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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오아시스 2019.05.06 (월)
 노란 꽃술을 내민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찌르레기들이 소리 높여 재잘대기 시작한다. 멀리 눈 덮인 골든 이어 산이 보이고 코퀴틀람 강이 흐르는 콜로니 농장 주변 풍경은 언제나 평화롭다. 200여 종의 철새...
조정
그리운 어머니 2019.05.06 (월)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늘 허약하셨던 어머니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친정 나들이 때마다고이 접은 쌈짓돈 쥐여주던 그 마음이제야 알 듯하여 가슴 저린데설핏 꿈에라도 못 오십니다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풀잎을 스치는 바람으로 다녀가신다면흔들리는 풀잎 곁에 가만히 누워보렵니다엉클어진...
임현숙
수리수리 알렉사 2019.05.06 (월)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정재욱
봄비 앓이 2019.05.06 (월)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추적이는 빗소리에 아랑곳없이우산 속 아이들의 재잘거림은굵어진 빗방울만큼이나 활기차다저 맘 때였겠구나유난히 달리기를 좋아하던 아이속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빗속에서 첨벙첨벙 뛰어놀던 아이저 맘 때였겠구나첨벙대며 뛰노는 모습에사내아이처럼 군다고 혀를 끌끌 차며따뜻하게 안아 주시던 아버지그 아버지지금은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누구를 안아주고 계시는지
정연미
똑똑한 자동차 2019.04.30 (화)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순수문학 등단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사람이 끄는 인력거나 말이 끄는 마차 등을 이동수단으로 했다. 그러다가 자동차(CAR, VEHICLE, MOTOR CAR), 뜻 그대로 기계의 힘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이 생긴 것이다. 한국에서는 1911년에 미국산 포드 승용차 1대가 처음 도입되었고, 그 후 “개포동이란 동네 이름이 개도 포니를 타는 동네”라는 닉네임까지 붙으며 포니 자동차는...
아청 박혜정
꽃신 2019.04.30 (화)
일제 강점기 꽃다운 어린 나이에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나이 어린 소녀가 있었네알 수 없는 감옥에 갇혀 몸은 만신창이혼자 살아갈 수 없다네전쟁터 끌려온 언니들과 울고불고반항하면 할수록 온몸엔 피멍뿐온종일 고통 속에 신음하며 지내는 나날들해방되어 몇 달을 걷고 또 걸어 고향산천 왔건만소녀가 있어야 할 곳은 없었네끊지 못하는 목숨 부여안고 한고비 한고비어느새 나이 일흔, 여든을 넘기네한 맺힌 세상 내 몸뚱이야잊으려고 애를 쓰던...
혜성 이봉희
그냥 보내지 마라 2019.04.30 (화)
“어서 들어오우.”   누가 우리 집 대문에 들어서면 아버진 무조건 반긴다.   그러곤, “여기 밥상 좀 내와라” 하거나 “차 좀 타 와라” 한다.   행색이 남루하건 반지르르 하건, 장사꾼이건 나그네이건 가리지 않고 손님 대접을 해준다.자연 우리 집엔 공짜로 밥 먹고 가거나, 아예 몇 년 몇 달을 눌러 붙는 떠돌이들이 생긴다.   처음엔 ‘여보게, 자네’ 하다가 ‘김씨, 이씨’ 한다. 나중엔 ‘형님, 아우’로 불리며...
박성희
반찬은 초록이다 2019.04.30 (화)
강변을 들쑤시던 햇살이 길을 내자번쩍 정신이 드는 편린들 솟구치며로키를 데불고 간다 장엄한 봄속으로 춘망이 간절하면 고통도 저리 큰 것요란한 産室만큼 서러운 떨림 안에즐거운 봄날의 투정 반찬은 초록이다 내 진즉 삼고의 아픔을 알았거늘소소리 바람 안고 가슴을 열어보니초석에 울음 괸 흔적 어느새 봄날이다.
이상목
동행 2019.04.24 (수)
내가 남편과 결혼해 산 지 50년이 되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나가 가까운 친지와 친척을 모시고 간소하게 금혼식이라도 하면서 그 걸 핑계 삼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했지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게 한없이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1969년 1월 25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었겠는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한결같이 남편의 곁을 지키는 건...
심현숙
세월 2019.04.24 (수)
무심히 버려두고먼 길 홀로 걸었는데어느새 날 쫒아와씽끗 웃고 지나더니이제는 멀리 앞서 뛰며날 놀리며 웃는구나다정히 걸었다면내 곁에 있으려나진작에 잡았다면내 품에 머물려나저 세월날 두고 매정히 달아난들이제 와서 어쩌리서라해도 안 설 것을오라해도 안 올 것을불러본들 무엇하며떼써본들 무엇하랴차라리땀 흘려 쫒아가느니돌아서서 갈가나.
