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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예식' 1만5000쌍···아버지 원망하던 아들은 이제 행복을 찍는다

박돈규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5-02 16:12

58년간 '완전 무료' 신신예식장
아버지 꿈을 잇는 백남문 대표
작고 낡은 건물이 봄비를 맞고 서 있었다. 지난 22일 경남 창원시 서성동. 1층에 미용실, 2층에 예식홀과 폐백실, 3층에 살림집을 품은 신신예식장은 환갑이 낼모레였다. 짓고 거의 손보지 않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간판 옆에 적힌 글자는 의기양양했다. ‘완전 무료.’ 1967년부터 지금까지 1만5000여 쌍이 이곳에서 공짜나 다름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아버지(백낙삼·1931~2023)가 2022년 4월 뇌출혈로 쓰러지실 때까지만 해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니가 아니면 누가 하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거든요. 정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는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솔직히 이 건물과 뒤에 있는 땅을 팔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하자 백남문(55)씨는 하던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잡아 놓은 예식들을 아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기 시작했다. 예약을 받고 상담하고 결혼식 날엔 사회를 보고 사진을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신신예식장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아들은 “이곳까지 찾아오는 분들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한 것”이라며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라지만 우리 집이 없으면 식을 올리지 못할 신랑 신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백낙삼 대표는 2023년 4월 끝내 눈을 감았지만 신신예식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업을 백남문 대표가 잇고 있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손님이 줄을 서는 냉면집이 아닌데, 돈이 되지 않는 무료 예식장을 물려받고도 아들은 표정이 밝았다. 그가 상속받은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었다. 백 대표는 “신신예식장 100주년까지, 가난해서 예식 못 올리는 분들이 없어지는 날까지, 아버지의 꿈을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신신예식장. 간판 옆에 '완전 무료'라고 적혀 있다.
신신예식장. 간판 옆에 '완전 무료'라고 적혀 있다.

무료 예식 1만5000여 쌍

백낙삼씨는 지금의 건물을 사 1967년 6월 신신예식장을 열었다. 사진 값만 받고 식장 대여는 물론 드레스와 한복, 넥타이와 신발, 주례와 사회까지 일체 무료. 메이크업(화장)도 봉사하겠다는 분이 있었다. 예식홀(60~70석)은 하나인데 많을 땐 하루에 30분 간격으로 17쌍이 식을 올렸다. 지금은 백남문 대표가 어머니 최필순(84)씨와 운영 중이다.

-몇 년생이신가요.

“저는 이 예식장 생기고 3년 뒤인 1970년에 태어났습니다. 5남매 중 외아들이고요.”

-예식장 이름은 왜 ‘신신(新新)’입니까.

“아버지는 대학을 다니다 집안이 망해 중퇴했습니다. 서른한 살에 결혼하고도 방이 없어 어머니를 처가에 맡겨둘 정도로 가난했대요. 카메라를 빌려 길거리 사진사를 시작하셨는데 한강 근처 보트장에서 사진 촬영해 주고 20원씩 악착같이 모아 월세 방을 구했답니다. 어머니를 데려올 만큼 벌이가 잘된 그곳이 신신보트장이라 ‘나중에 간판이 필요한 일을 하면 신신을 붙여야겠다’ 마음먹고 실천하신 거예요(웃음).”

-요즘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만 몇 백 만원이라는데 이렇게 퍼줘도 되나요?

“생업은 따로 있습니다. 낮에는 여기 있지만 저녁엔 차로 30분쯤 떨어진 식당으로 건너가 새벽까지 영업해요(상호는 ‘신신대패와조개구이’였다). 또 이 건물이 작지만 월세가 조금 들어옵니다. 검소하게 생활하면 무료 결혼식을 이어 나갈 수 있어요.”

신신예식장 예식홀. 의자부터 조명, 결혼행진곡까지 창업자 백낙삼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신예식장 예식홀. 의자부터 조명, 결혼행진곡까지 창업자 백낙삼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신예식장에 깃든 정신이라면.

“아버지가 ‘우리 가족은 먹고살 만해졌으니 나처럼 돈이 없어 식을 못 올리고 애태우는 분들 결혼시켜 드리자’며 시작한 일입니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곳에선 할 수 없는 신랑 신부가 있거든요. 소원 이뤄주고 한 풀어주자는 생각으로 55년이나 하셨어요.”

