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6만명 넘게 찾아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센터. 이틀 전 입국한 카자흐스탄 관광객 A(44)씨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원래 전날 흉부 X선, 혈액 검사 등과 함께 대장 내시경을 마치도록 돼 있었지만, 그가 장을 깨끗이 비우지 않아 센터 측이 바로 하루 뒤인 이날 검사 일정을 다시 잡아줬다. 그는 “건강검진이 워낙 잘돼 있다고 들어서 이번 한국 관광 계획을 짤 때부터 이를 첫 일정으로 잡았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키르기스스탄 출신 B(49)씨는 몇 년 전 이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은 것을 계기로 해마다 건강검진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 올해는 자신의 아들(17)도 데리고 왔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은 갈수록 늘어, 지난해는 전년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K의료’는 피부과·성형외과만이 아니다. 국내 건강검진 역시 ‘K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4일 ‘혈액 검사부터 초음파까지, 세계적 의료 허브로 부상하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 일정 중에 하루를 내어 전신 종합검진을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가디언 등도 K건강검진을 기사로 다뤘다. 가디언은 “한국이 미용뿐 아니라 종합 의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외국인은 총 6만5228명. 2년 전인 2023년(5만385명)보다 약 30% 증가했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K의료’가 바로 건강검진 기관이었다.
외국인들은 K건강검진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저렴한 비용을 첫손에 꼽는다. 미국 등에선 아무리 좋은 보험에 가입해 있더라도 건강검진 최소 비용이 600~800달러(약 88만~117만원) 정도 든다. 특히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은 그 비용만 300만~400만원 수준인 데다, 촬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이 있어야만 찍을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선 100만원 정도면 대부분의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대학병원급이 아닌 검진 전문 병원에서 받으면 그 가격이 40만원대로 낮아진다.
건강검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진이나 기관장 같은 주요 인사가 한국에 출장 온 김에 검진까지 받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는 “유럽에선 독일이 검진으로 유명하지만, 최소 사흘 정도 걸리기 때문에 병원 근처 호텔을 잡거나 입원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오전 안에 검사가 다 끝나기 때문에 주요 VIP(귀빈)들이 한국 출장 중에 짬을 내서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검진만 빨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도 빨리 나온다. 정혜원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부원장은 “정말 빠른 경우엔 이틀 만에 결과를 받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선 지난해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이 어머니를 모시고 와 검진을 받게 했는데, 어머니의 유방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거쳐 일주일 만에 수술을 받기도 했다.
진료 수준이 높은 데다 서비스까지 친절한 점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소다. 외신들은 병원마다 통역 가능한 인력이 충분한 점,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하다는 점, 검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계해준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뛰어난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양적인 외모를 가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던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한국의 서비스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성창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한국의 건강검진은 높은 의료 수준과 우수한 서비스로 외국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부도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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