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형 혈압계가 혈류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에 혈압 보여줘
혈당∙기침∙심전도··· 스마트폰으로 기록·분석해 질병 징후 포착
혈당∙기침∙심전도··· 스마트폰으로 기록·분석해 질병 징후 포착
고혈압 환자인 중견 회사 임원 김모(58)씨는 스마트폰 데이터를 보고 혈압약 복용 패턴을 바꿨다. 그는 저녁 회식 자리가 많아 음주가 잦았다. 술을 먹으면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야간 고혈압이 걱정돼 자기 전에 혈압약을 먹었다. 그러다 자신의 혈압 변화를 알고 싶어 손가락에 끼는 ‘반지형 혈압계’를 써봤다. 이 혈압계는 손가락의 혈류 변화를 감지하여 혈압을 측정하고, 거의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측정 혈압을 보여준다.
그 결과 예상과 달리 야간 고혈압은 없었다. 자는 동안에는 원래 혈압이 10~20%가량 떨어지는데, 수면 혈압이 잘 떨어졌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아침 혈압이 크게 오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오전 11시까지는 혈압이 계속 상승했다. 그래서 의사와 상담해 혈압약을 바꾸고, 아침에 복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오전 시간에 혈압이 크게 오를까 봐 보온에도 신경 쓴다. 그러자 점차 오전 고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픽=이철원
72세 남성 권모씨는 자다가 소변 때문에 깨고, 오줌발도 예전보다 시원찮다 여겼다. 그러다 전립선 비대증을 선별하는 앱(App)을 접하고, 집 화장실에서 앱으로 오줌발 상태를 측정했다. 이 앱은 소변 줄기에서 나는 소리를 측정해 속도와 양을 계산한 후 전립선 비대증 가능성을 제시한다. 검사 결과, 요속 저하로 판별됐고, 비뇨의학과에서 비대증 진단과 약물 치료가 이어졌다. 서울의대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가 개발한 이 앱은 미국에서 인기 있고, 한국에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질병 신호를 잡아내는 기능이 쏟아져 나오면서, 손에 쥔 스마트폰이 최초의 병원이 되고 있다. 병원에 가서 접수 창구에서 대기표를 뽑고 의사를 만나야만 질병 진단이 되는 게 아니다. 이제 손바닥 위에 병원이 있다. 스마트폰이 ‘최초의 병원’인 셈이다.
질병 신호나 증상은 병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상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잡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거기에는 시계, 지갑, 일정표, 일기장, 활동량 등 우리의 하루가 들어 있다. 기침은 집에서 나오고, 가슴 두근거림은 출근길에서 느껴지며, 얼굴의 미세한 떨림은 퇴근 전에 발견된다.
스마트폰은 바로 그 순간들을 잡아낸다. 때론 병원에서는 안 나올 질병 신호를 포착한다. 호흡음 분석 앱은 스마트폰 마이크 부분을 맨살 가슴에 대면, 인공지능(AI)이 기관지염인지, 천식인지, 폐렴인지 분석해 준다. 의사가 청진기로 듣던 호흡 소리가 AI 데이터로 해석되는 것이다. 쌕쌕거림, 가래 섞인 숨소리가 숫자와 확률로 바뀌어 액정에 나타난다.

혈당 측정기를 팔에 붙인 채, 식사하면서 실시간 혈당의 변화를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 /장련성 기자
심장은 병원에서만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심장 박동 음을 녹음하면 AI가 박동 간격, 잡음, 규칙성을 분석하여 심부전이나 심장 판막 질환 가능성을 감지한다. 의사의 귀를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것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느 날 눈 밑이 파르르 떨려 놀란다. 피곤해서일까, 스트레스 때문일까. 이때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면 AI는 떨림의 방향, 주기, 근육 분포를 분석한다. 일시적인 눈꺼풀 떨림인지, 안면 신경이 자극돼 발생하는 연축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의사는 종종 환자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그랬나요?” “얼마나 자주 반복되나요?” 사람의 기억은 부정확하다. 증상은 흐릿하고, 발생 시각도 섞인다. 이제 스마트폰이 그 기억을 대신한다. 실시간 혈당, 혈압, 심전도, 숨, 기침 소리가 스마트폰에 다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질병 진단 방식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그 상태가 질병 기준을 넘으면 환자가 되는 식이었다. 의사는 ‘지금 상태의 몸’만 본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몸을 본다. ‘스마트폰 의료’는 병원이 접근할 수 없던 부분도 분석하는 진단의 혁신이다. 체내 산소포화도 측정 앱을 쓰면, 스마트폰이 치료 후 경과와 회복 과정을 지켜보는 마지막 병원이 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스마트폰이 주는 건강 유해성이다. 고개를 처박고 작은 액정을 뚫어지게 보는 자세는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자세다. 그러니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목 디스크가 급증하고, 가성 근시가 늘었다. 짧은 동영상 쇼츠(shorts) 중독에 빠지면서, 긴 호흡의 사고를 못 견딘다. 잠자기 전까지 움켜쥔 스마트폰 탓에 청색광이 수면 유도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를 교란하여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
우리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활용하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 건강 관리 첫 번째가 스마트폰 관리다. 질병 정보의 출발점은 ‘나’다. 내 손안의 작은 화면이 내 몸의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챈다. 스마트폰을 가진 우리는 최초의 병원을 내 생활 공간 안에 두고 살고 있다.
