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감옥서 낳은 둘째, 18개월만에...”

엄보운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13 17:05

두 아이의 엄마인 어느 재소자 편지… 라디오 타고 전국 교도소에 방송
수억대 주식 사기로 복역… 수감 4개월만에 둘째 출산 18개월 지나 이별…
"피해자들에 진 빚 버겁지만 아이들 생각하며 열심히 살 것"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현이 엄마입니다."


<▲ >

13일 낮 12시 40분쯤 전국 50여개 교도소·구치소의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이렇게 시작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작년 3월 지인들에게 "주식투자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죄(사기)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년8개월 동안 복역 중인 '정현이 엄마' 박명혜(34·가명)씨가 쓴 편지였다.

법무부 교화방송센터가 매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각 교도소·구치소에 내보내고 있는 라디오 방송에 재소자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여기에 직접 사연을 보낸 것이다.

박씨는 교도소에서 낳아 18개월간 길러온 둘째 아들 정현이를 지난달 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친정으로 떠나보냈다. 그는 작년 3월 형이 확정되자마자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고, 두 살배기 큰아들 정호를 친정 부모에게 맡겼다. 그리고 임신 상태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지 한 달 만인 작년 4월 낳은 둘째가 바로 정현이다.

'여성 재소자가 출산하는 경우, 18개월까지 아이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박씨는 수형 생활을 하면서 정현이를 길렀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매일 잠도 함께 잤다. 교도소의 갓난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엄마 품에서 한시도 떠날 줄 몰랐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배웠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1년6개월이 흘렀다. 전국 각 교도소에서 크던 12명의 '양육 유아' 중 하나였던 아들 정현이는 지난달 12일 교도소를 떠나야 했다.

박씨는 자신의 편지에서 "마음속으로 수십 번 준비했던 그날, 18개월 된 아들 정현이를 보내야 했던 그날, 울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데 그게 안 됐습니다"라고 했다.

정현이가 떠나기 전날, 박씨 모자(母子)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교도소 내 '가족 만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정현이를 데려가려고 온 박씨의 부모, 큰아들 정호도 함께였다.

다섯 가족은 저녁밥을 지어먹고, 같이 TV도 보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정현이는 "형아 형아" 하면서 정호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떨어져 지내던 두 아이는 서로 과자를 먹여주고,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았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헤어짐을 알기라도 하듯 두 아이는 그날 밤부터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정호는 "엄마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난 엄마만 좋아"라는 말만 수십 번 반복했다. "응. 내일 다 같이 가자"는 말로 안심시켰지만, 아이는 자면서도 박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튿날 정호는 박씨 품에 안긴 채 "엄마도 같이 가게 옷 입어. 엄마가 양말 안 신으면 나도 안 신어"라며 떼를 썼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 정현이는 옆에서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평소에도 양말만 신으면 어디 밖에라도 나가는 줄 알고 좋아하던 아이였다. 저만치 떨어져 이들을 지켜보던 박씨의 부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박씨는 "엄마가 여기 청소하고 따라갈게" 하고 약속한 뒤에야 두 아이를 떼어낼 수 있었다. 정현이는 할머니 등에 업혔다. 그렇게 이별이었다. 박씨는 아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 가족 만남의 집을 빠져나왔다. 다른 재소자들처럼 가족들을 출구까지 배웅할 자신이 없었다.

박씨가 두 아들을 떠나보내던 그날 밤 직접 쓴 이 편지 말미에는 지난날 자신의 죄를 후회하는 심정과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

"교도소 건물로 돌아가는 길에 기도했습니다. 지금 이 감정, 이 순간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요. 두 번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면서… 이젠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못난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요.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얘들아 엄마 빨리 갈게. 아프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사랑한다 아기들아. 사랑한다 내 새끼들."

박씨는 만기 출소(2014년 1월)를 1년2개월 앞두고 있지만, 사기 피해자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이다.

