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스스로 탈출··· “서로 도우며 밖으로”
조종사들의 신속 제동이 인명 피해 최소화
조종사들의 신속 제동이 인명 피해 최소화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에어캐나다 여객기가 소방차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탑승객들의 극적인 탈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당국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일요일 밤 발생한 충돌 직후, 여객기 객실에는 연료 냄새가 퍼졌고 크게 파손된 조종석 주변에는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1명이 기체 밖으로 튕겨 나갔지만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탑승객들은 구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탈출에 나섰다. 일부 승객들은 비상 탈출구를 열고 날개 위로 뛰어내렸으며, 뒤따라 나오는 다른 승객들을 돕기 위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탈출 과정에서 일부 승객은 출혈이나 머리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클레망 르리에브르는 “이상하게도 두렵거나 공포에 휩싸이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를 도우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몬트리올에서 출발한 이 지역 항공편에는 승객 72명과 승무원 4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사고 이후 승객과 승무원 약 40명, 그리고 소방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부는 중상을 입었지만 월요일 오전 기준 대부분 퇴원했으며, 치료가 필요 없는 탑승객도 있었다.
조사 당국이 화요일까지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생존 사례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기체 밖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 승무원 역시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르리에브르는 “조종사들의 놀라운 반사 신경이 많은 생명을 구했다”며 착륙 직전 조종사들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활주로 이동 중 충돌··· 관제사 긴급 교신 포착
사고는 소방차가 활주로를 가로지르던 중 발생했다. 당시 소방차는 기내에서 이상 냄새가 보고돼 이륙을 중단한 다른 항공기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교신 기록에는 관제사가 소방차를 향해 급히 정지하라고 외치는 음성이 담겨 있다. 약 20분 뒤 관제사는 “앞서 긴급 상황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메리 시아보 전 미 교통부 감사관은 이번 사고의 핵심 조사 대상이 사고 당시 공항의 항공 교통과 지상 차량 이동 간의 조율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는 조사 기간 동안 수일간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조사를 맡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제니퍼 홈렌디 위원장은 “현장에 많은 잔해가 남아 있어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항공기 지붕을 절단해 조종석 음성 기록장치와 비행 데이터 기록장치를 회수했으며, 이를 워싱턴 NTSB 연구소로 옮겨 분석을 진행 중이다. 홈렌디 위원장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로 많은 질문에 답하기는 이르지만 추가 정보가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뉴욕 지역에서 세 번째로 바쁜 공항인 라과디아 공항은 일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 여파로 공항 운영이 이미 차질을 빚고 있던 상황이었다.
공항은 월요일 오후 활주로 한 곳의 운영을 재개했지만 항공편 지연은 이어졌다. 특히 라과디아 공항에 주요 거점을 둔 델타항공에서 운항 차질이 컸다.
◇34년 만의 항공 사고, 사망 조종사 신원 확인
사고 항공편은 에어캐나다를 대신해 운항하던 재즈 항공(Jazz Aviation) 소속 항공기로, 몬트리올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 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캐나다 정부도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이번 사고는 34년 만에 라과디아 공항에서 발생한 첫 치명적 항공 사고로, 숨진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캐나다에 기반을 둔 조종사였다고 뉴욕·뉴저지 항만청 캐서린 가르시아 국장이 밝혔다. 사망한 조종사의 신원은 앙투안 포레스트(Antoine Forest)와 맥켄지 건터(Mackenzie Gunther)로 알려졌다.
한편, 라과디아 공항은 활주로와 지상 차량 이동을 감시하는 첨단 지상 감시 시스템을 갖춘 미국 내 35개 주요 공항 중 하나다. 관제 교신 녹음에서 들린 경보음은 이 시스템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며, 잠재적 충돌 위험을 관제탑에 알리는 신호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FA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활주로 침범(runway incursion) 사고는 1636건에 달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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