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불만이 낳은 포퓰리즘 정책 후폭풍
사고 예방 효과 무시·세수 낭비 프레임 씌워
사고 예방 효과 무시·세수 낭비 프레임 씌워
캐나다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온타리오주가 과속 차량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더그 포드 주수상이 과속 단속 카메라를 지자체 ‘현금 갈취’ 수단으로 몰아 전면 금지한 지 9개월 만이다. 카메라가 사라지자 과속 차량은 4배로 늘었고, 일부 주요 도로에서는 열 대 가운데 여덟 대가 제한속도를 넘길 만큼 속도 위반이 일상화됐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토론토 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수도이자 온타리오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오타와의 카티마빅 로드에서 제한속도를 넘긴 차량 비율은 지난해 가을 14%에서 올해 5월 80%로 뛰었다. 카티마빅 로드는 학교를 낀 저속 구간이다. 과속 카메라가 돌아가던 시절에는 일곱 대 중 한 대가 과속으로 기록됐지만, 카메라를 철거하자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가 오히려 소수가 됐다.
같은 변화는 다른 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올리비아 차우 토론토 시장은 지난 6월 제한속도보다 시속 11㎞ 이상 빠른 차량 비율이 2%에서 8% 이상으로 늘었다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끔찍하다”고 했다. 토론토 서쪽 인구 15만명 규모 위성 도시 구엘프에서는 과속 카메라가 사라진 지 6개월 만에 제한속도를 시속 11~15㎞ 초과한 차량이 3.9%에서 12%로, 시속 15㎞ 넘게 초과한 차량이 2.2%에서 7.2%로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자료를 공개한 지자체 가운데 예외 없이 모든 지역에서 과속 차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됐다. 구엘프시 도로안전 담당관은 주민들로부터 “운전자들이 거리를 경주로처럼 쓰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고 했다. 토론토에서는 최근 카메라를 철거한 지점 인근에서 최소 두 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메라 철거 이후 6개월 여가 지났다는 점을 들어 “과속 증가가 교통 사고와 사망자 수를 얼마나 늘렸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온타리오시가 이전에 설치했던 과속 단속 카메라는 한국 도로에 깔린 무인 단속 장비와 원리가 같다. 지나가는 차량 속도를 재고, 기준치를 넘긴 차는 번호판을 찍어 벌금 고지서를 우편으로 보낸다. 이 방식은 1987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미국에서만 370여개 지자체가 운영한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만 1만대가 넘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을 만큼 일상화 됐다.
온타리오주는 1994년 토론토 외곽 고속도로에 카메라를 처음 세웠다. 이후 2017년 주법을 고쳐 지자체 차원에서 시내 곳곳에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도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카메라는 학교 앞과 사고 잦은 도로로 퍼졌다.
그러나 포드 주수상이 지난해 9월 이 제도에 손을 대면서 32년 동안 이어졌던 과속 단속 카메라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당시 그는 “납세자와 운전자를 보호하고 이들이 바가지를 쓰는 일을 막겠다”는 명분을 들어 주 전역 카메라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다.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지난 3년 동안 포드 주총리와 각료들 차량은 과속 카메라에 23차례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지자체장 20명이 반대했지만, 지난해 10월 주의회를 통과했다. 포드 주수상이 이끄는 진보보수당은 주의회 124석 중 80석을 쥐고 있어 원하는 법안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 결국 온타리오주 내 각 도시는 법안 통과 2주 만에 모든 과속 벌금 고지서 발부를 중지했다. 포드 수상은 이와 동시에 온타리오주 휘발유세를 유예하고, 주요 고속도로 통행료를 없애는 등 유권자 친화적인 정책을 줄지어 내놨다.
주정부는 과속 단속 카메라 철거 이후 사고가 늘고, 시민들 비판이 커지자 지자체에 예산을 동원해 과속방지턱과 고원식 횡단보도를 놓으라고 지시했다. 고원식 횡단보도는 일반 횡단보도와 달리 높이를 약 10cm 정도 높여 설치하는 교통안전시설물이다.
그러나 실제 과속이 벌어지는 넓은 간선도로에는 버스 같은 대형 차량 통행과 앰뷸런스, 소방차 같은 긴급차량 통행 때문에 방지턱을 놓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구엘프시는 “교통정온화 시설을 놓아 달라는 요청이 300건 밀려 있지만, 인력과 예산상 1년에 5건 정도만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마티 시미아티키 토론토대 지리·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포드 주총리는 도시가 아니라 교외 표심을 대변하면서 정치 경력을 쌓았다”며 “그는 처음부터 운전자에게 영합한 정책을 펼쳤고, 현재 과속 급증을 역시 완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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