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심리학 알면 '작심삼일' 탈출
매년 새해가 오면 직장인 김모(52)씨는 결심한다. “올해는 진짜 운동한다.”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화도 새로 장만한다. 첫날은 의욕이 넘치고, 둘째 날도 간다. 대개 셋째 날부터 일을 핑계로 쉰다. 열흘이 지나면 헬스장 출입 카드도 찾기 힘들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다시 말한다. “새해에는 진짜 운동한다.”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새해 결심 작심삼일’이다. 하지만 행동심리학은 말한다.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뇌 구조를 무시한 계획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사람의 뇌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계획과 절제를 규율하는 전전두엽과 즉각적 쾌감을 추구하는 도파민 보상계다. 운동은 전전두엽이 해야 할 행동이고, 소파에 눕는 건 보상계가 좋아하는 행동이다. 둘이 충돌하면 대부분 보상계가 이긴다.
미국 하버드대 행동과학 연구에 따르면, 행동 지속 여부는 ‘의지력’보다 즉각적 보상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은 목표달성 자체보다 “곧 보상이 온다”는 신호에서 더 많이 분비된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건강해질 거야”로는 뇌를 움직이지 못한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가 뇌를 움직인다. 운동 몇 달 후에 있을 근육량과 체중보다 운동 후 맛나게 즐길 커피, 초콜릿, 사우나, 영화보기 등 즉각적인 보상을 줘야 뇌와 몸을 움직이게 한다.
행동심리학에서는 목표를 크게 세울수록 실패한다고 말한다. ‘주 5회 운동’, ‘매일 1시간’ 같은 목표는 의욕적으로 보이지만, 성공률은 낮다. 행동의 난이도를 낮춰야 실행 성공률이 올라가는 법이다. 또한 뇌는 ‘시작’에 에너지를 많이 쓴다. 그래서 ‘운동 1시간’이 아니라 ‘운동복 입기’로, ‘헬스장 가기’가 아니라 ‘집 밖으로 나가기’를 목표로 삼아야 실행력이 올라간다. 시작 문턱만 낮춰도 절반은 성공이다.
영국 런던대(UCL)가 발표한 행동심리 연구에 따르면, 특정 행동이 습관처럼 자동화되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 즉 운동을 2~3주 만에포기하는 건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그것이 습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 초창기에는 운동 성과보다 운동 출석에 집중해서 습관 틀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동에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가 작용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알게 모르게 수십 번 선택을 하면서 사는데, 이런 결정 피로가 쌓이면 나중에는 행동을 안 하는 쪽으로 결정이 기운다. 그래서 운동을 하루 일과 마지막에 두지 말고, 가능한 한 오전~점심 사이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게 요일과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각적 환경이 행동 지속을 높인다. 운동화는 신발장 깊숙이 넣지 말고 항상 꺼내 놓고, 운동복도 침대 옆에 두자.
뭐든 혼자 결심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 운동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따라 전파된다. “운동할 거야”라고 혼자 다짐하는 것보다, “월·목 저녁 7시에 뛴다”고 주변에 공개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인다. 아울러 운동을 같이할 사람이 있으면 지속률은 2배 이상 올라간다.
많은 이가 운동 결심을 했다가 실패하면, “난 역시 안 돼”라고 포기한다. 실패 후 자기 비난은 재개 확률을 낮춘다. 실패를 포함한 계획이 성공으로 이끈다고 행동심리학은 말한다. “하루 빠지면 끝”이 아니라 “이틀 연속만 안 빠지면 성공”이라고 여겨라. 바쁜 날은 3~5분짜리 초미니 운동 루틴이라도 하면, 성취감이 올라가고 운동 지속성이 커진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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