내 몸을 관찰하고, 질병 신호를 탐지하는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자. 증상을 느끼면 기록하고, 생체 신호 변화를 숫자로 남기고, 일상생활 속 질병 감지 데이터를 진료실 의사와 공유하자. 병원은 나중에 가도, 질병 정보는 먼저 모으자. 스마트 의료에 밀착될수록 건강 관리는 저마다 맞춤형으로 진화한다. 우리 모두는 병원을 찾아가는 환자가 아니라, 손에 병원을 쥐고 다니는 ‘의료인’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
스마트폰 얕보지 마세요, 손에 쥔 ‘최초의 병원’입니다
2025.12.23 (화)
반지형 혈압계가 혈류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에 혈압 보여줘
혈당∙기침∙심전도··· 스마트폰으로 기록·분석해 질병 징후 포착
고혈압 환자인 중견 회사 임원 김모(58)씨는 스마트폰 데이터를 보고 혈압약 복용 패턴을 바꿨다. 그는 저녁 회식 자리가 많아 음주가 잦았다. 술을 먹으면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야간 고혈압이 걱정돼 자기 전에 혈압약을 먹었다. 그러다 자신의 혈압...
|
|
연말 지갑 열렸다··· 캐나다인 쇼핑 지출 증가
2025.12.23 (화)
AI 발전으로 정보 기반·효율적 쇼핑 가능
온라인 편리함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선호
▲/Getty Images Bank 캐나다인이 이번 연말 쇼핑 시즌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결제업체 비자 캐나다(Visa Canada)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연말 쇼핑 시즌...
|
|
계속되는 불확실성··· 경제 다시 ‘주춤’
2025.12.23 (화)
GDP 3년만에 최대 폭 하락··· 목재·제조업 부진
4분기 역성장 우려··· 금리는 당분간 동결 전망
▲밴쿠버조선일보 DB 관세 압박 속에서 반등하는 듯했던 캐나다 경제가 다시 위축됐다. 23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캐나다 경제성장률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2022년...
|
|
‘대마초 합법’ 캐나다, 음주 운전 늘었다던데··· 왜?
2025.12.23 (화)
▲/ICBC대마초를 합법화한 캐나다에서 음주·약물 관련 교통 위반이 증가했지만 ‘대마 합법화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캐나다 브록대 연구팀은 2018년, 캐나다에서...
|
|
노스써리 RV차량에서 화재··· 2명 사망
2025.12.22 (월)
노스써리에서 발생한 레크리에이션 차량(RV) 화재로 2명이 숨졌다. 써리경찰(SPS)에 따르면, 21일(일) 밤 9시경 노스써리 102애비뉴 12200블록 인근에서 RV 차량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
|
밴쿠버 강풍주의보··· BC 페리 일부 운항 취소
2025.12.22 (월)
오늘 밤까지 최대 시속 90km 강풍
▲/BC Hydro광역 밴쿠버 일부 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발령됐다. 22일 오전 기상청은 써리, 랭리, 리치몬드, 델타 등 광역 밴쿠버 남부와 선샤인 코스트에 강풍주의보를 발령했다. ...
|
|
감기일까? 겨울철 나타나는 ‘면역력 이상 신호’ 5
2025.12.22 (월)
▲/Getty Images Bank추위 탓으로 여겼던 신체 증상들이 건강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 영국 영양치료사 에린 빌조엔 박사가 ‘데일리메일’에 ‘겨울에 흔한 면역 이상 증상'을...
|
|
캐나다인 ‘No 미국 여행’ 흐름 장기화
2025.12.22 (월)
美 방문 감소세 지속··· 다른 국가로 눈 둘려
미국인의 캐나다 방문은 8달 만에 반등
▲/Getty Images Bank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 자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인의 캐나다 방문은 수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22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
|
유명 간식 ‘피자팝’ 리콜··· 대장균 오염 우려
2025.12.22 (월)
페퍼로니+베이컨 등 일부 제품
▲대장균 오염 가능성으로 리콜된 피자팝 페퍼로니+베이컨 / CFIA 캐나다의 국민간식인 피자팝(Pizza Pops)이 대장균(E. coli) 오염 우려로 리콜됐다. 21일 캐나다식품검사국(CFIA)은...
