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빙하호 2만5000개 넘어
200개는 붕괴 고위험 호수로 추산
200개는 붕괴 고위험 호수로 추산
지난 26일(현지 시각) 네팔과 티베트(중국)를 덮친 대규모 ‘빙하 호수 쓰나미’는 기후변화로 야기된 재난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비극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부터 미얀마까지 8국에 걸친 힌두쿠시-히말라야(HKH) 고산지대에 있는 빙하 호수 붕괴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다.
28일 히말라야 권역의 기후 및 빙하를 연구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등에 따르면, HKH 지역의 빙하 호수 붕괴 위험은 21세기 말까지 2020년대의 3배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ICIMOD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네팔과 연결되는 코시·간다키·카르날리 3개 유역의 빙하 호수 3624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47개가 ‘고위험’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현재 HKH 지역에 있는 면적 3000㎡(약 908평) 이상의 빙하 호수가 총 2만5614개임을 감안하면 실제 위험 호수는 2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21세기 후반에는 이 숫자가 3배 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2100년에 HKH 빙하의 80%가 사라지고, 특히 히말라야 동부는 2050년을 전후해 붕괴 위험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온난화 여파로 빙하가 줄어드는 이 기간이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이제 ‘빙하가 얼마나 사라지나’를 넘어 ‘빙하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재난이 만들어지는가’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빙하가 녹으면 그 여파로 산과 강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홍수나 산사태가 증가할 뿐 아니라 나중엔 빙하라는 ‘천연 저수지’가 작아져 물 부족 현상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호수 2배 늘어··· 제2·3의 네팔 참사 우려
‘제3의 극지’로 불리는 힌두쿠시-히말라야(HKH)는 세계에서 극지방 다음으로 많은 눈과 얼음을 저장한 지역이다. ICIMOD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 6만3700개 이상의 빙하가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5만5782㎢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호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HKH 지역의 면적 1만㎡(약 3025평) 이상 빙하 호수는 2000년 2306개에서 2010년 3015개, 2020년엔 4420개로 20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빙하 호수의 총면적도 2000년(280.94㎢) 때와 비교하면 지난 2020년(342.08㎢)에 20% 이상 커졌다.
문제는 빙하가 녹는 속도까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ICIMOD는 HKH 지역의 빙하 감소 속도가 2000년대와 비교하면 2010년대에 약 65%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산악지대에 있는 빙하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약 6조5420억t이 사라졌다. 특히 2012~2023년 연평균 손실량은 2000~2011년보다 36% 증가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2022~2024년을 “관측 이래 빙하의 질량 손실이 가장 컸던 3년 연속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질수록 고지대에 생긴 ‘물그릇’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머리 위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거대한 물그릇이 몸집을 빠르게 불려 가는 것이다.
이번 네팔 참사 전부터 징후는 나타나고 있었다. 2023년 10월 인도 시킴에선 사우스 로낙 빙하 호수가 터지며 약 5000만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와 마을을 덮쳤다. 이 사고로 55명이 숨지고 74명이 실종됐다. 2024년 8월에는 네팔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암석이 응골레 초 호수에 떨어지며 홍수가 발생했다. 물살이 토사와 암석을 싣고 80㎞ 넘게 흘러 타메 마을의 주택 25채와 학교·보건 시설·교량 등을 파괴했고, 이재민 135명이 발생했다. 작년 7월에는 중국 티베트 푸레푸 빙하 표면에 생긴 호수가 터지며 11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됐다.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는 교량과 도로도 파괴됐다.
시간이 흘러 빙하가 작아질 대로 작아지면 정반대의 위험이 찾아온다. 산악 빙하는 겨울과 우기에 내린 눈과 얼음을 저장했다가 따뜻하고 건조한 계절에 녹여 보내는 거대한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한다. 온난화 초기에는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더 이상 녹을 빙하가 없어지면 이런 융해수 공급도 줄어들게 된다. ICIMOD는 HKH 지역의 물 공급량이 2050년을 전후해 정점에 달한 뒤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의 빙하와 눈은 인더스·갠지스·브라마푸트라 등 12개 주요 하천을 통해 산악 지역 약 2억4000만명, 하류 지역 약 16억50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빙하 감소가 장기적으로 식수뿐 아니라 농업용수와 수력발전 등 아시아의 물·식량·에너지 안보까지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위험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대비는 더딘 상황이다. 빙하 호수 붕괴를 막으려면 인공 배수로를 만들어 호수 수위를 낮춰야 한다. 실제 네팔은 2016년 에베레스트 인근 빙하 호수인 임자에 인공 배수로를 만들어 수위를 3.4m 낮추고, 하류 약 50㎞ 위험 구간 6개 마을에 자동 경보 사이렌을 설치했다. 그러나 해발 수천m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흩어진 수많은 호수를 이런 방식으로 모두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빙하 융해수 감소에 맞춰 댐·농업용수·수력발전 등 물 관리 체계까지 바꿔야 하지만 당장은 홍수조차 대비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빙하 호수 붕괴를 대비해 관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빙하 쓰나미는 단순한 홍수가 아니라 산사태처럼 물과 흙, 돌이 함께 떠내려오기 때문에 민가에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며 “한 국가에서 빙하 호수 붕괴 홍수가 발생하면 국경을 넘어 강 하류에 있는 국가까지 덮치는 만큼, 위성으로 빙하호수의 생성과 팽창을 추적하고 국가 간에 관측 자료와 경보도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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