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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한국어 교실에 타문화권을 초대하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02 13:48

[밴쿠버에서 바라본 한글 교육- 1]

“한국어 교육 목적 ‘뿌리 찾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

자녀에게 왜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지에 대한 이민 1세대의 답변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했다.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모국어를 잊지 않아야 하죠.”

좀 더 솔직한 부모들은 정체성 이외에 또 다른 이유를 덧붙인다.

“자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려면 아무래도 우리 같은 이민 1세대들에겐 한국어가 더 편하지 않겠어요?”

확실히 그 동안의 한국어교육은 ‘뿌리 찾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부모 자식간 의사소통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흐름만 놓고 봤을 때 위의 두 가지 답변만을 정답으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 타문화권 사람들이 한국, 그리고 한국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한국어는, 물론 모국어가 아니다.

다문화주의 국가 캐나다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이민 2·3세대들에도 모국어로서의 한국어만 강요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금 거창하게 얘기하면, 모국어가 아닌 ‘세계어’로서 한국어를 대하자는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경향을 살펴보는 한편, 밴쿠버 소재 한국어학교를 집중 소개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어의 위상과 한국어 교육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한국어 교육 본국 국어과정과는 달라

이원재씨는 모국어 습득에만 집중됐던 한국어교육의 목적을 보다 다양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79년 캘거리한인학교를 설립해 일찌감치 한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2009년 ‘제 1차 한국어학교 교사 연수회’가 밴쿠버에서 열렸을 당시 이원재씨는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어를 세계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원재씨는 이미 2005년에 앨버타주에서는 한국어가 제 2외국어 정식과목으로 채택됐으며, 수강생 중 60%가 타문화권 출신이라고 전했다. 한국어의 지위를 달리 보기에 충분한 수치다.

그는 또한 “한국어 교재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교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2세대들이 필요로 하는 한국어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2세대 대부분에게 있어 제 1언어는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에서의 한국어교육은 한국의 국어교육과정과는 달라야 한다는 게 이원재씨의 주장이다.

이곳 밴쿠버에서도 한국어를 제 2외국어 정식과목으로 채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2006년 메트로 밴쿠버 내 6개 교육청이 한국어를 제 2외국어 정식과목으로 인정했으며, 주로 방과 후 학교, 혹은 토요학교 형태로 운영됐다.

2009년에는 버나비 센트럴 세컨더리에서 학생들은 한국어를 공부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당시 버나비 교육청 평생교육원 도나 스코트(Scott) 원장은 “출신국가의 문화, 특히 언어를 계속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한국어 공부하게 된 계기

하지만 2011년 현재 메트로 밴쿠버 어느 곳에도 한국어 정식수업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에서는 그 이유를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교육과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어 공부 열기가 순식간에 식은 것일까? 섣불리 아니라고 답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면이 있다. 서부 캐나다의 유력 학교 중 하나인 UBC에서 한국어는 교양과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한국어과정 수강생은 128명이며, 이 중 대부분이 타문화권 출신이다. 2007년에는 정원 문제로 학생 80명이 수강을 포기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한국어 강사를 추가로 채용하기 위한 기금 모금 행사를 한인사회 차원에서 벌이기도 했다.

이 대학에서 한국어 과정이 순항하는 이유로 ‘한류’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에 노출되는 기회 또한 늘어났다. 실례로 UBC에서 한국어과정을 수강 중인 중국계 아리스 씨앤(Xian)씨는 “어린 시절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소녀시대, 2PM, 수퍼주니어의 음악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어의 위상을 격상시켰다는 느낌이다.



2외국어 채택이 궁극적 목

세계어로서의 한국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정부 차원의 관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밴쿠버 한국총영사관(총영사 최연호) 김호진 영사는 국적을 떠나 문화적 차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장려하고 도와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영사는 “타문화권 출신들에게 한국어의 우수성을 알리고, 캐나다 공립학교에 한국어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인사회 각종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타문화권을 포용할 수 있다면, 한국어를 알리는 길도 다양해질 수 있다.

최연호 총영사는 타문화권 출신뿐 아니라 2, 3세들의 한국어교육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다 실용적인 목표를 위해서다.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캐나다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한인은 소수민족이잖아요. 캐나다 기업에 입사하려면 남다른 장점이 필요할텐데, 저는 그것이 한국어 구사 능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 공부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겠지요.”

능숙한 한국어 실력은 재외 국민, 혹은 시민권자가 한국 대학에 입학할 때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이것 또한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실용적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 국가경쟁력이 한류, 한국어 교육의 기

최 총영사는 캐나다사회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한류 때문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또한 견고해졌다는 견해다.

“한국의 경제력이 한류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 둘을 따로 분류해서 볼 필요는 없겠지요.”

일부에서는 최 총영사의 말대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전에 비해 강화된 만큼 재외 한국어 교육에도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밴쿠버 한인사회 규모가 지금보다 좀 더 커져야 합니다. 한인 인구가 늘어나면 한국정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테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지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교육원이나 문화원을 설치해 한국어 보급에 나설 수 있을 겁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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