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 급변에 잇따라 낙마

지난해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 G7 Italia Flickr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서방 7국(G7) 중 프랑스·이탈리아를 제외한 5국 정상이 지난 1년 새 바뀌는 ‘격변’을 겪게 됐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잃은 상태여서 사실상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만이 건재한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안보가 크게 흔들리고, 물가 급등과 경기 악화가 몰아닥친 탓이 컸다. 냉전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평화와 글로벌 경제 확대에 익숙해져 있던 기존 정치 리더십이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포퓰리즘적 극우 세력이 발호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가 쇠퇴하는 ‘반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독일에선 최근 올라프 숄츠 총리가 낙마했다. 사회민주당(SPD) 출신인 그는 2021년 12월 취임 직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복지를 확대했다. 그러나 팬데믹의 충격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던 독일 경제에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둔 정책은 부담만 됐다.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독일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친기업적 경제 정책과 함께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탈원전 폐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숄츠 총리는 SPD·FDP·녹색당 연정이 대립 끝에 붕괴하자 지난달 말 자리를 내놨다. 독일 대중 사이엔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지속된 유럽연합(EU) 통합 강화와 개방적 이민 정책이 이런 실패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반EU·반이민을 내세운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계기가 됐다. 세를 불린 AfD는 내달 총선에서 승리해 1933년 아돌프 히틀러 총리 취임 이후 92년 만에 극우 총리를 배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급격한 인플레와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 등으로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20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을 겨냥해 “외국에 퍼주기만 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다”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아 미국 사회를 피폐하게 했다”고 몰아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조기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중도 성향 ‘앙상블’이 참패하면서 반년 이상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2017년 취임 이후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친기업·반포퓰리즘 정책을 펼쳤지만, 한편으론 ‘독단적 엘리트 리더십’이라는 대중의 반감을 샀다. 와중에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마저 피폐해지자 극좌·극우의 인기가 치솟았다. 지난해 7월 조기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차지한 좌파연합과 극우 국민연합(RN)은 마크롱의 정책에 모두 반대하며 그가 지명한 총리를 낙마시킨 데 이어, 마크롱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 2년여간 총리가 세 번 바뀌며 G7 국가 중 가장 큰 혼란을 겪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2022년 7월 거짓말 스캔들로 사퇴한 데 이어 리즈 트러스 전 총리도 무리한 재정 정책의 후폭풍으로 취임 45일 만에 물러났다. EU 탈퇴에 따른 경제의 구조적 악화, 공공 의료시스템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010년부터 계속된 보수당의 장기 집권 체제가 흔들렸다.
금융인 출신 리시 수낙 전 총리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연간 수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낙이 지난해 7월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는 ‘190년 만의 최악 참패’라는 재앙으로 끝났다. 그러나 정권을 넘겨받은 노동당과 키어 스타머 현 총리 역시 증세와 복지 삭감 외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총선 직후 47%에 육박했던 영국 노동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24%로 급락했다. 이 틈을 타고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반이민과 세금 인하, 범죄 척결을 내세우며 지지율을 21%대로 끌어올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사퇴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지난해 “팬데믹과 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존 주류 정치 세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주요 선진국이 모두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최근 “이는 냉전 이후 세계 각국 정치의 주류였던 정치적 자유주의의 쇠퇴를 의미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여론 형성의 핵심 경로로 자리 잡으면서 거짓 정보와 선동, 분노와 대립을 무기로 삼은 극단적 주장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 |
![]() |
연방정부, 인도·파키스탄 여행 자제령
2025.05.08 (목)
무력 충돌 격화에··· 여행경보 등급 격상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연방정부가 두 국가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7일 오후 정부는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한 여행경보 등급을 ‘높은...
|
UN ‘삶의 질’ 조사 캐나다 16위··· 1위는 어디?
2025.05.08 (목)
1위는 아이슬란드··· 미국 17위·한국 20위
국가간 불평등 더 심각··· 인류 발전 둔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삶의 질’ 조사에서 캐나다는 두 계단 오른 1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UN) 산하 기관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6일 발표한 2025년 인간 개발 보고서에...
|
BC 선거구서 누락된 투표용지 800장 발견
2025.05.08 (목)
사무소에 실수로 남겨져 “결과에는 영향 없어"
캐나다 연방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제출한 특수투표용지(우편·현장 외 투표) 800여 장이 BC주의 한 선거구 사무소에 그대로 남겨져,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캐나다...
|
“장기 관세전, 신용경색 불러온다”
2025.05.08 (목)
加·美 무역전쟁 장기화 시 ‘금융 불안’ 경고
BoC “시장기능 마비 가능성도 배제 못 해”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 Bank of Canada Flickr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BoC)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캐나다 경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다. 장기화될 경우 가계·기업의...
|
퀘벡, ‘팁플레이션’에 제동··· 캐나다 최초
2025.05.08 (목)
식사비 지불 시, 세전 금액으로 팁 계산
팁 부담 한층 덜어··· 식당 서버들은 울상
퀘벡주가 소비자의 과도한 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도입했다. 퀘벡 정부는 7일부터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팁을 계산할 때, 결제 단말기 옵션에 퀘벡 판매세(QST·9....
|
미국행 수요 ‘뚝’··· 웨스트젯, 9개 노선 운항 중단
2025.05.08 (목)
밴쿠버·캘거리 등 주요 도시발 美 노선 포함
캐나다 제2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이 캐나다와 미국 간 여행 수요 감소에 따라 9개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웨스트젯 항공사 대변인은 8일 발표를 통해 다음 노선들의 운항 중단을...
|
사상 첫 미국인 교황 프레보스트···즉위명 '레오 14세'
2025.05.08 (목)
페루에서 사목 활동 해와··· 69세
"평화·연대 정신으로 함께 걸어가자"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 collegeofcardinalsreport.com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8일 시스티나...
|
반려견 차량에 묶어두고 코스코 쇼핑··· 견주 과태료는?
