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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로 시작된 인연,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즐거워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23 12:05

UBC에서 한국어 교육을 수료한 아이리스 씨앤 씨

한류열풍으로 전 세계가 한글과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밴쿠버 역시 이런 ’열풍’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면서 수요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

 

캐나다 서부 최대 명문으로 꼽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UBC)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UBC에서 제공되는 한국어 강의는 총 3단계 수업으로 난이도 별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강의에는 30명의 학생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캐나다의 다문화 사회를 증명이라도 하듯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광동에서 자란 아이리스 씨앤(Xian·23)씨는 지난 2004년 부모님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그녀 역시 UBC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강의를 통해 한국어를 배웠다. 2년 여 기간동안 한국어 수업을 받았다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캠퍼스 카페테리아로 들어서는 그녀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우선 처음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부터 물었다.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조금 오래됐어요. 이민 오기 전에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였거든요. 팬도 많았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어요. 그때 가장 인기 있었던 드라마가 ‘겨울연가’ 였는데, 음악도 매력적이고 드라마 내용도 좋았고… 엄청난 팬이었어요. 그때부터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를 자막이나 가사 없이 보고, 듣고 싶다는 욕심! 근데 이민 생활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은 대학에 들어온 후 였어요. 학교에 한국어 강의가 있다는 얘기에 냉큼 등록했죠.”

 

중국에 있던 시절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다는 씨앤 씨.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오고 적잖은 시간이 지나도록 한국어를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우기 전까지도, 한국 음악을 듣고 드라마 보는 것을 즐겼어요. 지금도 그렇고… 최근에는 소녀시대, 2PM, 슈퍼 주니어 음악을 즐겨 들어요. 한국 음악은 변화가 빠른 것 같아요. 한 가지 음악을 듣다 조금 질린다 싶을 때면, 새롭고 신나는 노래가 또 나와요.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것이 한국 음악의 매력 같아요.”

 

이날 인터뷰 역시 영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의미 전달이 어렵거나 씨앤 씨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또박또박 우리말로 이야기했다. 그녀에게 UBC에서 제공되고 있는 한국어 교육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각 반마다 3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들어요. 한국인인데 한국말을 못하는 친구들(2세)부터 이곳 학생들, 그리고 동양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생이 수강하죠. 수업의 난이도는 총 3단계로 진행돼요. 하나를 끝내면 다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식으로.

 

처음 수업을 듣게 되면 1단계에서 시작하는데요. 일단 한글을 배워요. 모음과 자음을 배우면서 한글을 익히죠.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 대부분 그 정도면 한글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를 익히면 1단계가 마무리되죠. 1단계 수업의 특징이라면 존댓말만 배운다는 점?(웃음) 1단계 수업을 들을 때 만난 한국 친구가 ‘왜 존댓말만 해?’ 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 친구는 저보다 나이도 어렸는데… 그래서 반말을 배우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어요(웃음) 반말은 2단계 수업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단계별로 진행되는 수업 덕에 단계가 올라갈수록 수업의 난이도와 학습량에 변화가 생긴다. 2단계부터는 많은 단어 시험과 말하기 평가가 이뤄진다.

 

“2단계부터는 쓰기, 읽기, 말하기를 배우게 되요. 단어 시험 말하기 평가가 수시로 있고요. 단어 시험은 1주일에 2번 정도 치러지는데 단어 30~40개를 외워야 해요. 그리고 말하기 평가는 질문하면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요. 공부양이 적지 않아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면 회화가 강화되고 에세이가 추가돼요. 회화는 주로 1대 1 대화 방식으로 진행되고, 에세이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이슈를 주제로 200자 원고지에 써서 제출하고 여기에 맞는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3단계 수업 때 제출했던 에세이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망설였다. 틀린 부분이 많을까 창피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문을 신문지상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에세이를 살짝 공개했다. 그녀가 제출했다는 에세이에는 몇몇 조사와 띄어쓰기에서 오류가 있었을 뿐,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그녀의 에세이 주제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졌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해 연평도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또 중국과 대만의 관계도 한국과 북한의 관계처럼 좋지 못하다고 비교했다.

 

역시 영어로 진행됐지만, 의미 전달이 어렵거나 그녀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또박또박 우리말로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어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느꼈던 점을 털어놨다.


 
“한국어가 중국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쉽게 배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의 ‘정치(政治)’를 ‘전쯔’라고 해요. 비슷하죠? 한국어에는 중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아요. 이런 식으로 중국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나서부터 공부하기 한결 수월해졌어요. 그리고 쉬워요. 사람들이 중국어는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그 수가 엄청나서 지금도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한국어는 안 그래요. ‘음(音)’ 위주의 글이어서 외우기도 쉽고, 한번 익히면 일단 모두 읽을 수는 있으니까요. 부족한 부분은 단어를 외워서 극복하고… 배우는 재미가 쏠쏠해요.”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궁금했다.

 

“발음이요. 발음이 가장 어려웠어요. ‘몰랐어요’를 ‘모랐서요’라고 발음해 꾸중을 많이 들었어요. ‘리을(ㄹ)’이 연속되는 단어의 발음이 특히 어렵더라고요. 또 글자의 위치에 따라 된소리가 나는 글자들을 발음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매년 코리아 유니버시티(고려대학교)에서 온 교환 학생이 UBC에서 수업을 듣거든요? 그 친구들로부터 발음 교정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본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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