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미국 전역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진행
대도시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에 학교는 휴교령, 비상사태 선포도
천문학계, 태양 코로나 관측 위한 최고의 기회
대도시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에 학교는 휴교령, 비상사태 선포도
천문학계, 태양 코로나 관측 위한 최고의 기회
‘세기의 우주쇼’로 불리는 개기일식을 앞두고 북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의 여러 대도시를 가로지르며 진행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도 길어서 천문학계도 모처럼 찾아온 ‘태양 관측’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면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개기일식은 보통 18개월에 한 번씩 나타나지만, 이번처럼 대도시를 가로지르면서 나타나는 개기일식은 생각보다 보기 쉽지 않다.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레건주에서 개기일식을 촬영한 연속 이미지.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보다 지속 시간이 더 길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NASA/Aubrey Gemignani
이번 개기일식은 북미와 뉴질랜드 사이 중간 지점인 태평양에서 시작된다.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8시 42분에 멕시코 서해안에서부터 볼 수 있고, 부분 일식으로 시작해 달이 점점 더 많은 태양을 가리게 된다. 완전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건 멕시코 현지 시각 기준으로 오전 9시 38분이다.
태양과 달이 하늘을 가로질러서 이동하는 경로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데,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텍사스주에서 메인 주까지 미국의 13개 주를 지나서 캐나다 온타리오 남부로 넘어가면서 육지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마무리된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16분에 태양이 평소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미국 도시의 인구만 3100만명에 달한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중부와 동부 도시 상당수가 개기일식 경로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크다.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고, 개기일식 관측을 위한 과학 수업을 편성한 학교도 많다.
여러 주정부가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의 현지 당국은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개기일식 당일 10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델타항공은 텍사스와 미시간을 오가는 특별편을 편성했는데, 하늘 위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노선을 짰다.

2024년 4월 8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된다. 이미지 속 검은 줄이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경로./NASA'S DATA VISUALIZATION STUDIO
◇태양은 아직도 미지의 존재…4분의 관측 골든타임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이번 개기일식 때는 4분 안팎 정도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지속 시간이 다른 이유는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궤도와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가 완벽하게 원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천체 사이의 거리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도 달라진다. 조경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기일식 지속 시간은 보통 2~3분 정도인데 이번에는 4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 시간에 따라 태양을 관측하면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처럼 긴 개기일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천문학계는 개기일식을 앞두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기일식은 태양의 바깥층인 코로나를 측정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코로나는 태양의 자기장이 하전 입자에 작용해 복잡한 모양을 형성하는 곳인데, 이 코로나를 이해할 수 있으면 태양풍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태양풍은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우주비행이나 위성, 전력망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코로나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까지 코로나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섭씨 6000도 정도인데 비해 코로나의 온도는 수백만 도까지 올라간다. 왜 태양 표면보다 코로나가 더 뜨거운 지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태양풍의 속도도 태양 주변보다 지구 주변에서 더 빠른데 태양풍을 가속하는 무언가의 정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태양 표면의 코로나를 보여주는 이미지. 태양 코로나의 높은 온도와 태양풍의 속도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ESA&NASA
코로나 관측이 어려운 건 태양 원반보다 훨씬 어둡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는 태양 원반보다 백만 배 정도 어둡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평소에는 대기 때문에 빛이 산란하기 때문에 코로나를 명확하게 보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개기일식 기간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산란광도 사라져 코로나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코로나(Coronagraph)를 평소에 보면 산란광 때문에 뿌였게 보이는데, 개기일식 기간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산란된 빛이 사라져 아주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까이서 관측 위해 연 날리고, 비행기 띄우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길게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하와이대 천문연구소의 샤디아 하발 교수는 날개 길이만 6.5m에 달하는 거대한 연에 카메라를 달아서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은 최대 1㎞ 고도까지 올라가서 지상에서보다 더 가까이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하발 교수는 지금까지 14번의 개기일식을 관측하며 연구 데이터를 쌓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대기 연구용 비행기인 ‘WB-57′ 두 대를 이번 개기일식 기간에 띄울 계획이다. 시속 740㎞의 속도로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가며 관측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하면 개기일식 관측 시간을 6분 정도로 늘릴 수 있다. 연구를 이끄는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아미르 카스피 연구원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시광선 카메라와 고해상도 중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일식 이미지를 촬영할 것”이라며 “코로나의 어떤 구조가 자체적으로 빛을 방출하고, 어떤 구조가 태양 표면에서 빛을 산란시키는 지 파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NASA는 텍사스 주에서 메인 주까지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35개의 시민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개기일식을 연속 촬영하는 실험도 준비 중이다. 동일한 카메라와 동일한 망원경, 동일한 각도로 개기일식의 경로 전체를 촬영하는 프로젝트다.
한국 연구진도 이번 개기일식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오는 9월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코로나그래프 ‘코덱스’의 실전 대비 훈련을 미국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편광카메라와 편광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이용해 코로나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얻은 뒤 이를 비교해서 코덱스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코덱스를 실전 배치하기 전에 개기일식 기간을 이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 예행연습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언제쯤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까. 천문연의 계산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관측할 수 있는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쯤이다. 다만 북한 평양과 강원도 고성을 지나가기 때문에 실제 관측은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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