2025.05.07 (수)
직사광선에 노출 위반으로 '300달러'
▲vancityevents2025/TikTok버나비 코스코 주차장에서 반려견을 차량에 묶어둔 채 쇼핑을 떠난 견주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버나비 시에 따르면, 지난 5일(월) 오후 4시 15분경, 4500 스틸 크릭...
|
美, BC 국경서 캐나다행 차량 검문 강화
2025.05.07 (수)
지난주부터 이례적 검문 진행··· 대기시간 급증
미국 당국이 BC주와 미국을 잇는 주요 국경 지역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BC 등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경 당국은...
|
카드·할부금 연체 속출··· 캐나다 ‘빚 경고등’
2025.05.07 (수)
연체율 19% 급증··· 청년·노년층 직격탄
‘예산 계획표’ 검색량도 전년비 152% 급증
캐나다 전역에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금융 정보 사이트 머니닷씨에이(Money.ca)가 최근 발표한 ‘캐나다 부채 위기 보고서’(Canada’s Rising...
|
트럼프와 신경전, 능숙하게 다룬 카니
2025.05.07 (수)
총리 취임 후 美와 첫 정상회담
카니 "캐나다 절대 팔지 않겠다"
6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중인 마크 카니 총리 / White House Flick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
한낮 유모차 끌던 엄마도 ‘묻지마 폭행’ 표적
2025.05.07 (수)
괴한이 유모차 밀친 후 여성 얼굴 때려
사건이 발생한 인근 모습 / 구글맵 캡처 한낮 뉴웨스트민스터 번화가에서 유모차를 끌던 여성이 괴한에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일 오후 1시쯤 뉴웨스트민스터 10번가(10th...
|
‘스릴 폭발’ 그라우스 바이크파크 내달 첫선
2025.05.07 (수)
초보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즐기는 코스
그라우스 바이크 파크가 오는 6월 6일 새롭게 개장한다 / 사진제공= Grouse Mountain 그라우스 마운틴 리조트(Grouse Mountain Resort)에 아웃도어 마니아를 위한 새로운 명소가 들어선다. 6일...
|
앨버타, 분리독립 목소리 커졌다··· 내년 주민투표?
2025.05.07 (수)
캐나다 기후변화 정책에 앨버타 반발
앨버타 주민 25% "분리독립 지지"
대니얼 스미스 앨버타 수상 / Danielle Smith X자원부국 캐나다에서 석유 생산 1위를 차지하는 앨버타주(州)가 내년 분리독립 주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공식화했다.6일 대니얼 스미스 앨버타...
|
올여름 캐나다인의 국내외 인기 여행지 톱10
2025.05.06 (화)
美 도시 ‘0곳’··· 10위엔 ‘서울’ 올라
▲밴프 국립공원 / Getty Images Bank올여름 캐나다인의 인기 여행지 톱10 순위에 미국 도시가 완전히 제외됐다.여행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Skyscanner)가 최근 발표한 ‘스마터 서머...
|
트럼프 ‘영화 관세’ 엄포에··· BC주 초긴장
2025.05.06 (화)
트럼프 “해외 제작 영화에 100% 관세” 위협
영화산업 BC 경제의 ‘큰축··· 정부 “지속 지원”
밴쿠버 아트갤러리 광장에서 영화 촬영 준비가 한창인 모습 / Getty Images Ban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영화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북쪽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
NDP 임시 대표에 ‘밴쿠버 6선’ 돈 데이비스
2025.05.06 (화)
싱 전 대표, NDP 총선 참패 후 사퇴
NDP의 임시 대표로 선출된 돈 데이비스(왼쪽)와 저그밋 싱 전 대표 / mpdondavies instagram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 돈 데이비스 밴쿠버-킹스웨이 선거구 하원의원이 연방 NDP의 임시...
|
카니-트럼프 첫 회담, 관세 협상 ‘빈손’
2025.05.06 (화)
“관세 철회 없다” 못 박은 트럼프
“캐나다는 매물 아냐” 맞선 카니
▲회담하는 카니 캐나다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White House Flickr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번...
|
하키스타 창업 60년 브랜드, 스타벅스도 고개 숙여
2025.05.06 (화)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 이야기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미국 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캐나다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던 2월 5일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 ‘팀홀튼(Tim...
|
구매부터 대출까지··· 부동산 실속 세미나 열린다
2025.05.06 (화)
[Advertorial]
스티브한 부동산 그룹·하나은행 써리 지점 공동 주최 5월 14일 오후 6시··· 구매 전략·금융 정보 총정리
18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스티브한 부동산 그룹(Steve Hahn Group)이 KEB하나은행 써리지점과 함께 오는 5월 14일(수), 부동산 실수요자들을 위한 무료 세미나를 개최한다.이번 세미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와 업사이징을 고려하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 구매 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