늘샘 임윤빈
고려장 2019.04.24 (수)
짐승들은 무덤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너무 은밀한 곳으로 찾아 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귀한 상아가 무수히 쌓여 있어 찾는다는 코끼리들의 자연 무덤이 바로그와 같은 영지이고, 먼 옛날에는 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록키산맥에서 무려 30여 년 동안 흘러내려와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세계최고의나이애가라 폭포에서 50리쯤 떨어진 나이아가라 산맥 위에는 Fonthill 이란 소쿠리같은 지형의 아늑한 계곡이 있어...
이은세
 유달리도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나는 꽃이 만발하는 봄이 오면 자주 어머니를 생각하며 깊은 희열과 회상에 잠긴다. 또한 오래 전군 장병을 위한  인기 TV프로였던 우정의 무대에서 젊은 장병들이 소리 높여 외쳤던 어머니가 떠오르며 어머니의 모습이 내 가슴속에서 그리움을 진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점점 더 보고 싶어지는 어머니를 글로써 이렇게나마 외쳐보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날에 시장을 둘러보며 사서 선물로...
이종구
빨랫줄 2019.04.15 (월)
이 처마 저 처마가혹시나 질까 봐얼굴이 빨개지도록힘껏 서로 당기고 있을 때나는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내려앉던 분홍 영희 옷어깨가 처질 만큼 무거운 아빠 외투거기에 지난 밤에 영수가 누런 그림 그린 요까지모두 팔 높이 받쳐 들고고개 들어 볼 수 없이 찬란한 햇빛 아래끙끙거리며 땀방울을 날렸다신기하게도 해가 서쪽으로 걸어갈수록팔은 가벼워져 콧노래가 나오고내 마음도 뽀송뽀송하루가 보람 있었다마당도 없이 사는요즈음 보람이네...
송무석
천천히 그리고, 다시- 나의 수필 쓰기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사진작가였던 그가 평생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했던 것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다.그러나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순간이다는 것을 그는 죽기 얼마 전에 깨달았다고 한다.삶의 모든 순간이 가치 있다해도 그냥 보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
강은소
망향望鄕 2019.04.15 (월)
눈 그치면 겨울 가고봄 난다믈-디면 봄도 가고여름 덮겠지숨 넘어가는 중천 해가 자울대면여름 가고가을 든다가을 짙들다 버거우면겨울 트겠지
안현욱
인연 2019.04.08 (월)
언제부터인지 원하지도 기다리지도 안았지만 슬그머니 옆에 와서 내 인생에 한발 디밀고 길동무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도 때가되면 소리 없이 소멸하고 스치듯 왔다가 사라져가는 자연과 우주의 삼라만상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 우연처럼 만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만남도 있지만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런 인연들도 많은 것 같다. 시작은 좋은 인연처럼 보이지만 끝에는 서로 상처만 주고 마는...
김베로니카
봄날에 2019.04.08 (월)
               산수유               산 허리에 초롱 밝히면               길 잃으려 나는               길 나선다                              길 가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 오면               하얀 머리 풀어 헤쳐 ...
류월숙
창고에서 가장 큰 가방을 꺼냈다. 앞뒤로 볼록한 가방의 모양새가 내 마음을 부풀게 했다.사실 나를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남편을 떼어놓고 간다는 거였다. 내 옷, 내 신, 내 모자, 내화장품 등, 내 소지품만으로 여행 가방을 꾸리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반은 풀리는 것같았다. 그가 오랜 승선생활을 끝내고 내 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게 감격스러웠다. 칫솔통에 그의 칫솔이 꽂혀 있는 것, 그의 속옷이 빨랫줄에 널려 있는 것, 외출에서...
정성화
감기 2019.04.08 (월)
밤이 되니 기침이 더 심해진다낮 동안 집어넣기에만 급급했던 것들오장육부가 다 받아들이기엔 역겨운 것이다역겨워 자꾸만 토해내는 것이다독한 가래가 이끼처럼 목구멍에 달라붙어 숨쉬기가 매끄럽지 못하다힘껏 헛기침을 두어 번 해보지만껄끄러운 속내의 불순물은가라앉은 흙탕물속에서 눈가림만 할 뿐이다밤이 깊어지면서 열까지 오른다충혈된 눈으로 번진 욕망의 핏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씨름하듯혼절하듯 그렇게 밤의 대전을 치르고...
이화실
봄의 촉감 2019.04.04 (목)
(1) 수양버들누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맑은 진양조(調) 가락이 흐른다. 섬섬옥수가 그리움의 농현(弄絃)으로 떨고 있나 보다.숨죽인 고요 속에 번져 나간 가락은 가지마다 움이 터서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다.누군가 촛불을 켜고 있다.마음 한 가운데 촛불은 바람도 없이 파르르 떨고 있다. 뼈와 살을 태워서 한 줄기 빛이길바라고 있다.깊은 밤중에 한 땀 씩 수(繡)를 놓고 있다. 바늘귀로 임의 얼굴을 보며, 오색실로 사랑을물들이면 별이 기울고 바람이...
정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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