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에서 코너 스토어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아침 일찍 동네 단골 손님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즐기던 도시의 사랑방, 잡화편의점 구멍가게들이 재산세 폭등으로 더이상 유지를 못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CBC 뉴스에 따르면 밴쿠버 시에서 발급한 동네 편의점 사업자면허는 2008년 302개에서 2018년 226개로 줄었다. 10년 새에 76개가 없어졌다는 실증적 통계다.
출근길에 언제나 헤이스팅스 지역 맥길 그로서리(McGill Grocery) 가게에 들른다는 빅터 젠틸(Victor Gentile)은 "이 코너 스토어는 5~10분간 머물며 스포츠나 세계 뉴스 얘기를 나누는 사랑방이다. 밴쿠버의 비싼 부동산 값 때문에 이 정겨운 편의점들이 밀려나고 있다"고 CBC에 말했다.
이 가게는 현주인 해리 마(Harry Mah, 55)의 어머니가 1977년에 샀다. 주차장이 넓고 가게에 딸린 3베드룸 집은 그녀 가족이 살기에 충분해서였다.
코너 스토어(Corner Store)들은 기술과 언어에 제한이 있는 이민자들이 많이 선택했던 생업이었다. 한국인 이민자들도 이 업계 종사지가 많았으나 몇년 전부터 이민 추세가 컬리지 유학 후 취업으로 바뀌면서 명맥이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밴쿠버 시는 코너 스토어의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도시계획자들이 편의점 업주들을 돕기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 법규 (Zoning Rules)를 마련하고 있다고 CBC는 보도했다.
클라크 드라이브에서 부인과 함께 17년째 버논 드라이브 그로서리(Vernon Drive Grocery)를 열고 있는 플로이드 웡(Floyd Wong)은 "요즘은 한푼도 벌지 못해 은퇴 저축을 헐어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의 가게는 주인에 의해 올헤초부터 매물로 나와 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힘없이 웃었다.
도시 역사가 존 앳킨(John Atkin)은 커뮤니티 미팅 플레이스(지역사회 사랑방)로서의 코너 스토어들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퀘벡 스트릿과 키퍼 스트릿의 가게들을 카페 형태로 전환하도록 권유했다.
그는 "가게 앞에 테이블 두개 놓으면 훌륭한 사교장소가 된다. 코너 스토어의 이런 기능은 동네에 매우 중요하다"고 CBC에 강조했다.
SFU 시티 프로그램을 이끄는 도시계획학자 앤디 얀(Andy Yan)은 "높은 재산세가 그들의 생존 적응을 어렵게 한다. 우유와 캔디 몇개를 팔아야 그 세금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도시 소규모 편의점들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15년간 편의점을 하고 있는 배병문씨(62)는 "갈수록 힘들다. 담배 끊는 사람들도 많고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들이 많이 생겨 경쟁이 심하다. 재산세는 우리 세입자 부담인데 랜드로드들 중에는 가게 터를 아예 팔려는 사람들도 많아 늘 불안하다. 코너 스토어는 조만간 도시의 천연기념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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