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국에 일주일간 조기 게양 지시
미국을 대표하는 팝 가수이자 활발한 자선 활동으로 세대와 인종을 초월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온 ‘컨트리의 대모’ 돌리 파튼(80)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영화 주제가로 유명한 ‘나인 투 파이브’, 휘트니 휴스턴의 리메이크로 더 유명해진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등 수많은 히트곡을 직접 부르거나 작사·작곡하며 컨트리 음악을 미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활발한 자선 사업과 재능 기부 활동으로 인종과 세대를 초월한 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통합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 시대 최고의 컨트리 가수, 그 이상인 돌리 파튼의 별세는 수백만 명의 손실”이라고 애도하고 26일 오후 6시(현지 시각)를 기해 전국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대중 음악인의 별세에 미국이 조기 게양으로 국가적 추모에 나서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파튼은 컨트리 음악의 대모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로 대중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면서도 배우와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소외 계층을 위한 활발한 사회 공헌과 재능 기부 활동에 앞장서며 컨트리 음악의 주류 소비층이 아닌 흑인과 젊은 층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46년 1월 19일 컨트리의 고향으로 불리는 테네시주 애팔래치아 산골 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교회 가수로 활동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정통 컨트리 음악을 배우고 가족 밴드에서 활동했다.
지역 방송국에 출연하며 ‘컨트리 신동’으로 알려지던 그는 열세 살이던 1959년 컨트리 꿈나무들이 선망하는 무대인 내슈빌의 라디오 공개 방송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에 처음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후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교 졸업 후 컨트리 음악의 중심지 내슈빌로 거처를 옮긴 뒤 가창력과 뛰어난 작곡 실력까지 알려지면서 컨트리 음악의 신성으로 주목받았다. 빼어난 가창력에 관능적인 미모까지 갖춘 그에게 대중은 주목했고 대형 음반사 RCA에 스카우트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1980년대까지 컨트리를 기반으로 대중성이 강한 팝 음악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팝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파튼의 활약에 힘입어 이후 페이스 힐, 샤니아 트웨인, 캐리 언더우드, 그리고 팝의 여제로 평가받는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르기까지 ‘컨트리 디바’의 계보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산 그래미상을 열한 차례 받았고, 누적 음반 판매량은 1억장이 넘는다.
한국에는 1980년 발표한 동명 영화 주제가 ‘나인 투 파이브’가 특히 잘 알려져 있다. Yawnin', stretchin', try to come to life(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펴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지)/Jump in the shower and the blood starts pumpin'(샤워실에 뛰어들면, 피가 솟구치기 시작해)/Out on the streets the traffic starts jumpin'(길거리에 나서니 교통지옥이 시작돼)/And folks like me on the job from nine to five(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나 같은 직장인들로 붐비네)로 이어지는 속사포 같은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으로 쳇바퀴 속 다람쥐 같은 직장인 애환을 담은 노래로 한국의 애창 팝송 중 하나가 됐다. 1991년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가 히트하면서 이 곡을 먼저 쓰고 취입한 파튼의 음악성도 함께 주목받았다.
적지 않은 미국의 팝스타들이 개인적 일탈로 구설에 오른 것과 달리 파튼은 사업가로도 커다란 성공을 거뒀고, 수차례 선행과 사회 공헌을 했다.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두드러질수록 그의 선행이 조명되면서 ‘분열된 미국 사회를 보듬어준 어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파튼은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0~5세 영유아들을 위한 독서 후원 프로젝트를 해왔는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아일랜드까지 아우르는 범세계적 사회 공헌 사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는 미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 참여 중인 테네시주 내슈빌 밴더빌트대 의료진에 그가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를 쾌척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자신이 쓰고 부른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지구촌에 널리 알린 휘트니 휴스턴이 2012년 숨지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원곡자인 자신이 다시 리메이크했고, 여기서 발생한 음원 수익을 내슈빌의 낙후한 흑인 거주 지역 생활 환경 개선 사업에 썼다. 형식적으로는 투자이지만, 지역 사회를 위한 통 큰 기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선행이 잇따라 후일담으로 알려지면서 파튼은 세대와 인종을 초월해 사랑받는 미국 통합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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