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5국이 제재하자 美가 이례적 성명, 왜?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노르웨이 등 5국이 10일 이스라엘 극우 성향 장관 두 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대상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 안보 장관이다. 두 사람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고 인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재를 발표한 5국은 이들의 자국 내 금융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스라엘 내정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미국도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장관을 제재한 5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통해 “이런 제재는 휴전을 달성하고 모든 인질을 귀국시키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노력을 진전시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당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과 파문을 5문답으로 정리했다.
◇Q1. 5국은 왜 이스라엘 극우 장관을 제재했나
이 나라들은 공동성명에서 “서안 지역의 극단주의 정착민 폭력과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이 양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 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스모트리치와 벤그비르 장관이 그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강경 노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전쟁을 일으킨 명분 중 하나를 제공했다고 본다.
스모트리치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종교 시오니즘당’ 총재다.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체성에도 부정적이다. 이스라엘은 서안의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에 집을 짓고 이주해 정착촌을 만드는 방식으로 점유지를 늘려가고 있는데, 스모트리치는 이와 관련한 예산 증액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벤그비르는 ‘유대인의 힘(오츠마 예후디트)’ 정당 대표로 과거 유대인 우월주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수차례 방문해 “이곳에서 유대인의 예배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슬람 신자들을 자극해 왔다. 알아크사 사원 자리는 ‘성전산’으로 불리는 유대교 성지이기도 하다.
◇Q2.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주장은 무엇인가
이들이 이끄는 두 당은 2022년 이스라엘 총선에서 연합 전선을 꾸리며 의회 내 주요 세력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단독으로는 집권을 위한 의석수가 모자랐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연정을 구성해 처음으로 정권에 합류했다.
두 당은 노선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성경적 유대 국가’ 건설이라는 큰 목표엔 대체로 뜻을 같이한다. 이스라엘을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 세워진 유대 민족의 신성한 국가’로 보는 관점이다. 이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전역 등을 “성경이 명시한 이스라엘 땅”으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부정하고, 정착촌 확장과 및 서안지구 병합 정책을 펼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Q3. 네타냐후는 꼭 이들과 연정을 해야 하나
네타냐후는 현재 극우 정당의 협조 없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의 집권 연정은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벤그비르의 오츠마 예후디트, 스모트리치의 종교 시오니즘당, 유대교 초정통파 샤스 등 총 여섯 정당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120석 중 67석을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극우 정당은 이 중 13석을 갖고 있어, 이들이 이탈하면 네타냐후 정부의 의석은 바로 반 이하로 내려간다. 이 경우 조기 총선을 피할 수 없고, 부패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네타냐후가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네타냐후 입장에선 총리 자리에서 내려오면 사법 처리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리쿠드당의 의석 수는 37석에 그친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는 ‘극우 정당의 볼모가 된 총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들의 정책과 발언을 계속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마스와 전쟁 발발 이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극우 정당 지지층의 표심을 묵과할 수 없게 된 것도 네타냐후가 극우와 연합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Q4. 미국은 왜 이스라엘 극우를 제지하지 않나
미국 정치권은 이스라엘에 일관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기조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 미국 내 유대계 유권자와 AIPAC(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 등 유대계 로비 단체의 막강한 영향력,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신앙적 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엔 특히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수도’라는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일부는 이스라엘 극우 정당들의 반이슬람·반팔레스타인 정책을 성경에 나온 ‘예언의 성취’로 보기도 한다. 트럼프 자신도 집권 1기(2017~2021년) 때부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 외교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왔다.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의 대학들을 비난하며 트럼프가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 ‘학내 반(反)이스라엘 기조 방조’였다.
◇Q5. 앞으로 전망은
네타냐후가 연정 유지를 위해 극우 세력의 지지를 계속 필요로 하는 만큼 이스라엘 현 정부의 극우 성향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은 작다. 극우 정당의 연정 참여는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5국의 제재와 비슷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현재 벨기에·스웨덴·스위스 등도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인권침해를 문제 삼고 있고, 유럽연합(EU) 차원의 추가 조치도 거론된다.
미국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 극우 정당을 당장 제지하고 나설 가능성은 작지만, 국무부 내에서 “이스라엘 극우의 강경 노선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주말마다 극우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네타냐후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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