-종교가 있으셨나요.

“없었습니다.”

-남을 행복하게 하면서 본인도 행복해지는 일이었나 봐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긴가민가했는데 제가 지난 3년 겪어 보니 그렇더라고요. 어떤 지자체는 결혼식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빌려줍니다. 그런데 스드메 등 돈이 들어가는 것들은 각자 해결해야 해요.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한 분들은 제가 이야기도 나누고 환한 표정을 보게 되잖아요. ‘정말 고맙다’고 하시고 나중에 연락하시고 과일도 한 박스 보내주시고….”

-지난 3년은 연평균 100~200쌍이 식을 올렸다고 들었습니다. 대체로 어떤 분들인가요.

“누적으로는 58년 동안 1만5000쌍이 넘어요. 근년에는 연세가 있는데 식을 못 올린 분들이 80~90%예요. 60~70대가 제일 많고 50대, 80대 순입니다. 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못 하고 수십 년을 부부로 살다가 온 경우지요. 창원보다는 타지에서 많이 오십니다. 베트남 여성 등 국제결혼이 더러 있고, 20~30대 신랑 신부는 드물어요.”

-제가 주말에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면 얼마를 내야 합니까.

“형편에 맞춰서 해드려요. ‘지금 15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 그걸로 됩니다. 신랑 신부 메이크업 하러 원장님이 오시는데 출장비가 10만원이에요. 그 돈이 없다고 하시면 저희 어머니가 무료로 해드립니다. 결혼 사진을 액자에 두 개만 담겠다고 하시면 10만원이 들어요. 나머지는 다 무료예요.”

-이 예식홀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나요.

“구석구석 아버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옆에 계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신신예식장이 그냥 아버지 자체예요.”

2021년 LG의인상을 받은 백낙삼(왼쪽)씨와 최필순씨. 
/LG복지재단
2021년 LG의인상을 받은 백낙삼(왼쪽)씨와 최필순씨. /LG복지재단


아버지처럼 살진 말아야지

지금은 가업을 잇고 있지만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땐 코인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백남문 대표는 “한평생 하신 무료 결혼식을 나더러 또 하라고? 그건 아니다 싶어 사실 꽤 망설였다”고 했다.

-제가 그런 아버지를 두었다면 ‘아들에겐 아들의 인생이 있다’며 도망쳤을 겁니다.

“저도 도망쳤다 돌아온 셈이죠(웃음). 그런데 얼결에 맡아 결혼식을 하면 할수록 ‘이게 내 운명이구나’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한평생 하신 것처럼 저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생각입니다.”

-코인노래방과 무료 예식장은 완전히 다른 두 세계 같은데.

“생업이었습니다. 그거 해서 먹고살았는데 아버지 쓰러지시니까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었어요. 코로나로 영업이 힘들어 직원들도 내보냈을 때라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신신예식장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식당은 나중에 시작했고요.”

-젊은 시절에 아버지께 ‘다른 예식장들은 증축해 빌딩이 되는 동안 왜 우리 집은 늘 똑같냐’고 불평한 적이 있다면서요?

“철없을 때 그랬지요. 신신예식장 개업할 때부터 비용을 제대로 받았다면 현금을 쓸어 담으며 건물을 올렸을 텐데 우리 집만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답답했습니다. 입버릇처럼 ‘베푼 만큼 돌아올 거다’ 말씀하셨지만 귀에 들어올 나이가 아니었죠. 한때는 ‘나는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하면서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신신예식장 사훈은 고객 존경,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이다.
신신예식장 사훈은 고객 존경,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이다.

-마음이 바뀐 전환점이 있었나요

“아버지가 투병하시는 동안 맡아서 해보니 찾는 분들이 있는 한 계속해야겠다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신부들은 나이가 들어도 소녀 감성이 있어요. ‘과거엔 형편이 안 돼 웨딩드레스를 못 입었는데 신신예식장에 한번 가볼까’ 하고 오십니다. 식을 올리면 마스카라가 번질 정도로 울어서 화장을 다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부가 울면 신랑이 같이 울고 저도 따라 울고, 하하.”

-눈물의 광장이군요.

“모두에게 기쁨의 눈물입니다. 남편에게는 평생의 미안함, 아내에게는 평생의 한이었겠지요.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마침내 꿈을 이룬 겁니다. 그런 체험이 쌓이다 보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회를 볼 때 신랑 신부에게 삼창(三唱)을 시키더군요.

