의 중강도 운동과 하룻밤의 수면 제한 상황을 분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운동으로 기억력 저하가 일부 상쇄됐더라도 4.5시간의 수면 자체가 충분한 수면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수면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Sleep'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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