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주변국의 만류와 우려에도 EU(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고 "영국만의" 정체성을 되찾길 바라는 영국인이 더 많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통적으로 대영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영국은 전통적으로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국민정서가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유로존 경제가 침체하고 대규모 이민자 유입에 따른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브렉시트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2일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등 찬반 진영 측 인사 6명이 나와 벌인 BBC 방송 공개 대토론회의 주요 화두도 ‘이민 문제’였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영국이 "이민자 천국"이 될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 토론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조너선 포르테스 연구원은 "영국에서 이민은 비단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다”며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은 물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은 것도 늘어난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는 33만명에 달했다.
이민자 유입으로 영국 고유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계심도 브렉시트 찬성 여론을 거들었다. 반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민자들 때문에 “평범한 영국인들이 몇 년간 형편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영국 독립의 날”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U 경제가 나빠진 것 또한 브렉시트를 부추겼다. 영국은 최근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EU에 내는 분담금도 증가했다. EU 탈퇴 진영은 EU에 매년 내는 30조원 규모의 분담금을 복지와 신성장 동력에 투입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외국인 투자 위축, 파운드화 약세, 유럽 금융센터로서의 지위 상실 등 경제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로 인해 2년 내 일자리가 50만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3.6%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구당 연간 4300파운드(약 720만원)를 잃게 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왔다.
그럼에도 EU 탈퇴 진영은 “영국이 EU를 떠나도 세계 경제규모 5위의 대국이라는 영국의 지위와 위상을 무시하지 못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것인 만큼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지자들이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이재은 기자 new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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