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리·역사·문화 기반 공유해온 '형제의 나라'
캐나다 사회·정치에 지각 변동
캐나다 사회·정치에 지각 변동

6일 노스밴쿠버의 한 BC 리쿼스토어 빈 매대에 '대신 캐나다 것을 사세요(Buy Canadian Instead)'라는 문구와 빨간 단풍잎이 인쇄된 안내 문구가 놓여 있다. 본래 미국산 위스키가 놓여 있던 자리다. / 밴쿠버조선일보
BC주에 살고 있는 직장인 레베카(32)는 최근 ‘내가 좋아하는 캐나다 브랜드’ 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최근 캐나다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한 것이다. 레베카는 본지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캐나다를 대하는 태도에 정말 실망했다”면서 “옷을 살 때 미국 브랜드인 갭(GAP) 대신 캐나다 의류 업체 ‘코튼(Kotn)’에 가고, 화장품·식료품도 캐나다 것으로 찾아 구매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국경을 맞댄 ‘형제의 나라’ 캐나다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하자, 캐나다에서는 반미(反美)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마약에 대한 책임은 국경 관리를 잘하지 못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다며 양국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취임 전부터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자”라고 수차례 말하면서, 트뤼도 총리를 캐나다주의 주지사로 비유하기도 했다. 본지가 접촉한 캐나다인들은 캐나다 내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앨버타주에 거주하는 지나(32)는 “주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탈퇴하고 있다”며 “캐나다인들이 이 정도로 뭉치는 것은 처음 본다. 모두가 우리 경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캐나다인은 애국심을 소리 내 외치기보다는 친절과 환대의 태도로 표현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정세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에 반대하기보다는 캐나다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캐나다에선 전례 없는 미국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바이 미국, 바이 캐나다(Bye America, Buy Canada·미국산은 불매, 캐나다산은 구매)‘ 구호 아래 의기투합한 모습이다. 전국 대형 마트 곳곳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빨간 단풍 그림과 함께 ‘캐나다산’이라고 적은 라벨이 붙었다. 밴쿠버의 한 대형 마트는 미국산 제품이 진열된 매대 인근에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라(Buy Canadian Instead)’라고 적은 안내문을 걸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의 한 카페 메뉴판에 '캐나디아노(Canadiano)'가 적혀 있다. '캐나디아노' 양 옆에는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고, '아메리카노'라고 작게 적은 글씨에는 취소 줄이 쳐져 있다. /소셜미디어 X
캐나다 여러 지역의 카페들은 메뉴판에 ‘아메리카노’를 지우고, 그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를 적어 놓고 있다. 2차 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커피인 ‘아메리카노’를 캐나다식 커피라고 재치 있게 바꾼 것이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한 카페는 4일 메뉴판에 마커 펜으로 적혀 있는 ’아메리카노’ 단어를 지우고 ‘캐나디아노’로 바꿔 적는 14초 분량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는데, 하루 만에 6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인성
온라인에는 미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의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인증 글이 게시되고 있다. 커뮤니티 ‘레딧’에는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면서 취소 사유에 “캐나다는 주권국”이라고 적었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트럼프를 후원한 기업가들도 타깃이다. 아마존은 최고경영자(CEO) 베이조스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미국 지사에서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내 불매 대상에 올랐다.
