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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지구라면 2019.11.04 (월)
“좋은 아침! 이번 여름은 무척 더웠는데, 다들 건강하게 잘 보냈지?”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친구들 얼굴이 모두 까맣게 타 있었다. 선생님 얼굴도 해수욕장을 다녀오셨는지 아프리카 사람처럼 까맸다. “아니요. 우리 집은 에어컨이 고장 나서 짜증이 나는 방학을 보냈어요.”“최 열이 고생 많았겠구나.”아침 시간인데도 운동장은 더운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는 듯했다.“와우-! 엄청 더웠겠다. 우리 집은 에어컨을 강으로...
이정순
    은퇴하게 될 즈음에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옆 집 선배 간호사가 자기가 속해 있는 Fitness Class를 소개해 주어 웨스트 밴쿠버 씨니어 센터에 발을 디딘 이래로 열심히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몇 년 후에 버나비로 이사한 후에도 이곳 본저(Bonsor  Re.) 레크레이션 센터로 옮겨서 지금까지 17년 째이다. 음악에 맞추어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인도자의 여러가지 동작을 따라 한다. 준비 운동으로 시작해서 약 30 분간 심장 기능을 활발하게...
김진양
고추잠자리 2019.11.04 (월)
노란 국화 함초롬히 눈 뜨는 아침뜰에 내려서니 고추잠자리 한 마리 빨간 화살촉이 꽂히듯 툭 어깨에 내려 앉는다야아 고놈 참저절로 입이 벌어져 가만히 눈을 맞추려니고추잠자리가볍게 날개를 들고 반짝이는 빛을 눈부시게 뿌리며 저만큼 강아지풀 가는 대궁 위에살풋 내려 앉는다기쁨으로 전율하는 강아지풀휘청 우주가 흔들린다
임완숙
2주 남았습니다! 2019.10.28 (월)
얼마 전 지인이 병원일로 물어볼 게 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문의를 자주 받곤 한다. 질문의 요지는 이거였다. “우리 직원 남편이 어제 911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갔대. 옆집 사람이 알려줘서 그걸 나중에야 안 거야. 그래서 급히 병원으로 가봤는데 간호사가 환자가 어디 있는지 상태는 어떤지 전혀 알려주질 않더래.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거 분명 병원에서 의료사고 같은 거 내놓고 뭔가 숨기려고 그러는 거지?”...
박정은
세월의 강가에서 2019.10.28 (월)
먼 옛날 바벨론 강가에 울려퍼진 시온의 노래오늘 세월의 강가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돌아 가고파돌아 가고파두고온 고향산천 지난날의 회한은 허공을 떠도는 오로라되어 뇌파 처럼 너울거리고논두렁 사이로 아지랭이피어 오를때하늘높이 솟아오른 종달새는 무언의 언어로 메뚜기 잡던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버들개지 꺽어 불던 피리소리에송사리떼 춤을 추고벌거벗은 아이들 웅덩이 물장구에개구리들은 부끄러워 잠수를 한다지금은...
구대성
 한국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중 1위가 스트레스(stress)라고 한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거나 신나게 일을 할 때 좋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어느 여자 목사님이 암에 걸려 운명하는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목사님은 항상 공부 성적이 일등을 했다고 알려졌다...
김명준
시월 2019.10.28 (월)
밟으면 금이 갈 듯 수정같이 맑은 하늘썰렁한 들 허수아비드러누워 코나 골고기러기 울음소리가섬 하나를 낳는 달
조성국
할머니의 교훈 2019.10.21 (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린 시절 나에게 큰 교훈을 주신 할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너는 커서 이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들려주신 이야기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부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이 비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겉은 좀 남루하지만, 속이 부자인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자기의 귀중한 보물을 여러 겹으로 된 자루에 간직하는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란다.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좀 두꺼운...
권순욱
저절로 2019.10.21 (월)
저절로 진실하여온전하게 살아라저절로 간절하여온전하게 꿈꿔라저절로 몰두하여온전하게 살려라저절로 헌신하여온전하게 이뤄라저절로 진실하여온전하게 살아라.
愚步 김토마스
  친정 엄마는 아흔 셋, 열 여덟 에 시집을 와 아흔 여덟 아버지와 목하 76년째 해로 중이시다. 지금도 삼시 끼닛거리를 장만하고 얼룩얼룩한 꽃무늬보다 베이지나 보라색 옷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집 앞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곤 하신다. 삼십 년 가까이 변두리 아파트에 짱 박혀 살다 보니 집과 함께 낡아 가는 사람들끼리 대강은 서로 낯이 익은 처지다.  "할마이도 많이...
