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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밴쿠버를 걷다, 보석 같은 산책코스-1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07 13:36

“디어 레이크 파크, ‘캐네디언 구스’의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산뜻한 경험은 ‘일상으로의 탈출’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보는 풍경, 그 속살을 살짝 들춰 보면 일상에 가려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과 만나게 된다.


굳이 보석에 가격을 매기자면, 밴쿠버에서 가장 값져 보이는 것은 바삐 움직이는 차량 안에서 숱하게 흘려 보냈던 산책로다. 비싼 보석이지만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내 소유로 만들 수 있다. 운동화끈을 질끈 매고 산책로에 첫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된다.


 


 


“빗방울 머금은 공기, 최고의 천연 수분팩”


밴쿠버 조선일보가 소개하는 첫 번째 산책로는 버나비에 위치한 ‘디어 레이크 파크’다. 물론 그 인근에 사시는 분들에겐 다소 허탈한 첫 등장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슬리퍼를 질질 끌고 동네 호프집을 들락거리던 형님이 알고 보니 사인 한 장 부탁해야 할 것 같은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뿌뜻해지지 않을까.


‘디어 레이크 파크’로 향하는 길은 쉽다. 코퀴틀람 방면에서 올 경우, 1번 고속도로를 타고 33번 출구(Canada Way 방면)로 빠져 나온 뒤 캔싱톤 애비뉴(Kensington)로 들어선다. 그 후 캐나다 웨이에서 우회전한 후, 디어 레이크 파크웨이로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1km 가량 더 달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기자가 디어 레이크 파크를 찾은 날은 종일 비가 내린 직후라 길은 꽤나 질척거렸다. 잔디도 충분히 미끄러웠기 때문에, 자칫하면 유년 시절 태권도장 이후 처음으로 다리 찢기에 도전할 뻔 했다. 유연성에 자신이 없거나 진흙 투성이 바지가 걱정된다면 잔디밭 대신 반듯하게 자리잡은 산책로를 선택해야 한다.


비오는 날의, 혹은 비내리기 전후의 산책이 걸리적거릴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디어 레이크 파크에 들어선 순간 자신의 초라한 편견을 쉽게 잊을 수 있다. 빗방울을 충분히 머금은 상쾌한 공기는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수분팩이 된다. 아기 피부로의 복귀를 꿈꾸며 찜질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비오는 날의 산책로를 걷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지 않을까.


디어 레이크의 산책로는 2.7km로 비교적 짧다. 한바퀴 도는데 어른 걸음으로 3,40분 정도면 족하다. 한 서너 시간 정도는 걸어야 산책 좀 했구나,라고 믿는 사람의 눈엔 지나치게 소박한 코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마음을 열고 걷다 보면 주변 풍경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과 조우하게 된다. 산책로 건너편으로 보이는 고층빌딩도 어색해 보이지 않고, 호수 위를 유유자적 떠도는 캐네디언 구스떼들의 수다도 정겹다.


한바퀴를 도는 순간 위의 풍경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음 바퀴에 도전하면 된다. 동행이 있다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끼는 사람과의 대화는 한가한 산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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