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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10주년… 거스 히딩크 감독

정병선 기자 bsch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28 10:47

“2002년 이후 자신감 생겼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오는 31일은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주역은 거스 히딩크(66) 감독이다. 현재 러시아 프로팀 안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2002년 이후 해마다 한국을 찾는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축구 시설 마련에 힘을 쏟아온 히딩크 감독은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과 뜻을 합쳐 '허정무 히딩크 축구재단'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꿈나무 육성과 청소년 축구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오는 29일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재단 운영 협약식을 갖는 것을 비롯해 광주·부산·대구·대전·목포에 새로 마련된 시각장애인 축구구장 '히딩크 드림필드' 완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의 영웅' 히딩크 감독이 2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박지성 요즘 연락 안 와… 많이 바쁜 모양"… 거스 히딩크 감독이 2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박지성의 단독 인터뷰 기사가 실린 26일자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 히딩크는“박지성이 요즘 통 연락을 하지 않는 걸 보니 많이 바쁜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2002년 이후로 나도, 한국인도 달라졌다

히딩크 감독은 장애인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히딩크는 "한국에 올 때마다 조금씩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내년 1월 평창에서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열린다고 들었다.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히딩크는 내년 대회 기간에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화제를 10년 전으로 돌렸다. 그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2002년 월드컵 덕분에 한국 축구는 물론 한국 사회도 업그레이드 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자신이 봐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의 모습과 월드컵 이후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서도 2002년 월드컵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뒤 나 개인적으로도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붉은 바다, 나에겐 아름다운 기억"… 2002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은 한국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거스 히딩크 감독은“2002년 월드컵때 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로 응원하던 붉은 악마들이 인상적이었다”며“나에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이라고 말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은 승승장구했다. '축구 변방' 호주를 맡아 팀을 2006 독일월드컵 16강에 올려놓았고, 2008년엔 러시아를 이끌고 '유로 2008' 4강에 진출했다. 2009년엔 잠시 첼시(잉글랜드)를 맡아 FA컵 우승컵을 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팀 안지 마하치칼라와 연봉 1000만 유로(약 148억원·계약기간 1년 6개월)에 계약했다.

월드컵의 추억을 풀어내던 히딩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시가를 입에 물었다. "이쯤에서 이 말이 나와야겠죠? 전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I'm still hungry). 하하."

히딩크는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러시아 리그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2018년엔 러시아에서 월드컵도 열립니다. 저는 안지에서 많은 것을 해볼 생각입니다."

한국 대표팀과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해 '아름다운 기억(beautiful memory)'이라고 표현한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받은 사랑은 아직도 못 잊고 있다"며 "한국과의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했다. 그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김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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