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옥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유월의 숲
나풀거리던 녹두 빛은
어느새 농록한 푸름으로 가득하다
해질녘 노을 꽃피면
붉은 비로도 옷 두른 나무들 사이
늙은 은사시나무
흰 버짐 가득 핀 맨살 드러낸 체
고단한 시간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다
영겁의 세월 지나는 동안
이웃한 바람, 꽃, 새들에게
힘껏 다정하였다고
정성다해 사랑하였다고
구름으로 하늘편지를 띄운다
고요한 유월의 숲
겹겹이 까만 커튼이 드리우면
슴벅거리는 황혼의 노을 데리고
은사시나무 레테의 강가*에 선다
검은 숲은 레퀴엠 선율 속으로 걸어간다
흰 홑청같은 아침이 오면
젖은 나무들 깨어나 푸른 숨을 내쉰다.
*레테의 강:그리스 신화 속의 망각의 여신 이름을 따온 저승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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