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올라온 '미국 불매' 운동 영상. 왼쪽부터 중국 브랜드인 타스팅 햄버거, 화웨이 스마트폰, 루이싱 커피를 홍보하고 있다./더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개시하고, 우방국까지 적대시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세계 곳곳에서 ‘미국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145%라는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에선 ‘반미(反美) 애국 소비’가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산되고, 유럽에선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트럼프의 독주에 반대하며 미국 제품·여행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안티 트럼프’ 분위기가 확산돼 있던 캐나다에선 “아무리 싸도 미국산은 안 산다”는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항공사인 지샹항공은 미국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의 인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지샹항공은 1억2000만달러(약 1700억원)에 달하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한 대를 3주 안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중의 관세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높아진 관세 부담과 중국 내 반미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올해 중국에 부과한 누적 추가 관세율은 145%, 이에 맞서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보복관세율은 125%에 달한다.

중국 산시성의 한 보석 판매점에서 '미국 국적 손님에게는 104%의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받겠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샤오훙수
중국 곳곳에선 미국인을 배척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10일 산시성의 보석 판매점과 우한의 식당 등은 ‘미국인 손님에게 봉사료를 104%(미국이 대중국 관세율을 145%로 올리기 직전의 관세율) 더 받겠다’는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걸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더우인에선 ‘미국 불매 리스트’가 빠르게 돌고 있다. 여기엔 코카콜라, 아이폰, 테슬라, 피자헛, 맥도널드, 스타벅스, 나이키 등 미국 브랜드들과 이를 대체할 중국 제품이 적혀 있다.
중국 인플루언서들은 영상을 올려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팔로어 2만명의 여성 인플루언서 후리파이는 “내 아이폰을 화웨이 것으로 교체하겠다”고 했고, 팔로어 7000명인 ‘링링보석1점’이란 계정은 “이제 나이키 대신 리닝(중국 스포츠 브랜드)을 입겠다”고 했다. 중국 남방 지역의 한 신발 제조 업자는 “앞으로 미국 사업 파트너들과 거래하지 않겠다”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애국”이라고 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미중 대등 관세전(戰)’이라고 적힌 컵도 판매 중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미국 불매운동을 뒤에서 독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자 올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최대 2.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골드만삭스)이 나오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등 부양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9~10일 미국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할리우드 영화 수입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유럽에선 트럼프뿐 아니라 유럽 극우 정당을 지지하며 유럽 정치에 개입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에선 소셜미디어에 ‘미국 제품 불매’ 모임이 생기면서 수십만 명의 회원이 모였다. 프랑스에선 맥도널드 대신 프랑스 브랜드인 ‘퀵 버거’를, 코카콜라 대신 브르타뉴산 브레즈(Breizh) 콜라를 마시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독일 소비자 조사에선 53%가 ‘미국산 제품을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테슬라 전기차다. 전년 대비 테슬라 차량의 신차 등록 수(2월 기준)는 독일 76%, 덴마크 48%, 프랑스 26% 감소했다. 올해 첫 두 달간 유럽 전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났다.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이 약 30% 성장했지만, 테슬라만 역성장했다.
유럽인들은 미국 여행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 국제무역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1박 이상 체류한 서유럽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캐나다에선 트럼프 취임 이전부터 지속돼온 ‘안티 트럼프’ 분위기에 관세전쟁까지 더해지며 불매운동이 더 강렬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어떠냐” “트뤼도(캐나다 전 총리)는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고 놀렸고, 캐나다에 25%의 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해왔다.