“울었으니 기분 풀어드리고 추억이 되라고 제가 도입한 이벤트입니다. 신랑은 ‘만세’를 세 번, 신부는 ‘땡잡았다’를 세 번 외치게 해요(웃음).”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사업적으로는 빵점이고요, 하하. 옛날에는 이 업종이 블루오션이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기회란 기회를 남들한테 다 주고 그냥 이 모습 그대로 한평생 살다 가셨습니다. 저한테는 매 한번 안 들고 아낌없이 그늘을 내어준 자상한 아버지였지요. 마지막엔 신신예식장이라는 ‘작지만 큰 선물’까지 남겨주시고.”

-작지만 큰 선물이라고요?

“결혼식 사회를 볼 때마다 제가 그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낡았고 제일 작은 예식장이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예식장’이라고. 그럼 박수가 나와요.”

현재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남문(왼쪽) 대표와 어머니 최필순씨. 훈장과 상패, 신문 스크랩 등이 전시돼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현재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남문(왼쪽) 대표와 어머니 최필순씨. 훈장과 상패, 신문 스크랩 등이 전시돼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김치~ 참치~ 꽁치~ 이히히!”

아버지는 병석에서 “잘하고 있다”며 아들을 대견해했다. 별세 소식이 들리자 1960~70년대 신신예식장에서 식을 올린 분들이 결혼식 사진을 들고 찾아왔다. 그 흑백사진들 속에는 젊은 아버지가 주례석에 서 있었다.

-부친상을 당하고 발인 날에도 예식을 올려드렸다고요?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예약이 50~60건 정도 있었어요. 그날은 멀리서 온 신랑 신부였고 하객들도 있어 양해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발인 마치자마자 예식장으로 달려와 진행했어요. 저희 마음은 무거워도 결혼식이 너무 숙연해지면 안 되니까 표 안 내고 발랄하게.”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없는 날이다 보니 신신예식장을 지탱해주던 기둥 하나가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흔들림 없이 잘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요.”

-나중에야 알게 된 것도 있습니까.

“힘드실 때 많이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90이 넘도록 이 일을 하시는데 제가 마음만큼 못 도와드린 게 한이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생전에 아버지에게 받은 문자와 카톡을 다시 보게 됐어요. 군데군데 ‘나 너무 힘들다, 힘들어’ 하시는 게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땐 왜 내가 저걸 못 봤을까….”

신신예식장 백낙삼 전 대표가 남긴 글. 생활은 즐겁게, 임무는 성실하게, 인생은 보람되게.
신신예식장 백낙삼 전 대표가 남긴 글. 생활은 즐겁게, 임무는 성실하게, 인생은 보람되게.

-3년 동안 기억에 남는 신랑 신부라면.

“이 동네에서 자란 여성인데 장애가 좀 있는 분이에요. 일곱 살인가 여덟 살 때 아버지가 ‘너 나중에 여기서 결혼해라. 돈 안 받는다’고 하셨다면서 재작년에 찾아왔어요. 신랑도 몸이 좀 불편하셨습니다.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예식장이니 해드렸죠. 그분들에게 솔직히 고마워요. 덕분에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추억하게 됐으니까요. 작년에 오신 92세 할머니도 기억에 남습니다.”

-92세요?

“할머니 혼자 계단을 올라오셔서 ‘방송에서 봤는데 여기가 신신예식장 맞죠?’ 하시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8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혼자라도 웨딩 사진을 찍고 싶어서 오셨대요. 드레스 골라 입고 촬영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보내드렸습니다.”

-웨딩 사진 촬영할 때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서요?

“아버지는 촬영 구호로 ‘김치~ 참치~ 꽁치~’를 외치셨는데 저는 거기에 ‘이히히!’를 덧붙입니다. ‘김치~ 참치~ 꽁치~ 이히히!’ 이렇게요. ‘신랑님은 왜 안 하세요?’ 묻고 다들 웃으며 표정이 밝아지는 순간 찰칵!”