박씨는 "쉽지 않겠지만, 출소하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부지런히 살 것"이라고 했다.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겐 큰 힘이에요. 두 아이를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이 노년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독서와 뇌 건강,...
  국내 위암 환자가 많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23년 암 발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위암은 남성 1만9295명, 여성 9648명에게 새로 발생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의 약 2배였고, 남성 암...
교사·대학생·일반 시민 등 대상
캐나다 정부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의 기본 개념과 활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무료 온라인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연방정부는 AI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도네갈 윌슨 의원 합류··· 다음달, 의원총회 개최 예정
▲ 도네갈 윌슨 주의원. /Facebook 전 BC 보수당 의원이었던 도네갈 윌슨이 새 정당에 7번째 의원으로 합류했다.바운더리-시밀카민(Boundary-Similkameen) 지역구의 주의원인 도네갈 윌슨은 지난...
15일 발효··· 일부 품목은 철회
미국이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새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에 50% 관세가 적용되던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철회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새로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토지·자산 소유권은 유지··· 정치·노동계 비판 거세
마크 카니 총리가 캐나다 4대 공항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카니는 14일 투자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캐나다 4대 공항 운영에 대한 장기 양허권(long-term...
공제 대상 자산 확대··· 신규 투자 세율 6.4%로↓
기계·장비부터 광케이블·송유관·도로까지 포함
▲/Mark Carney FB마크 카니 연방 총리가 기업의 신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 비용을 세금에서 더 많이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세제 혜택을 내놨다.카니 총리는 첫 ‘캐나다 투자...
유튜브 통해 협박 ··· 용의자, 현재 구금 상태
캘거리의 한 남성이 마크 카니 총리에 대한 살해 협박 글을 게시한 혐의로 구속됐다.캐나다 왕립 경찰(RCMP)은 지난 7월 28일 유튜브(YouTube) 계정을 통해 협박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집 앞에서 77일간 시위
中 재벌 궈원구이 지지자들 소행
▲ /유튜브 캡쳐BC주의 한 언론인이 지난 2020년 써리 소재 자택 앞에서 77일간 이어진 시위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BC주 대법원(B.C. SC)의 리처드 휴슨 판사는...
한식과 한국 문화로 지역사회 이어
‘Korean Food Day’ 선포로 의미 더해
▲먹거리 부스 사이를 가득 메운 방문객들. / North Road K-Food Festival ‘2026 North Road K-Food Festival’이 지난 9월 5일과 6일 버나비 The City of Lougheed 주차장에서 양일간 총 6만 명의 방문객을...
누적 385억 불 예상··· 역대 최대 규모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0.9%로 하향
BC주 정부가 향후 3년간 당초 예상보다 더 큰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와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연방정부의 이민정책 강화 등이 주 경제에 상당한...
중상 입고 병원으로 후송돼
용의자는 캠룹스에서 체포
밴쿠버의 한 편의점 점원이 카운터 뒤에 앉아 출입구에 서 있는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다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밴쿠버 경찰은 32세 남성을 체포하고, 가중 폭행 및 흉기 폭행...
[Advertorial]
BC주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균형 잡힌 계획BC주는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지역사회의 성장과 신규 주택 개발, 산업의 확대와 가속화되는 전기화로 인해, 청정...
강화도 면적의 80%이지만,
北美에 남은 유일한 프랑스령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북대서양의 작은 섬인 생피에르 미클롱(Saint-Pierre-et-Miquelon)을 공동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방안’ 승인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 / 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통합한 뒤에도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은 별도 신청 없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10년간 대한항공 모든 노선에서...
863억 불 수입 예상··· 美 외 수출 16% 증가
BC주 정부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역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및 심각한 산불 시즌에도 불구하고 BC주의 경제는 회복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부 수입은 863억 달러로...
188cm의 원주민 남성··· 경찰 감시 계속될 것
▲ 스카일러 웨인 펠레티어. /SPS 써리 경찰청(SPS)이 폭력 및 성범죄 전력이 있는 고위험 범죄자 스카일러 웨인 펠레티어(26)가 써리 지역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펠레티어는 키...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사용하는 화장품뿐 아니라 섭취하는 영양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피부 구성 성분을 생성하고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줄이는 과정에 여러 영양소가...
  물에 기포가 생기게 만든 ‘스파 욕조’가 안전상의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미국 수중 안전 전문가 맷 레이놀즈가 영국 ‘데일리메일’에 “스파 욕조에서...
작년 8월 대비 3.6% 감소
관세·장기 금리 인상이 우려 낳아
 BC주의 주택 판매량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BC 부동산협회(BCREA)는 지난달 주택 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감소했지만, 주 전체 시장에서 회복세가 지속되고...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