캐나다 앵거스리드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 이후 캐나다인 98%가 수퍼마켓 등에서 자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 캐나다 수퍼마켓 체인 ‘로블로스’는 “캐나다산 제품의 주간 판매량이 최근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고 영국 BBC에 밝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영어 교사 무함마드씨는 본지에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개시한 후 나를 포함한 캐나다인들은 미국산이 더 저렴하더라도 이를 사지 않고, 캐나다산 제품을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사서 쓰고 있다”며 “예를 들어 더 맛있고 싼 미국산 딸기 대신 비싼 캐나다산 딸기를 사 먹고, 반값에 파는 (미국산) ‘하인즈 케첩’ 대신 캐나다 브랜드 ‘프렌치 케첩’을 구매한다”고 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캐나다 보수당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국가를 단결해야 한다. 모든 캐나다인이 같은 정신으로 뭉쳐야만 한다”며 전 국민 차원의 미국산 불매운동을 독려했다.
캐나다에는 제품 바코드를 촬영하면 미국산인지 알려주는 앱도 등장했다. ‘메이플 스캔’이란 이름의 이 앱은 최근 출시 한 달여 만에 10만건 다운로드됐다. 식료품뿐 아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 미국산 OTT(동영상 제공 서비스)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블로그TO 등 캐나다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대한항공, 캐나다 웨스트젯 지분 10% 인수
2025.05.09 (금)
대한항공이 웨스트젯 지분의 10%를 인수한다. / Getty Images Bank대한항공이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를 인수한다. 대한항공의 외국항공사 지분 투자는 2013년 체코항공 지분 인수...
|
연방정부, 인도·파키스탄 여행 자제령
2025.05.08 (목)
무력 충돌 격화에··· 여행경보 등급 격상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연방정부가 두 국가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7일 오후 정부는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한 여행경보 등급을 ‘높은...
|
UN ‘삶의 질’ 조사 캐나다 16위··· 1위는 어디?
2025.05.08 (목)
1위는 아이슬란드··· 미국 17위·한국 20위
국가간 불평등 더 심각··· 인류 발전 둔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삶의 질’ 조사에서 캐나다는 두 계단 오른 1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UN) 산하 기관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6일 발표한 2025년 인간 개발 보고서에...
|
BC 선거구서 누락된 투표용지 800장 발견
2025.05.08 (목)
사무소에 실수로 남겨져 “결과에는 영향 없어"
캐나다 연방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제출한 특수투표용지(우편·현장 외 투표) 800여 장이 BC주의 한 선거구 사무소에 그대로 남겨져,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캐나다...
|
“장기 관세전, 신용경색 불러온다”
2025.05.08 (목)
加·美 무역전쟁 장기화 시 ‘금융 불안’ 경고
BoC “시장기능 마비 가능성도 배제 못 해”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 Bank of Canada Flickr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BoC)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캐나다 경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다. 장기화될 경우 가계·기업의...
|
퀘벡, ‘팁플레이션’에 제동··· 캐나다 최초
2025.05.08 (목)
식사비 지불 시, 세전 금액으로 팁 계산
팁 부담 한층 덜어··· 식당 서버들은 울상
퀘벡주가 소비자의 과도한 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도입했다. 퀘벡 정부는 7일부터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팁을 계산할 때, 결제 단말기 옵션에 퀘벡 판매세(QST·9....
|
미국행 수요 ‘뚝’··· 웨스트젯, 9개 노선 운항 중단
2025.05.08 (목)
밴쿠버·캘거리 등 주요 도시발 美 노선 포함
캐나다 제2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이 캐나다와 미국 간 여행 수요 감소에 따라 9개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웨스트젯 항공사 대변인은 8일 발표를 통해 다음 노선들의 운항 중단을...
|
사상 첫 미국인 교황 프레보스트···즉위명 '레오 14세'
2025.05.08 (목)
페루에서 사목 활동 해와··· 69세
"평화·연대 정신으로 함께 걸어가자"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 collegeofcardinalsreport.com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8일 시스티나...
|
반려견 차량에 묶어두고 코스코 쇼핑··· 견주 과태료는?
