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무역 갈등에 반미감정 재분출
퀘벡주 등 “캐나다 제품 사자” 호소
여행객들 미국행 기피로 국경 한산
성인 79%가 “트럼프는 비호감”
퀘벡주 등 “캐나다 제품 사자” 호소
여행객들 미국행 기피로 국경 한산
성인 79%가 “트럼프는 비호감”
“오, 그대는 보이는가(O say, can you see)~” “우~”
지난 22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FC댈러스의 경기를 앞두고 가수 에마 커리가 미국 국가(國歌)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우~” 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같은 날 CF몬트리올과 LA갤럭시의 몬트리올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을 때도 관중은 야유를 쏟아냈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지 하루도 안 돼 표출된 반미(反美) 감정의 단면이었다. 앞서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의 관세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2일 0시를 기해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어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우리는 공격받았다”며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23일 소셜미디어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주(州)가 되진 않으면서 주가 누리는 혜택은 다 누리려고 한다”고 비아냥대면서 캐나다인의 반감이 타오르는 양상이다.
◇들끓는 반미 감정
양국 무역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산 대신 자국 제품을 사자는 ‘바이 캐나디언(Buy Canadian)’ 운동도 다시 확산하고 있다. 크리스틴 프레셰트 퀘벡주 총리는 22일 각 가정에서 매주 25캐나다달러(약 2만5000원)어치라도 퀘벡산 제품을 더 사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퀘벡 제품을 사는 것은 경제적 행동이 아니라 애국적 행동이며 연대의 표현”이라고 했다. 뉴브런즈윅 등 다른 동부 지역 주총리들도 잇따라 자국산 구매를 촉구했다.
미국산 주류는 이미 불매운동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캐나다 온타리오·브리티시컬럼비아 등 여러 주가 미국산 버번과 와인 등을 공영 주류 매장 진열대에서 빼기 시작했고, 미국은 이를 캐나다의 ‘차별적 조치’ 가운데 하나로 지목해왔다. 무역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주 카니는 각 주에 미국산 술을 다시 진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한 상태다. 지난달 말 아바쿠스 데이터 조사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온타리오·매니토바와 대서양 연안 4개 주 주민의 69%가 미국산 주류 판매 제한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판매 재개를 원하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미국 방문을 꺼리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편과 자동차를 이용해 미국에 다녀온 캐나다인은 약 228만명(잠정치)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가량 늘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취임 전인 2024년 7월 약 319만명에 비하면 여전히 약 71% 수준이다.
반미 감정은 양국 사이의 ‘세계에서 가장 긴 육상 국경’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지난달 퀘벡주에서 미국 뉴욕주로 이어지는 주요 국경 검문소를 찾아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한 캐나다인의 불만 때문에 미국행을 피하는 여행객이 늘면서 국경이 한산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넘어 미국 자체가 “비호감”
캐나다와 미국은 2차대전 중에 창설된 군사 협의체 영구합동방위위원회(PJBD) 등을 통해 안보 협력을 이어 왔고,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멕시코까지 포함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등으로 밀착해 왔다. 같은 영어권에 해당하는 양국 국민도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며 활발하게 교류했다. 1961년 캐나다 의회를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지리학은 우리를 이웃으로, 역사는 우리를 친구로, 경제는 우리를 파트너로, 그리고 필요성은 우리를 동맹으로 만들었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인의 반감은 트럼프 개인을 넘어 미국 자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앵거스리드연구소가 지난달 10~14일 캐나다 성인 2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8%로 ‘호감’(45%)을 앞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비율은 79%에 달했다. 캐나다가 미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5%가 ‘조심스럽게 대하거나 잠재적 위협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6%는 아예 미국을 ‘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여론은 카니가 트럼프와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미국인들은 캐나다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약탈적으로 인식되는 미국의 정책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대다수 캐나다인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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