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캐나다人, 美 여행도 안 간다··· "아메리카노 말고 캐나디아노 주세요"

김보경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3-07 14:51

같은 지리·역사·문화 기반 공유해온 '형제의 나라'
캐나다 사회·정치에 지각 변동

6일 노스밴쿠버의 한 BC 리쿼스토어 빈 매대에 '대신 캐나다 것을 사세요(Buy Canadian Instead)'라는 문구와 빨간 단풍잎이 인쇄된 안내 문구가 놓여 있다. 본래 미국산 위스키가 놓여 있던 자리다. / 밴쿠버조선일보

BC주에 살고 있는 직장인 레베카(32)는 최근 ‘내가 좋아하는 캐나다 브랜드’ 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최근 캐나다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한 것이다. 레베카는 본지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캐나다를 대하는 태도에 정말 실망했다”면서 “옷을 살 때 미국 브랜드인 갭(GAP) 대신 캐나다 의류 업체 ‘코튼(Kotn)’에 가고, 화장품·식료품도 캐나다 것으로 찾아 구매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국경을 맞댄 ‘형제의 나라’ 캐나다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하자, 캐나다에서는 반미(反美)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마약에 대한 책임은 국경 관리를 잘하지 못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다며 양국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취임 전부터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자”라고 수차례 말하면서, 트뤼도 총리를 캐나다주의 주지사로 비유하기도 했다. 본지가 접촉한 캐나다인들은 캐나다 내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앨버타주에 거주하는 지나(32)는 “주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탈퇴하고 있다”며 “캐나다인들이 이 정도로 뭉치는 것은 처음 본다. 모두가 우리 경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캐나다인은 애국심을 소리 내 외치기보다는 친절과 환대의 태도로 표현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정세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에 반대하기보다는 캐나다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캐나다에선 전례 없는 미국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바이 미국, 바이 캐나다(Bye America, Buy Canada·미국산은 불매, 캐나다산은 구매)‘ 구호 아래 의기투합한 모습이다. 전국 대형 마트 곳곳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빨간 단풍 그림과 함께 ‘캐나다산’이라고 적은 라벨이 붙었다. 밴쿠버의 한 대형 마트는 미국산 제품이 진열된 매대 인근에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라(Buy Canadian Instead)’라고 적은 안내문을 걸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의 한 카페 메뉴판에 '캐나디아노(Canadiano)'가 적혀 있다. '캐나디아노' 양 옆에는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고, '아메리카노'라고 작게 적은 글씨에는 취소 줄이 쳐져 있다. /소셜미디어 X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의 한 카페 메뉴판에 '캐나디아노(Canadiano)'가 적혀 있다. '캐나디아노' 양 옆에는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고, '아메리카노'라고 작게 적은 글씨에는 취소 줄이 쳐져 있다. /소셜미디어 X

캐나다 여러 지역의 카페들은 메뉴판에 ‘아메리카노’를 지우고, 그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를 적어 놓고 있다. 2차 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커피인 ‘아메리카노’를 캐나다식 커피라고 재치 있게 바꾼 것이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한 카페는 4일 메뉴판에 마커 펜으로 적혀 있는 ’아메리카노’ 단어를 지우고 ‘캐나디아노’로 바꿔 적는 14초 분량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는데, 하루 만에 6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온라인에는 미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의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인증 글이 게시되고 있다. 커뮤니티 ‘레딧’에는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면서 취소 사유에 “캐나다는 주권국”이라고 적었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트럼프를 후원한 기업가들도 타깃이다. 아마존은 최고경영자(CEO) 베이조스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미국 지사에서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내 불매 대상에 올랐다.

트럼프의 지속적인 캐나다 합병 주장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지난달 캘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는 ‘트럼프, 아메리카주의 주지사’라고 적은 ‘맞불 포스터’가 붙었다가 철거됐다. 토론토의 직장인 메흐디(28)는 “트럼프가 트뤼도와 캐나다 자유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장난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트럼프의 방식은 캐나다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손해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온타리오주의 30대 직장인 테일러는 “트럼프가 캐나다를 향해 내뱉는 ‘캐나다 사람들도 사실 편입을 원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라는 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던 말과 유사하다”면서 “지난달 28일 트럼프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을 보면서, 오랜 동맹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되고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튜브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州) 캘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 '미국주의 주지사 트럼프(Premier Trump, Province of America)'라고 적힌 큰 포스터가 부착된 모습. 포스터 하단 캐나다 지도 아래쪽에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고도 적혀 있다. 누군가 몰래 부착한 해당 포스터는 즉각 철거되었다.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州) 캘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 '미국주의 주지사 트럼프(Premier Trump, Province of America)'라고 적힌 큰 포스터가 부착된 모습. 포스터 하단 캐나다 지도 아래쪽에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고도 적혀 있다. 누군가 몰래 부착한 해당 포스터는 즉각 철거되었다. / 유튜브

