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미국의 이웃이자 핵심 우방국인 캐나다에선 ‘그린란드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위기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는 특히 북극 지역에서 안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가상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에서 긴장이 고조된 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적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저스틴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향해 “위대한 ‘캐나다주(州)’의 주지사”라고 조롱하거나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회동하는 장면이 담긴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렸는데, 이 사진 속 지도에 미국 본토를 비롯해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전역이 성조기로 덮여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확장 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CNN은 “트럼프가 공유한 이미지는 가짜였을지 몰라도 캐나다는 그러한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캐나다는 국방을 강화하며 실질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과 맞닿은 남부 국경 강화에 10억달러(약 1조4800억원)를 투입했으며, 향후 북부 국경 강화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취임 직후 북극 지역 조기 경보 레이더 시스템 구축에 40억달러(약 5조9200억원) 이상을 배정한 데 이어, 향후 수년간 북극 지역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나다군은 미국이 캐나다를 공격할 경우를 상정한 국방 모델을 수립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 앤드 메일’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립 회원국이자 미국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군이 미국 침공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제작한 건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현 미군 규모는 280만명인 데 비해 캐나다 병력은 예비군을 포함해 약 10만명 규모다. 매체는 “미국이 침공할 경우 방어선은 단 이틀 만에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캐나다 군 장성들은 미국과의 전쟁 시 정면 승부 대신 게릴라식 매복 공격 등 비정규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캐나다 국방 당국은 미군이 실제로 국경을 침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카니 총리도 이날 스위스 다보스포럼(WEF) 연설을 통해 미국의 영토 확장 야심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위기를 드러냈다. 카니 총리는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공급망을 (상대방의)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전환이 아닌 세계 질서의 파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면, 결국 (강대국의)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중견국들은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인수하려는 구상에 반대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내달 1일부터 10% 관세(6월 1일부터는 25%)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캐나다는 그린란드 주권에 대한 상징적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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