트럼프의 지속적인 캐나다 합병 주장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지난달 캘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는 ‘트럼프, 아메리카주의 주지사’라고 적은 ‘맞불 포스터’가 붙었다가 철거됐다. 토론토의 직장인 메흐디(28)는 “트럼프가 트뤼도와 캐나다 자유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장난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트럼프의 방식은 캐나다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손해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온타리오주의 30대 직장인 테일러는 “트럼프가 캐나다를 향해 내뱉는 ‘캐나다 사람들도 사실 편입을 원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라는 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던 말과 유사하다”면서 “지난달 28일 트럼프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을 보면서, 오랜 동맹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되고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州) 캘거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 '미국주의 주지사 트럼프(Premier Trump, Province of America)'라고 적힌 큰 포스터가 부착된 모습. 포스터 하단 캐나다 지도 아래쪽에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고도 적혀 있다. 누군가 몰래 부착한 해당 포스터는 즉각 철거되었다. / 유튜브
강한 반미 정서는 캐나다 정치 지형도 뒤바꾸고 있다. 트럼프 취임 직전, 트뤼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자유당 지지율은 경제 정책 실패로 20%에 머물렀으나 최근 ’반트럼프’ 정서가 확산되며 지지율이 급반등해 38%까지 상승했다. 반면 45%의 지지를 받던 보수당 지지율은 36%로 급락했다. 특히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가 ‘캐나다 우선주의(Canada First)’를 외치며 강경책을 펼치는 모습이 트럼프를 연상시켜, 일부 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보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
건강 챙기는 캐나다··· 무알코올 음료 시장 성장세
2025.11.25 (화)
무알코올 지출, 팬데믹 대비 3% 증가
▲/Getty Images Bank 캐나다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콘퍼런스 보드 오브 캐나다(Conference Board of Canada)가...
|
|
BC주 오카나간 발발 ‘사슴 광우병’ 조사 중
2025.11.25 (화)
12월 초 최종 결과··· “사람 전염은 드물어”
▲/Wikimedia Commons오카나간 지역에서 사냥된 흰꼬리사슴 수컷에게서 ‘사슴 광우병’으로 불리는 만성 소모병(Chronic Wasting Disease, CWD) 의심 사례가 확인돼 주정부가 조사에 나섰다.24일 BC주...
|
|
Silk 우유 집단소송 합의 “보상 신청 곧 가능”
2025.11.25 (화)
650만 달러 합의··· 승인 심리 1월 말 예정
▲리스테리아균 감염 위험으로 리콜 조치가 내려졌던 실크와 그레이트밸류사의 식물성 우유 제품 / CFIA식물성 대체 우유 브랜드인 실크(Silk)의 리스테리아 감염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제기된...
|
|
“정부 과잉 고용에 납세자 부담 커졌다”
2025.11.25 (화)
10년간 신규 일자리의 3분의 1이 공공부문
정부 적자 확대에, 공공 일자리 축소 불가피
▲/Getty images Bank 캐나다 공공부문의 인력이 지난 10년간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 적자가 확대되고 납세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레이저 연구소(Fraser...
|
|
기부 불균형 심화··· 고소득층이 절반 담당
2025.11.25 (화)
경기 침체에 소득·세대별 기부 격차 확대
소액 기부도 큰 변화··· 행복감까지 높여
▲/Getty Images Bank 연말이 가까워지며 각종 기부 캠페인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소득 수준에 따른 기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부·모금 플랫폼...
|
|
[AD]블프 대박 세일··· 콘도 실수요자 대상 ‘파격 혜택’
2025.11.25 (화)
11/29··· “즉시 입주 가능한 유닛 포함”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아 오는 29일(토) 코퀴틀람 노스로드 소재 앤섬(ANTHEM) 디스커버리 센터(507 North Road, Coquitlam)에서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열린다.이번 세일은 버나비와 코퀴틀람 등...
|
|
‘영원한 현역’ 이순재, 91세로 별세
2025.11.24 (월)
▲배우 이순재. /컴퍼니그리다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이순재는 25일 새벽 눈을 감았다. 고령에도 활발하게 배우로 활동해오던 고인은...
|
|
“한국은 BC 목재 무역 다각화의 핵심 시장”
2025.11.24 (월)
한국 순방 마친 라비 파마 BC 산림부 장관
미국과 관계 무너져··· 아시아 시장 확대해야
▲지난 14일 라비 파마 BC 산림부 장관(오른쪽)이 인천 청라에 위치한 영림 목재시장을 방문해, BC주산 목재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 BC Government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
|
[밴슐랭] ‘한식과 일식의 조화’ 오마카세 맛집
2025.11.24 (월)
랭리 ‘K&J Cuisine’ 추천 메뉴 3가지
매일매일 고민되는 식사 메뉴 정하기.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라면? 밴쿠버 맛집 가이드 밴슐랭이 선정한 추천 메뉴로 맛있는 한끼 식사를 즐겨보세요!
