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대표적인 국가 스포츠였던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최근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수가 10여 년 전과 비교해 35% 급감했고, 대신 축구와 농구가 새로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8세 이하 아이스하키 선수는 34만365명으로, 2009년의 52만3785명에서 약 35% 감소했다. 2023년에는 소폭 증가한 36만31명으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스포츠 인기를 넘어서 캐나다의 국민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단순한 겨울 스포츠가 아니라, 국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875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첫 경기 이후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상징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1994년 캐나다 의회는 아이스하키를 겨울철 국가 스포츠로, 라크로스를 여름철 국가 스포츠로 공식 지정했다. 웨인 그레츠키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등장하며 수백만 명의 캐나다 어린이들이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해 뒷마당이나 동네 링크에서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감소하고, 축구와 농구 같은 다른 스포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 하키 선수의 부모는 매년 평균 4478달러를 하키에 지출한다. 아이가 16세가 될 때까지 총 5만3735달러를 쓰는 것이다. 하키 장비 기업 바우어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드 키널리는 “요즘 아이들은 최신 탄소섬유 제품을 원한다”면서 “아이들은 이제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최신 장비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아이스하키 리그 선수들의 성추행 혐의와 코치들의 학대 스캔들도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8년 캐나다 하키 리그(CHL) 소속의 주니어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행사 중 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이 사건은 2022년 초에야 폭로됐으며 피해 여성은 CHL과 합의를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이 폭로된 후, CHL이 피해 보상금을 선수 등록비에서 조성된 기금으로 충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이후 2003년에도 비슷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고, 과거에도 CHL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커졌다.
이 사건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고, 정부와 사회 전반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캐나다 정부는 CHL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했으며, 팀홀튼과 텔러스 등 주요 후원사는 CHL과 협력을 중단하거나 보류했다.
지방 및 연방 정부의 최근 투자도 다른 스포츠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타리오주는 향후 20년 동안 20억 달러를 들여 45개의 축구장, 30개의 농구 코트, 18개의 실내 수영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아이스하키 링크는 1개만 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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