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으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검진 결과만 믿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지나쳤다가 뒤늦게 질환을 발견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건강검진은 주요 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검사일 뿐 모든 질환을 찾아내는 검사는 아니다. 성애의료재단 성애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연 과장은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질환이 발견돼 병원을 찾는 환자는 생각보다 흔하다"며 "국가 기본 건강검진도 질환 종류에 따라 발견율이 60~80% 수준이어서 초기 질환은 정상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건강검진, 왜 놓치는 질환 생길까
국가건강검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해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과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모든 질환을 찾아내기 위한 정밀검사와는 목적이 다른 만큼 검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질환도 있다. 뇌혈관질환이나 췌장암·담도암 같은 심부 장기 질환, 초기 자가면역질환, 미세한 부정맥 등은 일반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 엑스선 검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일부 미분화 위암이나 소세포폐암은 이전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더라도 다음 검진 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기검진만으로는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검사 방법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복부 초음파나 흉부 엑스선 검사는 촬영 각도, 장내 가스, 체형 등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긴다. 크기가 작은 초기 병변은 정상 조직과 구분되지 않아 검진에서 놓치기도 한다. 국가검진은 대부분 1~2년 주기로 시행된다. 검진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이후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 시기와 관계없이 진료받고 필요한 검사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검진 결과보다 중요한 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
건강검진 결과가 정상인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주치의와 함께 증상의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위내시경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명치 통증이 지속된다면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췌장, 담낭, 담도 질환을 의심해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검사 범위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 기침이 3주 이상 이어지는데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면 흉부 CT 등 추가 영상검사를 고려한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혈관질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뇌 CT나 MRI(자기공명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혈변이나 혈뇨가 반복될 경우에는 각각 대장내시경이나 비뇨기계 정밀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가족력도 검진 항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부모나 형제에게 암이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일반 건강검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대장내시경,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방초음파 등 가족력에 맞춰 검진 시기를 앞당기거나 검사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 사이 체중이 5~10% 이상 감소하거나 명치·윗배·옆구리 통증 또는 두통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객혈·혈변·혈뇨, 한쪽 팔다리 마비, 어눌한 말투, 삼킴 장애, 대소변 장애, 원인 불명의 지속적인 고열도 검진 결과와 관계없이 정밀검사를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김주연 과장은 “건강검진은 건강을 보증하는 검사가 아니라 질환 위험을 선별하는 과정”이라며 “정상 판정만 믿기보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와 가족력을 함께 살펴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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