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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층의 믿음보다 이제 심층의 믿음을 볼 때”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1-19 15:58

큰 화제가 된 두 권의 책 저술한 오강남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난해 한국 지식인층에서 화제가 된 책 중에 오강남 리자이나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두 권의 책이 있다.

5월에 나온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이어 6월에 나온 ‘종교, 심층을 보다’라는 책이다. 5월의 책은 오강남 교수와 오교수의 제자에서 이제 종교학자가 된 성해영 교수(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가 나눈 대담이다.

기자가 읽기에는 5월의 책이 두 학자의 이론서라면, 6월의 책은 종교적 인물을 통해 5월의 이론을 풀어놓은 해례본이다. 오 교수와 책과 책 속의 이야기에 대해 인터뷰 했다. 오 교수는 현재 밴쿠버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나가 강의, 강연, 저술활동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종교학자와 성직자,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종교학자는 종교를 학문적으로 취급합니다. 과학적으로 종교현상 전체를 객관적으로 연구해 종교가 인간에게 가진 의미를 찾습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종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인가 찾아가는 인문학 테두리 안에 종교학자가 있습니다.

종교학자는 개인에 따라 자기의 종교를 가질 수는 있지만, 굳이 종교를 가질 필요는 없어요. 성직자는 안 믿으면서 할 수는 없겠지요.”


-종교 자체를 과학으로 계량화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종교적인 체험을 가진 사람이 어떤 현상을 나타내느냐. 또한 어떤 현상이 종교적 체험을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 등을 보는 것이지, 특정 종교가 좋다 나쁘다거나 진위여부를 가리는 그런 목표로 종교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학은 종교과학입니다. 종교학을 독일어로 ‘디 렐리기온스비센샤프트 (Die Religionswissenschaft)’라고 하는데 여기서 비센샤프트는 과학을 뜻합니다. 불어로도 ‘종교 과학’과 같은 의미로 표현합니다. 영어로는 주로 종교학(Religious Studies), 비교종교학(Comparative Religions), 종교사학(History of Religions)이라 부릅니다.”


-종교가 학문의 대상이 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찰즈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면서, 학문의 관심이 기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종교에 관심이 있던 학자들도 종교의 기원을 찾기 시작했지요.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라는 사람이 종교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사람이 ‘동양성전’(The Sacred Books of the East)을 편집하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의 성전을 모두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이 책이 나오면서 세계 종교연구의 일대 획을 그었지요. 뮐러는 몇 가지 종교를 비교해가면서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고 보고, 이 현상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연구해 비교종교학을 제시했습니다.

뮐러의 유명한 말 중에 ‘하나의 종교만 알면 아무 것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교의 기본적인 구조나 형식, 중요한 점을 이성적으로 비교해보아야 종교의 깊은 뜻을 알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목에 “깨달음”이라는 말을 써서 불교적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누가 무엇을 향한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깨달음을 불교에서 많이 강조하기는 하죠. 그 다음 책이 ‘종교, 심층을 보다’인데 종교의 심층을 본 60명의 삶과 가르침을 다뤘습니다. 그 60명의 공통성이 뭐냐면, 우리가 보는 현상세계가 전부가 아니고, 현상세계 너머에 더욱 본질적인 세계가 있다. 이런 세계를 보는 능력이 심층을 보는 것이고, 이런 심층을 보는 것이 바로 깨달음인 것이지요”


-종교에서 심층과 표층이란 어떤 개념입니까?

“두 책 모두 심층과 표층에 대해 썼습니다. 종교적인 사람을 보면 표층적인 사람과 심층적인 사람이 있는데, 심층·표층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층은 지금의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나를 확대하는 등, 그야말로 입신양명에 관심을 두는 종교 형태가 표층이고, 심층은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내 속의 참 나를 찾아야 한다. 참 나를 체험적으로 깨닫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심층을 본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불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 다 있습니다. 제 책에 등장한 60명이 모두 이렇게 심층을 이야기하는 분들인데, 그 중에서 사실 기독교인이 가장 많습니다. 기독교에서도 그만큼 깨달음이라든가 심층을 강조한 분들이 많이 있었다는 뜻이지요.”


-심층을 본다. 깨닫는다는 어떻게 풀 수 있겠습니까?

“깨달음이란 참된 리얼리티(진리)를 본다는 겁니다. 영어로는 ‘ultimate reality’, 인간과 우주의 참 모습, 실상입니다. 그런 진리, 그런 실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뜨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좀 현대적인 말로 표현하면 ‘특수인식능력의 활성화’가 가능해 진다는 것입니다.(웃음)”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여러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각 종교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다르면서도 가장 공통적인 점은, 기도라 할까, 명상이라고 할까. 열광적으로 무엇을 달라고 하는 그런 기도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기독교적으로 표현하면 내 속에 있는 신성(神性), 하나님의 나라를, 불교로 얘기하면 본성, 불성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것이 진짜 나라고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지요”


-21세기 들어 종교가 많은 분쟁의 요인이 됐습니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할 텐데, 요즘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게 됐다고 썼는데... 기자들에게 많이 어필했나 봅니다.

종교가 표층으로 시작하더라도 심층으로 심화가 되어야 하는데,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며 계속 표층 종교로 남아있으니까 지금의 나를 위한다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종교를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지, 자기를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헌금을 하더라도, 내가 이 돈을 내놓음으로서 몇 배의 복을 더 받겠다고 생각하면 표층적인 것이고, 이 돈을 내놓으면서 나의 욕심을 덜어내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심층적인 것이 되겠지요”


-종교학자적 입장입니까?

“세계 종교를 종횡으로 보니 이런 현상이나 구조 등이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것을 소개할 뿐이지, 종교인들에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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