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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첫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순수다첫 사람을 만나고첫 경험을 나눌 때 빛났던 태양흠하나 없이 하얀 날은 순수의 첫 날이었다 영원을 꿈꾸던 순수는 말간 물거품으로 날아갔다 해도그늘을 두지 말거라 그늘이 없는 하늘은 어지럽다봄날은 늘 그러했듯이 바람 부는 곳으로 가고가고 보면 오는 것이 쓰다 할지라도그리하지 아니할지니사람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별은 왜 눈물을 흘릴까첫눈 내리는 강변에서 피리를 불자 순수를...
추정강숙려
향기를 듣다 2019.09.30 (월)
  딱새 한 마리가 동네의 아침을 깨우듯 유자 한 알이 온 방의 평온을 흔든다. 방문을 열 때마다 훅 덮치는 향기. 도발적이다. 아니, 전투적이다. 존재의 외피를 뚫고 나온 것들에게는 존재의 내벽을 뚫고 들어가는 힘도 있는 것일까. 절박한 목숨의 전언 같은 것이 내 안 어딘가를 그윽하게 두드린다.맛보다는 향기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유자는 레몬과 닮은 꼴이다. 레몬 향기가 금관 악기면 유자 향기는 목관악기다. 레몬 향기가 바이올린의 고음이면...
최민자
티하우스에서 2019.09.30 (월)
쓰러진 나무들 그대로 누워물속에 스며드는아그네스 호수잔잔한 호수 물결이찻잔에 흔들리면비하이브 산 아래산새들 울음소리찻집 지붕에 매달린다카모마일 차 한잔의 향기로저 아래 세상일 잊어버리고젖은 잎새 돌아가는 바람 한 점줄 다람쥐 꼬리에 머무는티하우스의 오래된 풍경
신금재
노년의 멋 2019.09.23 (월)
  성경의 시편에 사람의 수명이 70세요, 강건 해야 80세를 산다고 했다. 나는 올해 산수(傘壽)를  넘어 3년을 더 살고 있으니 하나님으로부터 강건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생물학적 통계를 보면 사람이 생장 연수의 여섯 배, 즉 120년을 살 수 있다고 했고, 성경 창세기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120년은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고, 12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듯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심정석
풍 경 2019.09.23 (월)
   나는 풀꽃이어라   꽃 모자 쓰고 들잠을 자다가   어느 사랑하는 이의 등에 업혀가는   풀꽃이고 싶어라   풀 잎 하나가   아름다운 수풀로 커가듯     사랑아 ,...
김영주
어머니의 노래(1) 2019.09.23 (월)
1   책을 펼치니 세미한 향기가 풍겨 난다. 책갈피 사이에 눌려 있던 은방울꽃에서 나는 향기다. 새삼 그날의 햇볕과 바람까지 향기로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랬다. 그 날은 참으로 맑고도 밝은 날이었다. 바람까지 살랑대어 기분 좋게 가을 내에 흠씬 젖게 했다. 눈앞으로는 황금 들녘이, 들녘 끝으로는 아슴하니 바다가 보였다. 어머니가 계시는 곳, 어머니 묘소의 벌초를 하던 날이 보랏빛 여운을 안은 채 책갈피 속에서 눌린 은빛...
최원현
난 하루 중 10시간을 메이플하우스에서 보낸다. 그곳은 남편이 4년 가까이 살고 있는 요양원(널싱 홈)이다. 써리에 위치한 요양원은 하나의 건물 안에 메이플 하우스를 포함한 8개의 집으로 나누어져있다. 약 200명의 사람들이 기거한다. 건축한지 12년 되어 아직 깨끗하고 예쁘다....
심현숙
가을 숲속의 사랑 2019.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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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봉
내가 하는 일은 카나다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미국의 제품들을 카나다로 갖고 오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 국경을 넘나드는 일은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고속도로와  주변의 환경은 매우 친숙하여 딴 나라 같지 않다.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 I-5고속도로 Exit...