백남문 대표는 "궁극적으론 세상 사람 모두가 가난을 벗어던져 신신예식장이 할 일을 잃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찾는 분이 없으면 한국 결혼식 역사에 남을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때도 많은 분의 기억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백남문 대표는 "궁극적으론 세상 사람 모두가 가난을 벗어던져 신신예식장이 할 일을 잃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찾는 분이 없으면 한국 결혼식 역사에 남을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때도 많은 분의 기억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베푼 만큼 돌아온다

58년 전 다짐대로 무료 예식을 이어 왔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인터뷰를 하는데 어머니 최필순씨가 들어왔다. 남편과 비교하면 아들의 일솜씨는 어떨까. “잘합니다. 아들이 사진을 전공했잖아요. 동작도 빨라서 활짝 웃는 순간에 잘 찍어요.”

-참, 사진을 전공하셨지요.

“아버지가 사진사라 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자랐어요. 사진과를 졸업했는데 디지털 혁명이 시작되면서 제가 배운 필름 카메라 관련 기술은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신신예식장에서 다시 전공을 살린 셈이죠(웃음).”

-신신예식장을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습니까.

“재작년 초에 라이온스클럽에서 이 건물 외벽이 너무 낡았다며 창호와 페인트칠을 새로 해주셨습니다. 돕고 싶다는 연락이 종종 오는데 아직은 어머니와 제가 감당할 수 있어 대부분 사양해요.”

-영화 ‘국제시장’의 결혼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면서요.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의 결혼식에서 ‘자,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라며 사진을 찍던 사람이 아버지예요. 전국에 1960~70년대 모습을 간직한 예식장은 이곳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 촬영도 하고 그냥 구경 오는 분도 많아요.”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린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신신예식장으로 오십시오. 창원 시민이 아니어도 되고 외국인이어도 됩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린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신신예식장으로 오십시오. 창원 시민이 아니어도 되고 외국인이어도 됩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백낙삼씨는 한 방송에서 “여태까지 예식장 운영하며 행복했던 일들에 대해 적어봤더니 ‘행복하다’는 말이 127번 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진 값을 내지 않고 도망간 신혼부부 이야기였다.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고 되레 쌀 한 가마니를 사주고 왔다고. “지갑은 비어도 나누는 마음만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아드님도 그 행복감을 경험하고 있나요?

“식을 진행할 때마다 느낍니다. 올리고 난 다음에도 신랑 신부님이 연락해서 ‘사진 너무 잘 나왔다, 고맙다’ 하시면 보람차요. 꿈을 이어받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순도 100% ‘마음 부자’셨어요. 그게 행복이죠.”

-‘베푼 만큼 돌아온다’던 아버지 말씀이 그럼 맞는 건가요.

“어딜 가나 ‘신신예식장 아드님이죠?’ 하면서 격려해주고 응원해줍니다. 처음 만났고 이름도 모르는 분들께 그런 에너지를 받아요. 몸은 피곤해도 힘이 솟고요. 네,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아버지 말씀이 맞더라고요.”

-이 기회에 하고 싶은 말이라면.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린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신신예식장으로 연락하십시오. 저희가 무료로 꿈을 이뤄드리고 웨딩 촬영도 멋지게 해드립니다. 창원 시민 아니어도 되고 외국인이어도 돼요.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하신 분들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시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소원도 각각 들어보고 싶군요.

어머니 “저는 이 집의 할머니입니다, 하하. 소원요? 이래 살다가 자는 듯이 저승 가야죠. (남편 만나면 뭐라고 하실 것인지 묻자) ‘여보, 당신 보고 싶어서 내 왔다’ 그라지 뭐.”

아들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100주년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옆에 계신 어머니가 어떻게 보면 ‘살아 있는 신신예식장’인데,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자랑하기는 쉽지만 나누기는 어렵다. 이 가족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속타는 심정을 알아보고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나눈다. 없는 사람도 ‘당당하게’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무료 예식을 올려준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기둥 하나가 없어진 느낌”이라던 아들이 어느덧 신신예식장을 지탱하고 있었다. 모자(母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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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부터 한시적으로··· 세부사항 추후 공개
BC 주정부가 최대 4000달러를 지원하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오는 5월 15일부터 일시 중단한다.BC 에너지부 아드리안 딕스 장관은 30일 성명을 통해 “지난 1월 연방정부 EV 보조금이...
2월 마이너스 성장··· 1분기 성장률 미미
美 관세발 경제 위기, 2분기 본격 시작
미국과 무역전쟁 여파로 캐나다 경제의 불안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위기는 2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연방 통계청은 지난 2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 Mark Carney Instagram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0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집권 자유당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다고 국무총리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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