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의 경제 전문가··· 캐나다·영국 중앙은행 총재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규정··· 탄소세 등 트뤼도 정책 폐지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규정··· 탄소세 등 트뤼도 정책 폐지
정통 경제학자 출신 마크 카니(60) 전(前) 캐나다 중앙은행 및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가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54) 총리의 뒤를 이어 캐나다를 이끌 차기 총리 겸 자유당 대표에 선출됐다. 집권당인 캐나다 자유당은 이날 자유당 당원 15만 명 이상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카니가 85.9% 득표율을 얻어 경쟁자들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캐나다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카니는 이날 연설에서 “캐나다, 자유당은 단결되고 강력하며, 더 나은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초래하는 여러 어려움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니는 “미국인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하고 하키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가 가져온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1965년 캐나다 노스웨스트 테리토리 준주에서 태어난 카니는 정통 경제학자다. 1988년 하버드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계 글로벌 은행 골드만삭스에서 뉴욕, 런던, 도쿄 등을 다니며 일했다. 2003년에는 민간 부문을 떠나 캐나다 은행에 부총재로 입사했고, 이후 2007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돼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어려움 속에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BBC에 따르면 당시 카니는 말을 아끼던 기존 총재들과 달리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 뒤 적어도 1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이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국제 경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카니는 2013년 영란은행 최초의 외국인 총재가 되었다. 그는 영란은행 총재로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영국 언론으로부터 ‘록스타 중앙은행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카니는 스스로를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묘사한다. 지지율이 낮은 트뤼도 총리 측 인사가 아닌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는 총리와 그의 팀이 경제에서 너무 자주 주의를 돌렸다고 믿는 캐나다의 유일한 자유당원이 아니다”라며 트뤼도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카니는 최근 수개월간 트뤼도 총리의 특별 경제 자문위원으로 일해왔다.이 때문에 보수당은 “카니는 아웃사이더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카니는 취임 후 트뤼도 정부의 여러 정책 기조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는 트뤼도의 주요 환경정책 중 하나인 소비자 탄소세(탄소 배출에 부과하는 세금)를 폐지하고, 정부가 너무 많이 지출하고 너무 적게 투자한다며 3년 안에 예산의 일부를 균형 잡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10달러의 아동 보육' 등 트뤼도 정부의 일부 사회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했다.
카니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 산 제품 전반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자동차 및 에너지 부문에만 예외를 인정했다. 카니는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 상품에 달러 당 1달러(약 145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그 수입을 캐나다 근로자를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캐나다가 무역 관계를 다각화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도 감당해야 한다. CBC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피에르 폴리에브가 이끄는 보수당의 지지율은 40.3%다. 최근 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당이 자유당을 약 10%포인트(P) 앞서고 있다. 카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자유당의 정책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개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캐나다는 오는 10월 총선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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