김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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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
전성기 2019.09.09 (월)
벌개미취는 연보라색의 꽃이 피는 여름 꽃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꽃으로 가늘고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나서 가운데의 노란 술을 동그랗게 둘러싼다. 봄과 초여름까지 풀처럼 낮게 지내다가 여름의 뜨거운 볕 아래서 줄기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꽃봉오리가 달리기 시작한다. 장마가 지나고 꽃이 버텨낼까 싶은 높은 온도가 되면 봉오리가 벌어져 소국처럼 생긴 예쁜 꽃을 피운다. 벌개미취는 생명력이 강해서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금세 군락을...
김선희
고향 2019.09.09 (월)
갈대밭의 서걱거리는 소리가철새를 쫓는 밤이면달빛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수면을 비추다가 비수같이 물속을 찌른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물속에 빠진 달을 보고가슴 아파하지 않는 것은고향을 잃었기 때문이다서리가 하얗게 피어나는땅 위에서 가슴 치며으스스 떠는 것도 고향을 생각하기 때문이다바람에 들리는 갈대소리가슴속에 들려오는 망향의 소리에 쫓겨철새는 고향으로 가건만우리들은 언제 고향에 갈 것인가
성기조
  기억은 무엇이고 추억은 또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본다. 다 같이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일임엔 틀림이 없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누구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부모가 누구이고 내 형제를 알아보고 내가 살아온 고향,...
김베로니카
무릎의 용도 2019.09.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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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버티고(Vertigo) 2019.09.03 (화)
아이섀도우를 바르는 손끝이 떨렸다. 눈썹을 너무 치켜 그리면 팔자가 드세 보인다는 말이 생각나서 다시 눈썹 끝을 얌전히 주저 앉혔다. 헤어스타일은 또 어떻게 하나, 미용실에 가면 한 오 년쯤은 젊어 보이게 해 줄텐데…. 망설여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분에 신경이 쓰였다. 얼굴은 얼굴대로 굵은 허리는 허리대로 여기는 어떻게 할 거냐며 한꺼번에 내게 보채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이 모든 휘둥거림은 며칠 전 받은 전화에서부터...
정성화
     오늘 완성된 포도나무 지지대는 멋진 그늘막이 되었다. 지난주 로이가 세워준 프레임 위에 나무 막대들을 격자로 얹고 포도나무 가지들을 보기 좋게 묶어주었다. 지난봄부터 도면을 그리고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찾아 발품을 팔던 일들이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조정
밤낛시 2019.08.29 (목)
둥근달 잠긴 호수 세 칸 반 던져놓고반딧불 벗을 삼아 풀벌레 소리 삼아월척을 욕심내보며밤이슬 마시건만고기들 수중궁궐 지쳐 깊이 잠들었나어느덧 먼동 트고 개구리 깨어 울고빈 물통 가득 넘치게 은달빛만 채웠네.
늘샘 임윤빈
 약관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김두한은 주먹세계를 통일했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주먹들을 찾아다니며 이른바 도장 깨기를 시도한 끝에 주먹 황제로 등극했다. 그런 김두한도 이기지 못한 상대가 한 사람 있었으니 바로 시라소니라 불리는 이성순이다. 만주를 평정하고 내려온 시라소니가 김두한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시라소니를 처음 본 김두한은 결투하지 않고 바로 형님이라고 불렀다....
이현재
여름 끝자락 2019.08.29 (목)
베란다 난간에 힘겹게 기어오르는 나팔꽃 쪼르르 날아온 새 한 마리가 그 주위를 서성인다 한줄기 빗방울에 꽃잎은 생기가 돌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조잘거린다 새가 떠나자 나팔꽃 홀로 흔들거리더니 눈물 몇 방울 매달아 놓는다 가을은 새색시처럼 사뿐사뿐 걸어오는데 어머니 치마끈 놓친 아이처럼 나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유우영
산행 팀에서 테일러 초원의 만발한 꽃을 구경하고, 가리발디 호수를 보러간다고 했다. 호수까지 왕복 18km, 초원에서 호수까지 3km 총 21km를 걸어서 가야한다. 걷는 시간은 대충 7-8시간정도. 3년 전 같은 코스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 때는 평소에 숨쉬기 운동만 하고 등산은 초보시절이었다....
아청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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