2025.05.07 (수)
직사광선에 노출 위반으로 '300달러'
▲vancityevents2025/TikTok버나비 코스코 주차장에서 반려견을 차량에 묶어둔 채 쇼핑을 떠난 견주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버나비 시에 따르면, 지난 5일(월) 오후 4시 15분경, 4500 스틸 크릭...
|
美, BC 국경서 캐나다행 차량 검문 강화
2025.05.07 (수)
지난주부터 이례적 검문 진행··· 대기시간 급증
미국 당국이 BC주와 미국을 잇는 주요 국경 지역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BC 등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경 당국은...
|
카드·할부금 연체 속출··· 캐나다 ‘빚 경고등’
2025.05.07 (수)
연체율 19% 급증··· 청년·노년층 직격탄
‘예산 계획표’ 검색량도 전년비 152% 급증
캐나다 전역에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금융 정보 사이트 머니닷씨에이(Money.ca)가 최근 발표한 ‘캐나다 부채 위기 보고서’(Canada’s Rising...
|
트럼프와 신경전, 능숙하게 다룬 카니
2025.05.07 (수)
총리 취임 후 美와 첫 정상회담
카니 "캐나다 절대 팔지 않겠다"
6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중인 마크 카니 총리 / White House Flick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
한낮 유모차 끌던 엄마도 ‘묻지마 폭행’ 표적
2025.05.07 (수)
괴한이 유모차 밀친 후 여성 얼굴 때려
사건이 발생한 인근 모습 / 구글맵 캡처 한낮 뉴웨스트민스터 번화가에서 유모차를 끌던 여성이 괴한에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일 오후 1시쯤 뉴웨스트민스터 10번가(10th...
|
‘스릴 폭발’ 그라우스 바이크파크 내달 첫선
2025.05.07 (수)
초보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즐기는 코스
그라우스 바이크 파크가 오는 6월 6일 새롭게 개장한다 / 사진제공= Grouse Mountain 그라우스 마운틴 리조트(Grouse Mountain Resort)에 아웃도어 마니아를 위한 새로운 명소가 들어선다. 6일...
|
앨버타, 분리독립 목소리 커졌다··· 내년 주민투표?
2025.05.07 (수)
캐나다 기후변화 정책에 앨버타 반발
앨버타 주민 25% "분리독립 지지"
대니얼 스미스 앨버타 수상 / Danielle Smith X자원부국 캐나다에서 석유 생산 1위를 차지하는 앨버타주(州)가 내년 분리독립 주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공식화했다.6일 대니얼 스미스 앨버타...
|
올여름 캐나다인의 국내외 인기 여행지 톱10
2025.05.06 (화)
美 도시 ‘0곳’··· 10위엔 ‘서울’ 올라
▲밴프 국립공원 / Getty Images Bank올여름 캐나다인의 인기 여행지 톱10 순위에 미국 도시가 완전히 제외됐다.여행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Skyscanner)가 최근 발표한 ‘스마터 서머...
|
트럼프 ‘영화 관세’ 엄포에··· BC주 초긴장
2025.05.06 (화)
트럼프 “해외 제작 영화에 100% 관세” 위협
영화산업 BC 경제의 ‘큰축··· 정부 “지속 지원”
밴쿠버 아트갤러리 광장에서 영화 촬영 준비가 한창인 모습 / Getty Images Ban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영화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북쪽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
NDP 임시 대표에 ‘밴쿠버 6선’ 돈 데이비스
2025.05.06 (화)
싱 전 대표, NDP 총선 참패 후 사퇴
NDP의 임시 대표로 선출된 돈 데이비스(왼쪽)와 저그밋 싱 전 대표 / mpdondavies instagram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 돈 데이비스 밴쿠버-킹스웨이 선거구 하원의원이 연방 NDP의 임시...
|
카니-트럼프 첫 회담, 관세 협상 ‘빈손’
2025.05.06 (화)
“관세 철회 없다” 못 박은 트럼프
“캐나다는 매물 아냐” 맞선 카니
▲회담하는 카니 캐나다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White House Flickr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번...
|
하키스타 창업 60년 브랜드, 스타벅스도 고개 숙여
2025.05.06 (화)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 이야기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미국 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캐나다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던 2월 5일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 ‘팀홀튼(Ti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