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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2025.03.24 (월)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 속 아우의 조그마한 얼굴이 보인다. 너무 허약한 체질이어서 나이가들도록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채 간신히 기어 다니기만 하였다. 한참 후 동네 어른들의 훈수에따라 개울을 뒤져 개구리를 잡아 구워 주었는데 특효약이 되었는지 걷기 시작하였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며 형편과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살갑지 못한 형이었다. 캐나다에도착하여 얼마 되지 않아 과자를 유난히 좋아하던 50이 넘은 아우에게 과자 사 먹으라...
박혜경
잃어버린 봄 2025.03.24 (월)
병원을 오가며 반기던 하얀 목련희망이고 환희이고새 생명 같았던 나의 봄먼 길을 돌아오다어쩌면 길을 잃어버린 걸까기다림의 세월1년설렘으로 보낸 또 다른 1년그리고 다시 인고의 시간 1년이제나 저제나그 지난한 세월 속에서애가 닳고 닮아가슴엔 재만 남을 지경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몸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참 험난한 길이다그래도 애써 쓴웃음으로세월에 묻어야 한다는 마음에난 점점 안절부절이다봄이 오면 좋아질 거라는그 믿음그 소망그...
나영표
견디는 나무                                                                         김윤희  차선을 너머 문득 눈에 들어온이름모를 나무들전시물도 장식품도 아닌데몇백년,몇십년의 세월동안그 자리에 우뚝 서 있구나 마른가지에 잎새의 옷을 걸쳐풍성해 보이기까지 오랜 인고의 시간옆에서 너와 정답게 소곤되던...
임현숙 외 1인
                                                   미망인                                                                                      김 아녜스(Agnes Kim) 봄인가? 창밖에서 나풀거리는 하얀 꽃잎의 잔잔한...
김 아녜스(Agnes Kim)
엄마가 사라졌다 2025.03.14 (금)
“다음 역은 미림 역,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하차 바랍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달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사라진 후, 한 달 보름 만에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약속 시간에서 이미 십 분이나 늦었다.  ‘따돌려야 해!’약 백 미터를 더 달려 편의점에 쓱 들어갔다.‘1초 2초 3초…10초!’주위를 살핀 후 편의점을 나와 다시 뛰었다. 혹시라도 있을 미행자를 따 돌려야 했다. 엄마와의 만남이 탄로 나면 안 되기...
장용옥(로사)
잉태의 바람 2025.03.14 (금)
지금은 3월이다. 나는 꽃피는 계절이 오는 것을 시각이나 청각을 통해 아는 것이 아니라몸을 통해서 안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펴일만하면 어김없이 오는 바람을맞는다. 처음에는 발바닥을 건드린다. 사람들은 발이 시리다고 하는데 나는 시린 것이아니라 발바닥에서 센 선풍기바람이 난다. 양말을 신어도 버선을 신어도 심지어는 보온팩을 발바닥에 깔아보아도 효과가 없다.   다음에는 잘 버텨주던 허리가 아파온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반숙자
가신 님 남은 님 2025.03.14 (금)
먼저 가신 님은 행복합니다곁에서 손잡아 주고 배웅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나중에 가는 님도 행복합니다좀 더 여행을 할 수 있고 기다리는 사랑이 있으니모두가 행복합니다힘든 여행 마치고 편히 돌아와 쉴 수 있으니나는 창가에 누워꽃과 별을 보고그대는 초원에 누워나무와 달을 봅니다
김철훈
첫걸음 2025.03.07 (금)
허공에서 놀던너의 발짓이세상에 서려지축의 맛 알아가는 순간이다숨 죽여혹여 네가 넘어질까아플까심장이 멎는 순간이다그러나 네 눈은망설임과 두려움보다빛나는 용기와설렘이 가득한 순간이다마침내한 발, 또 한 발너의 발짓에온 세상 꽃피는 순간이다그제야 너의 내딛는 한발 한 발에숨이 멎을 듯한 긴장을 풀며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다네가 걸어간다내 품에서 너의 세상으로 걸어가는 순간, 순간이다
김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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