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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심판 김송철씨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27 11:06

“캐나다 유일의 ‘판관’, 100대 1 경쟁률 뚫었죠”

지난 84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낯선 땅 캐나다로 건너 온 사춘기 소년에겐 무엇보다 태권도가 큰 위로였다.

밴쿠버에 정착한 한인이 그리 많지 않았을 때였다. 수퍼마켓이나 식당에서 ‘한국 사람’만 보면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고개 숙여 인사를 주고받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꽤 외로웠다. 속마음을 서로 보여줄 수 있는, 같은 머리 색깔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소외감을 느끼던 어느 날 소년이 생각해 낸 것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해오던 태권도였다.

도복을 꺼내 입으면서 서서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후부터는 친구 사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태권도가 생소하던 그 시절, 반 학생들이 기꺼이 그의 제자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 후로 약 30년 동안 소년은 태권도 이외의 다른 길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태권도가 최근 또 다른 즐거움 하나를 건넸다. ‘올림픽 심판’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주심으로 활약하게 될 주인공은 ‘SC Kim’s 태권도’의 김송철 관장이다.


“국가대표보다 심판되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도...”

심판이 된다는 것, 몇몇 사람들은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국제 심판 선발 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 국제심판 중에서 올림픽 심판을 뽑게 되는데, 그 관문을 통과하는 것 역시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태권도 심판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캐나다 국적은 김송철 관장이 유일하다.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3500명의 국제심판 중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30명 뿐이에요.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선발된 심판들도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128명, 심판은 30명이다. 때문에 스포츠가에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보다 심판 명찰을 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떠돈다. 3500명 중에서 ‘에이스’를 추리고 추렸으니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다.

우선 각 나라별로 심판 후보들을 추천한다. 그 후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게 되면 대륙 대표 12명에 속하게 된다. 5대륙이니까 우선은 총 60명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다시 절반을 떨어뜨리니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지요.”

국제심판 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중에서 다시 1% 안에 들어가야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체력검사, 판정 능력, 경력 등 심사기준이 엄격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다 보니, 오히려 ‘역차별’을 감내해야 되는 경우도 만의 하나지만 생길 수 있다. 그래도 김송철 관장은 그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했고, 런던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선수 시절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선수가 아닌 심판으로서 그 꿈에 다가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 끼치고 싶다”

젊은 시절의 그는 태권도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한참 인생을 만끽할 나이에 한국의 유도대(현 용인대)를 찾아가 합숙훈련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지독한 훈련이었다. 입에서 단내가 났지만, 그는 혹독하게 태권도에 매달렸다. 그만큼 태권도에 푹 빠져 지냈다. 그 사랑의 농도는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일본도 자국 무술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솔직히 태권도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집니다. 전자 호구가 도입되면서 펜싱처럼 공격 성공 여부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다시 말해 승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스포츠로서의 태권도의 위상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김 관장은 태권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게 참 속상하다.

“이종 격투기 대회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좀 더 자극적인 것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격투기와 태권도는 성격이 좀 다르지요. 태권도는 단순히 강함을 과시하기 위한 무예가 아니에요. ‘심신수련’, 말 그대로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스리는 운동입니다. 책임감을 키우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그래서 진정 강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무도가 바로 태권도입니다.”

심판을 하게 되면 한 달에 절반 정도는 해외에 체류하게 된다. 태권도 국제대회가 그만큼 잦은 편이다. 하지만 김 관장은 한국의 대표문화인 태권도를 밴쿠버 곳곳에 알리는 일에도 좀 더 신경 쓸 생각이다.

“예전에 저한테 태권도를 배웠던 제자가 자기 자녀를 데리고 다시 도장을 찾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 이게 제게는 일종의 소명이겠지요.”

김 관장의 여러 목표 중 유독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태권도는 ‘한국산’이지만 전세계가 공유해야 하는 문화이기도 해요. 그 문화를 지역사회와 나누고 알리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김송철 관장은 태권도 공인 7단이다. 99년에는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버나비 메트로타운 지역에서 'SC Kim's Taekwondo'(604-430-5467)를 운영하는 한편, BC태권도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김송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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