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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갑자기 생긴 당뇨··· 췌장암 경고 신호였다

오상훈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4-14 16:03




체중 증가나 식습관의 변화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할 근거가 명확해졌다. 췌장암 세포가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특정 단백질을 뿜어내 고혈당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규명되었다.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형인 ‘췌관 선암종’(PDAC)은 진단 시 이미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예후가 극히 불량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췌장암 진단에 앞서 신규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 당뇨병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현상이 흔히 관찰되어 왔다.

췌장암과 당뇨병의 인과관계는 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고혈당의 원인이 인슐린 저항성에 있는지, 아니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β)세포의 기능적 결함에 있는지를 명확히 구분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군과 동일한 수술을 받은 대조군을 구성하고 충분한 생물학적 시료를 확보하는 전향적 연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신애·이민영·윤동섭·김형선 교수와 서울대학교 박준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에게 당뇨병이 흔히 동반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췌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160명(췌장암 72명, 비췌장암 88명)을 등록하고,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수술 전후로 경구당부하검사(OGTT)를 실시해 포도당 대사 및 인슐린 분비 기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췌장암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술 전 더 심한 고혈당과 현저한 인슐린 분비 저하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동일한 췌장절제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췌장암 환자군에서 고혈당이 더 뚜렷하게 개선됐고 췌장 절제에 따른 인슐린 분비 기능 감소 폭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이는 수술 전 췌장 종양에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인자가 분비되어 영향을 주고 있었으며, 종양 제거가 해당 억제 신호를 부분적으로 해소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췌장절제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군과 비췌장암 대조군을 비교 분석했다. 수술 전에는 췌장암 환자군의 혈당이 더 높고(HbA1c 지표) 인슐린 분비가 현저히 저하됐으나(HOMA-β 지표), 수술로 암세포가 제거된 후에는 비췌장암 대조군에 비해 췌장암 환자군에서 고혈당 개선과 인슐린 분비능 지표의 회복 양상이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췌장 종양에서 생성되는 인슐린 분비 억제 후보 물질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의 혈액과 췌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췌장암 환자의 혈액 내에는 발암 매개 단백질인 ‘Wnt5a’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도 주변 부위에서는 해당 신호전달 경로의 핵심 구성요소인 ‘β-catenin'의 발현 역시 증가해 있었다.

특히, 혈액 내 Wnt5a 단백질의 농도는 췌장의 β-catenin 발현과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더욱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들의 증가 정도는 고혈당의 중증도 및 인슐린 결핍 정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동물 및 세포 실험에서 Wnt5a를 처리한 생쥐 췌도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었으며, β-catenin을 차단했을 때 이 억제 효과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해 Wnt5a/β-catenin 신호축이 췌장암 연관 인슐린 분비 억제의 주요 경로임을 증명했다.

강신애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생긴 환자들에게서 췌장암을 조기에 의심해야 할 근거가 생겼다”라며 “연구에서 주목한 Wnt5a 단백질은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중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췌장암 관련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과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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