강한 반미 정서는 캐나다 정치 지형도 뒤바꾸고 있다. 트럼프 취임 직전, 트뤼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자유당 지지율은 경제 정책 실패로 20%에 머물렀으나 최근 ’반트럼프’ 정서가 확산되며 지지율이 급반등해 38%까지 상승했다. 반면 45%의 지지를 받던 보수당 지지율은 36%로 급락했다. 특히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가 ‘캐나다 우선주의(Canada First)’를 외치며 강경책을 펼치는 모습이 트럼프를 연상시켜, 일부 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 총괄 셰프 에드워드 리
서울 한남동 ‘카펠라 레지던스 서울 클럽’에서 만난 에드워드 리 셰프는 “대중이 왜 나를 사랑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솔직하자, 나 자신이 되자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CPBC “소비자 직접 수령해야 배송 완료”
▲/Pixabay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Amazon)이 고객에게 상품을 약속대로 배송하지 않아 총 1만9369달러의 벌금과 법률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BC주 소비자보호청 (Consumer Protection BC, CPBC)은...
3선 의원 탈당 이어, 4선 의원은 돌연 사임
자유당 정부 예산안 통과 두고, 정치권 혼란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 밴쿠버조선일보 DB 연방 보수당이 연이은 의원 이탈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주 초 3선 의원이 탈당해 자유당으로 옮긴 데 이어, 4선 의원은 돌연 사임을...
일부 티켓 2420달러까지 웃돈 거래
화이트캡스, 콘퍼런스 우승 후보 주목
▲/Vancouver Whitecaps FC밴쿠버 화이트캡스가 오는 22일(토) BC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LAFC와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구단 역사상 가장 뜨거운 흥행 열기를 기록하고 있다.화이트캡스 구단은...
“재산세 동결 위해 정규직 감축 불가피”
예술·문화 예산 줄이고, 경찰 예산은 확대
▲밴쿠버 시청 / Getty Images Bank 밴쿠버시(City of Vancouver)가 내년 재산세 동결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수백 명의 정규직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밴쿠버시 소속...
절전 챌린지···1년간 전력 10% 절약해야
▲/gettyimagesbank메트로 밴쿠버에 다시 추운 날씨가 찾아오면서 난방 등 공과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BC하이드로가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달러의 전기요금 크레딧을 제공하는 ‘절전...
실업률 6.9%로 하락··· 파트타임 일자리 강세
고용 증가 일부 산업 집중··· 금리는 유지 예상
▲/Getty Images Bank 캐나다 고용시장이 전문가 예상과 달리 두 달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파트타임 일자리와 일부 산업에만 고용 증가가 집중되면서 내실은...
전문가 “수개월 내 20~25% 인상 예상”
▲/gettyimagesbank최근 캐나다 전역에서 닭고기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급 차질과 조류독감 확산 우려가 맞물리면서 유통업계와 전문가들은 추가 가격...
중소기업 위한 실질적 지원 턱없이 부족
불확실성 속, 소상공인 경제 신뢰 ‘바닥’
▲/Getty Images Bank 자유당 정부가 역대급 지출을 담은 2025년도 연방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최대 교역국 미국의 목재 관세 폭탄에 ‘패닉’
대규모 무역 사절단, 韓·日 방문··· 시장 확대 추진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이 지난달 14일 버나비에 있는 철강노조(USW) 본부를 방문해, 미국의 목재 관세가 BC주 임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 BC Government Flickr 미국...
노스쇼어 등 일부 지역에 큰 비
▲/Getty Images Bank광역 밴쿠버 일부 지역을 비롯한 BC 남부 해안가에 강우·강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6일 오전 기상청은 노스쇼어와 코퀴틀람, 메이플릿지 등 광역 밴쿠버 북부 지역에...
사건 직후 불에 탄 차량 발견··· 표적 살인 추정
▲수요일 저녁 총격이 발생한 메트로타운 스테이션 스퀘어 / 구글맵 캡처수요일 저녁 시민들로 붐비던 버나비 메트로타운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번 주말, 단독 분양 혜택 제공
브렌트우드 지역을 대표하는 두 대형 주거 단지 ‘Brentwood Block’과 ‘The Amazing Brentwood’를 대상으로 한 특별 인센티브 행사가 이번 주말 열린다.이번 행사는 밴쿠버 상위 1% 리얼터 팀으로...
▲경찰 관련 이미지. /조선일보DB서울 강남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캐나다 국적의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음주운전 및...
2026년 운영 예산·5개년 재정 계획 확정
가정당 평균 897달러··· 가계 부담 최소화
▲/gettyimagesbank메트로 밴쿠버 지역구(Metro Vancouver Regional District, MVRD)가 2026년 운영 예산과 향후 5개년 재정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이번 예산 승인으로 2026년 가정용 평균 연간 요금은...
로또맥스 엑스트라 번호 4개 모두 적중
▲5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 김명준, 이상은 씨 부부 / BCLC 포트코퀴틀람의 한인 부부가 5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됐다.   5일 BC 복권공사(BCLC)는 포트코퀴틀람에 거주하는 김명준, 이상은...
보수당 소속 의원, 탈당 후 자유당 입당
예산안 여야 힘겨루기 속 카니 ‘천군만마’
▲4일 보수당 탈당 후 자유당에 입당한 크리스 덴트르몽 하원의원 / chrisdentremont.ca 노바스코샤의 보수당 소속 의원이 탈당 후 여당인 자유당에 입당했다. 4일 발표된 예산안 통과를...
켈로나, 캐나다 최초로 ‘미식 창의 도시’로 선정
▲켈로나가 유네스코가 발표한 '미식 창의 도시'로 선정됐다. / Tourism Kelowna 켈로나가 캐나다 최초로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미식 창의 도시(Creative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됐다.  ...
1400억 추가 투입··· 인프라·국방·주거 강화
재정 적자 대폭 확대··· 공공 일자리 대폭 감축
예산안 통과 여부 안개 속··· 조기총선 가능성도
▲마크 카니 총리 / Prime Minister of Canada X 캐나다 정부가 향후 5년간 1400억 달러를 투입해 인프라, 생산성, 방위, 주택 등 주요 현안을 강화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다만 재정 적자가 당초...
캐나다 이민 3개년, 경제 이민자 우선 정책
임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이전보다 소폭 늘어
내년부터 학생 비자 발급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6~2028년 이민 수준 계획을 발표하며, 경제 부문 이민자를 우선 수용하고 임시 체류자 수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4일...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