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9개월 넘게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지속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파괴와 살육이 자행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단결해 푸틴을 국제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10일(현지 시각) AP 통신,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투옥 중인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야 핀추크 등이 참석했다.
마트비추크 시민자유센터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에 전쟁범죄 책임을 적절히 묻지 않는다면 동유럽에 평화는 오지 않는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전쟁을 도구로 쓰고 있으며,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옛 소련 지역 인권단체 지도자들이 2007년 설립한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주민에 대한 박해, 동부 돈바스 내전에서 벌어진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전쟁범죄 등을 고발해왔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인 메모리알의 라친스키 의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시즘으로 낙인찍어 이 미친 전쟁범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친 전쟁”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노벨평화상 수상을 거부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침공 중인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 정부가 수감 중인 반체제 인권운동가와 함께 상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국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라친스키는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국가가 하는 일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옛 소련 및 러시아 정권이 저지른 수많은 인권 탄압 행위를 발굴하고 기록해온 메모리알은 지난해 12월 당국의 해산 판결을 받았다.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는 수감 중이라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29년째 집권 중인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맞서다 지난해 7월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외신들은 그가 최대 징역 12년 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1년 노벨평화상 역사상 네 번째 옥중 수상자인 비알리아츠키는 2011년에도 탈세 혐의로 3년간 수감됐다.
아내 핀추크가 대신 읽은 수상 소감에서 비알리아츠키는 “내 조국 벨라루스는 전역이 감옥에 갇혀 있다”며 “이는 ‘의존적 독재 체제’로, 러시아가 원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과 정확히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은 정권에 의해 폭행과 고문을 당하고 구속된 수만명의 벨라루스 시민과 인권운동가 동지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은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인권침해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탁월한 노력을 해왔다”며 “평화와 민주주의에서 시민사회가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매년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을 기념해 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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