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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 2025.06.27 (금)
  어머니는 젖이 풍부하신 분이셨다.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도 일부러 젖을 떼려고 애쓰지 않고 아이가 먹겠다면 언제까지고 먹이려고 하셨다. 나도 거의 세 네 살까지 젖을 먹었다고 들었다. 내 밑에 막내 동생은 여섯 살이 넘도록 젖을 먹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들어와서는 어머니 품을 파고들어 젖을 먹었다. 주위 사람들이 젖을 떼지 다 큰 애를 무슨 젖을 먹이냐고 하면 어머니는 이제 더 먹일 아이도 없는데 나오는 젖을, 먹겠다는...
심현섭
그리움 2025.06.27 (금)
사그라져 가는 물안개 아침 햇살에 부서지고   파도가 뿜어낸 당신 닮은 은빛 숨결 물 비늘이 허공 위로 흩어지네   그대 향한 서성임이 아픔의 태산 되어 울고   요란한 살여울 지쳐 밀려온 그 자리 차디찬 빙산 이어라   볕 뉘 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당신 목소리에 오늘도 목이 메이네
김정임
바람이 전해준 말 2025.06.27 (금)
  캐나다 웨이에서 오클랜드 스트리트로 우회전 핸들을 틀자마자, 눈부신 초록의 나라가 시야에 확 펼쳐졌다.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되는 설국(雪國)의 첫 페이지가 떠올랐다. 하얀 눈의 나라로 들어가는 대신, 나는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 별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은 조금 지나면, 디어 레이크 파크 숲을 우측으로 끼고 돌면서 계속...
지연옥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Vancouver                                                   Poem by Lotus Chung Mother, brother, we’ve crossed the seaUnder Vancouver’s sky,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fullOn sunny days, let bursts of laughter bloomLet’s dress in hanbok and dance with grace In the immigrant’s suitcase, dreams and hopesAnd tucked inside, a single word in our mother tongueChildren, friends, be proud Embracing two cultures in our...
로터스 정병연
양상군자 시리즈 2025.06.20 (금)
30년 전 빅토리아에서 편의점을 운영할 때였다. 한 번은 내 가게에서 일하는 모하메드 (아프가니스탄인)가 어떤 아이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고 혼내 주었다고 한다. 그 아이 인상착의를 들으니 가끔 엄마 심부름으로 담배나 우유를 사러 오는 테미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잔돈 남은 것으로 사탕을 사 먹는 순해 보이는 4-5학년쯤 되는 남자아이였다. 며칠 뒤 저녁때쯤 그 아이와 친구가 사탕을 사러 들어왔다. 검은 큰 잠바를 입고 사탕과 초콜릿이 진열된...
이종구
   거센 물살을 이기며 본향으로 역류하는 연어의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영어의 바다에서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는 이들이 연어의 몸짓을 닮고 있다. 금년 한카문학상 응모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부터 영어도 잘 늘지 않고, 한글은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말을 살리고, 우리 글을 익히려는 한국문학 지망생들의 도전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이제 수상자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원배(심사위원장)
은사시나무 2025.06.13 (금)
유월의 숲나풀거리던 녹두 빛은  어느새 농록한 푸름으로 가득하다해질녘 노을 꽃피면붉은 비로도 옷 두른 나무들 사이늙은 은사시나무흰 버짐 가득 핀 맨살 드러낸 체 고단한 시간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다영겁의 세월 지나는 동안이웃한 바람, 꽃, 새들에게힘껏 다정하였다고 정성다해 사랑하였다고구름으로 하늘편지를 띄운다고요한 유월의 숲겹겹이 까만 커튼이 드리우면슴벅거리는 황혼의 노을 데리고은사시나무 레테의 강가*에...
김계옥
  어느덧 캐나다에 정착한 지 33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새 젊은 목사의 꿈을 품고 시작했던 유학 생활과 목회, 사업, 그리고 지금의 트럭커로 이어진 삶 속에서, 검은 머리는 75세의 백발로 변해 있었다. 마치 푸르른 나뭇잎을 지닌 채, 캐나다로 이식한 나무가 지금은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잎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날을 돌아보니 내 인생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여정이었다. 마치 훈련소에서 철조망을 기어 통과하며 화생방 훈련에...
김유훈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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