최민자
유난히도 청아하던 가을날아버지랑 여행 중 백 년이 넘었다는 함평해수찜에 들렀다천연 해수로 채워진 탕소나무 장작불에 달궈진 유황 약돌쑥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데젖은 수건 한 장 아버지 등에 얹어 드렸다제철이라며 주인장이 권해 주던 횟감은바닥 넓은 오목 그릇에 담겨 조심스레흰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한쪽 끝을 살짝 여는 순간 펄떡대며얼굴 내밀고 튀어나와 춤을 추는 보리새우이런 새우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하던 아버지입안에...
정연미
이달 말이면 이 땅에 태어난 지 60번째 생일을 맞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그날이 노래 제목과 같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었으면 하지만, 사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돌아보면 내세울 만큼 딱히 이룬 것이 없고, 그나마 시간만큼은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왔다는 자괴감에 그만 마음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움츠러들고 만다. 사실 요즘은 ‘갑장이’들을 만나면 반갑고 서로 위로가 되는 듯하여 동갑 모임이나 동갑끼리 운동을 자주 하게...
민완기
사람이 사랑보다 어렵다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고 하지만사람은 시기하고 자랑하기에만 바쁘다자음 하나 한 끗 차이 인데먼저 나온 형님은 양보 할 줄 모르고동그란 구멍속에 네모난 돌을 끼워 맞추는 모습에아우는 또 다시 술잔을 채운다연필로 살짝 그린 흔적인데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아살며시 가을비 젖은 낙엽으로 덮어 가리워 본다젖은 낙엽은 햇볕에 바싹 말라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데마음의 낙엽은해가 뜨지 않는 청춘의 밤에...
전종하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무슨 소릴까. 아들 방문에 귀를 댄다. 한쪽에선 방송소리, 아이의 중얼거림 들리고, 또 다시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이때는 온 집안 식구가 쥐 죽은 듯해준다. 숨 막히지만 1년에 10번 이상 시험을 보니 어쩔 수 없다.    “엄마, 나 중학교 졸업 후 독립한 거 알지?”   한창 부모 간섭이 필요한 데, 지가 다 알아서 살겠다며 아무 상관도 어떤 걱정도 하지 말란다.    만 15세,...
박성희
고향의 그림자 2019.10.15 (화)
정든 사람도 떠나고, 그리운 마음도 떠나고지지리 못 살든 안타까움 마저모두 떠나버린 고향낯선 이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옛집고향을 떠나면서기억에서 잃어버리고 사는 고향가녀린 코스모스처럼 가엾은 어머니덜 익은 땡감처럼 무덤덤하던 아버지형아, 형아!까까머리 동생이 숨 가쁘게 부르던 소리언제나 풍겨오는 퀴퀴한 화장실 냄새좁은 밥상에서 부딪히는 그릇 딸그락 소리컹컹 짖어 대는 덩치 큰 누렁 진돗개부대끼며 살아온 그런...
나영표
   “헬로 에브리원! 마이 네임 이즈 H. 청년기의 황금 같은 5년, 캐나다 각 분야 지도자를 소리 없이 양성하기 위한 이곳에서 함께 뒹굴 제군들의 첫 수업을 맞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17대1, 세 단계의 어려운 관문을 뛰어넘은 호기심 가득한 여러분들을 위한 이 수업은 푯대를 향한 문학적 접근이 아닙니다. 수천 년 전의 수사학적 접근을 현대에 시도하는 실전 훈련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표현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질문과...
박병호
죽는다는 말 2019.10.07 (월)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지난해 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던 터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조금은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불쑥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했던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먹거리들을 사러 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카트에...
윤의정
가을 철암역 2019.10.07 (월)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열세 살 그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혹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했는데어느 날 도시락을 싸 들고 우리들 창자보다 긴 터널로 떠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공복인 듯 탄가루 먹은 하늘은 검은 연기로 쏟아지는데전설처럼 푹푹 쏟아져 내리는데아버지...
이영춘
긴 열차가 깊은 산속을 느릿느릿 달린다.나이가 들어 석양이 지척인데 느긋이 앉아 기차여행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기차가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것은 산이요 호수요 들판이다. 전망 칸이 4개, 식당차가 2개, 침대칸을 포함하여 모두 25개의 차를 연결하였다. 대륙을 관통하는 VIA Rail 열차다.밴쿠버의 산군 10명이 의기투합하여 지난 3월부터 준비해온 여행이다.9월 첫 주,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산야가 싱싱한데 열차는...
늘산 박병준
  우리 집 패밀리 룸은 정남향이고 동쪽 서쪽 남쪽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밤이 아니면 늘 환하다. 여기서 뜰을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이 강렬하고 무더운 여름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유리창 가리개를 젖혀 놓고 산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우리는 할 수 없이 패밀리 룸 한쪽의 블라인드를 창틀 아래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바로 새들 때문이다. 옆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앵두같이 작고 빨간...
송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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