|
|
한국, 캐나다의 ‘철강 관세’에 우려 전해
2025.12.22 (월)
여한구 통상본부장, 시두 통산장관과 만나
▲여한구(왼쪽)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마닌더 시두 캐나다 통상장관과 만나 국내 업계 우려를 전달했다. /산업통상부산업통상부는 여한구...
|
|
세계 최고 셰프가 된 접시닦이···요리 1846개, 모두 마법 같았다
2025.12.19 (금)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사 ‘엘불리’ 페란 아드리아
“모방 않겠다” “반복 않겠다” 세계 최고 셰프의 평생 철칙
페란 아드리아는 “엘불리는 분자 요리 레스토랑이 아니다”라며 “분자 요리는 엘불리에서 활용한 기술일 뿐”이라고 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페란 아드리아(Adria)는 21세기 가장...
|
|
산타옷 입고 식료품점 턴 도둑 일당의 사연
2025.12.19 (금)
3000달러어치 훔쳐 푸드뱅크에 기부
식료품값 올린 대형 체인 항의 차원
▲산타 복장을 한 무리가 매장에서 훔친 식료품을 한 야외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놓은 모습 / Les Soulèvements du fleuve Instagram 몬트리올의 한 매장에서 산타와 엘프 복장을 한 무리가 수천...
|
|
캐나다, 2030년 기후 목표 달성? 아직 먼 길
2025.12.19 (금)
환경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절반 그칠 것”
카니 취임 후 기후 정책 뒷걸음··· 재정비 필요
▲/Getty Images Bank 캐나다가 2030년까지 이루려던 기후 목표 달성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연방 환경기후변화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가 2030년 기후...
|
|
미국이 캐나다에 요구하는 ‘4대 무역 과제’
2025.12.19 (금)
미국, 캐나다 유제품·주류·전력 시장에 압박
CUSMA 연장 앞두고 시험대 오른 캐나다
▲/gettyimagesbank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협상이 여전히 재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측이 캐나다와의 자유무역 연장 조건으로 4가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요구 조건에는 ▲캐나다...
|
|
“예년보다 강력하다” BC주 독감 급증세
2025.12.19 (금)
어린이 중심으로 ‘K 변이’ 독감 유행
백신 불일치 우려에도··· 백신이 최대 보호막
▲BC주 아동병원 응급실 / BC Children's Hospital 최근 BC주 어린이들 사이에서 예년보다 강력한 독감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BC질병통제센터(BCCDC)가 18일 업데이트한 자료에 따르면...
|
|
韓 복수국적 ‘65세→50세’ 본격 추진
2025.12.19 (금)
동포청, 재외국민 정책 전면 재정비
복수국적 하향으로 경제·사회적 효과 기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19일 서울청사에서 2026년 재외동포청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재외동포청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 이하 동포청)이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
|
“주차할 때 QR코드 결제 사기 주의하세요”
2025.12.19 (금)
‘PayByPhone’ 가짜 웹사이트로 연결
▲/City of Vancouver밴쿠버에서 주차를 자주 하는 운전자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밴쿠버시(City of Vancouver)가 최근 QR코드를 이용한 주차 결제 사기에 대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
|
패툴로 브릿지, 개통 앞두고 야간 통행 제한
2025.12.18 (목)
뉴웨스트민스터와 써리를 잇는 기존 패툴로 브릿지(Pattullo Bridge)에 야간 통행 제한이 예고되면서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트랜스링크는 18일(목)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
|
메트로 밴쿠버, 강풍·폭우 계속··· 최대 70mm 비
2025.12.18 (목)
목요일 기상 경보 발효··· 정전·침수 주의
▲수요일, 폭풍우로 전력 공급이 끊겼던 로어 메인랜드 지역 고객의 99%가 전력을 복구했다. / BC hydro지난 수요일 밤 로어 메인랜드를 강타한 강풍과 폭우로 10만 곳이 넘는 가구가 정전...
|
|
BC 그로서리 화장실 몰카 유포 사건, 배상금 보니
2025.12.18 (목)
매장 측이 피해 여성들에 75만불 배상
밴쿠버 아일랜드의 한 그로서리 매장 직원이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고, 해당 영상을 러시아 포르노 사이트에 올린 사건과 관련해, 매장 측이 피해 직원 및 여성들에게 75만...
|
|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다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