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고율 관세 피해 미국행
캐나다 정부 “법적 조치 검토”
캐나다 정부 “법적 조치 검토”

▲/Stellantis
제조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 공장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국가들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부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자동차 산업 부활을 위한 ‘MACGA(Make American Carmaking Great Again)’ 구상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한때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렸던 미국 중서부 지역이 재도약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15일(현지시각) 앞으로 4년간 미국에 13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을 50% 늘리고, 5000개 이상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전신인 이 회사는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마세라티 등 산하에 18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날 회견에서 이번 투자가 “100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투자는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간 등 과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쇠락한 지역에 집중된다. 가장 큰 수혜지는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공장이다. 스텔란티스는 6억 달러를 투입해 이 공장을 재가동하고 2027년부터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지프 컴패스와 체로키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최소 3300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이 외에도 오하이오주 톨레도 공장에 4억달러를 투자해 2028년부터 신형 트럭을 만든다. 미시간주 워런 공장에는 1억달러를 들여 전기차와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라인을 추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조치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우리는 우리 차를 직접 만들고 싶다. 캐나다산 자동차를 정말 원하지는 않는다”며 관세 정책 목표가 미국 내 제조업 부활임을 분명히 했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 미국 판매 차량 40% 이상을 캐나다 공장 등에서 제조한 수입에 의존했다. 관세 부담을 줄이려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주요 매체들은 스텔란티스의 ‘탈(脫)캐나다’가 북미 자동차 산업 지형도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사실상 국경 없는 단일 시장처럼 움직였다. 부품 하나가 최종 조립까지 국경을 6~7번 넘나드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공급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발(發) 보호무역주의는 이 국경 없는 단일 시장을 높고 단단한 장벽으로 바꿨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북미 경제 전체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 톰 베네티스는 CBC 인터뷰에서 “새로운 관세 체제가 스텔란티스 같은 기업이 투자와 생산 전략을 다시 생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 내 산업 정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번 결정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빈먄 졸지에 대형 자동차 생산 공장을 잃게 된 캐나다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접경 지대에 자리잡은 온타리오주 브램턴 공장에서 일하던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모조리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공장은 2023년부터 신차 생산을 위한 설비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가한 직후 모든 작업을 중단한 채 가동을 멈췄다.
캐나다 정부는 스텔란티스가 과거 정부 지원을 대가로 맺은 약속을 어겼다며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캐나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스텔란티스 전신) 구제에 앞장 섰던 전례가 있다. 이날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스텔란티스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2009년 회사를 위기에서 구했듯, 이제 당신들이 캐나다 국민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졸리 장관은 이번 이전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스텔란티스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정치권과 노동계 역시 한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했다. 라나 페인 유니포 대표는 “캐나다 자동차 일자리가 트럼프 제단에 희생됐다”고 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수상은 “스텔란티스는 브램턴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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