|
|
‘해빙 국면’ 캐나다-인도, 무역 판 넓힌다
2025.11.24 (월)
양국 정상 두 번째 회담··· CEPA 협상 재개 합의
무역 규모 두 배 확대 기대··· 불안 요인은 여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 Prime Minister of Canada X 마크 카니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
|
카니 이어 졸리 장관도 한화오션 방문···잠수함 역량 확인
2025.11.24 (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가 24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에게 특수선 안벽을 설명하고 있다. / 한화오션60조원...
|
|
캐나다 전역서 ‘요플레’ 요거트 리콜 조치
2025.11.24 (월)
마시는 요거트 제품··· 플라스틱 혼입 가능성
▲리콜 조치가 내려진 요플레 요프 제품 / CFIA 요플레(Yoplait)의 마시는 요거트 제품이 플라스틱 조각 혼입 가능성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리콜 조치됐다. 22일 캐나다식품검사국(CFIA)에...
|
|
과대망상 부추기는 챗GPT··· ‘AI 정신병’ 주의
2025.11.23 (일)
▲/Getty Images Bank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이 사용자의 망상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캐나다와 영국 공동 연구팀은 AI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어떤 영향을...
|
|
한인 84세 남성 실종 일주일째··· 수색 재개
2025.11.23 (일)
악천후로 중단됐다가 일요일 오전부터 재개
▲16일(일) 오후 그라우스 마운틴서 실종된 김원길 씨. 오른쪽 사진은 마지막 목격 당시 모습/ SPS, North Shore Rescue 지난주 일요일 그라우스 마운틴에서 실종된 한인 남성 김원길 씨(84)에 대한...
|
|
화이트캡스, ‘멀티골’ 손흥민 꺾고 4강행
2025.11.23 (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 창단 첫 4강
손흥민 2골 대활약했지만 승부차기서 실축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마티아스 라보다가 전반 종료 직전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Vancouver Whitecaps Instagram 밴쿠버 화이트캡스(2번 시드)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손흥민이 멀티골로...
|
|
“망국의 영웅 아버지는 뛰고 또 뛰었다···승리 바친 내 나라, 눈물이 난다”
2025.11.21 (금)
광복 80년, 한일 수교 60년 맞은
손기정 아들 손정인씨의 마지막 귀향
한국의 첫 ‘월드 클래스’ 스포츠 스타 손기정의 외아들 손정인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강직하고 고지식한 양반이었다”고 회상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이 결승선을 끊는...
|
|
‘세계서 가장 쿨한 거리’··· 밴쿠버 ‘이곳’ 20위
2025.11.21 (금)
캠비 스트리트, 밴쿠버의 개성 잘 보여줘
▲캠비 스트리트가 시작되는 개스타운의 증기시계 / Getty Images Bank 밴쿠버의 캠비 스트리트(Cambie Street)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거리 중 한 곳으로 인정을 받았다. 세계 여행·문화...
|
|
캐나다포스트, 계속된 적자에 “추가 구제금융 필요”
2025.11.21 (금)
소포 경쟁·노사 분쟁 여파, 올해 최악의 실적 전망
누적 손실 55억 달러 넘어··· “사업 모델 전환 필요성”
▲/gettyimagesbank올해 초 10억 달러 연방 대출로 시작한 캐나다포스트가 계속된 적자로 내년 초까지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올해는 회사 역사상 최악의 회계 연도가...
|
|
연말 쇼핑철, 소포 도둑 조심! 도난 예방 팁
2025.11.21 (금)
캐나다인 28% 소포 도난 경험
집 앞 소포 방치하지 말아야
▲/RCMP 최근 현관 앞 놓인 택배를 훔쳐가는 ‘현관 절도(Porch Pirates)’ 피해가 증가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페덱스(FedEx)의 최근...
|
|
금리 낮췄지만, 소비심리 여전히 ‘냉랭’
2025.11.21 (금)
3분기 소매판매 0.2% 증가 그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
▲/Getty Images Bank 금리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이어지면서, 연말 쇼핑철을 앞둔 캐나다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21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
|
|










김보경 기자의 다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